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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우 작가 “서로 다르니 좋잖아요?”

사람마다 다 달라서 흥겹다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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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91호 김대희⁄ 2012.09.10 11:12:47

8월 20일 새누리당 대선경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선됐다. 경선이 이뤄지는 장소에‘함께’라는 문구 옆에 하나의 커다란 그림이 배경으로 걸려 있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새누리당 당사 건물에도 같은 작가의 그림이 큰 현수막으로 내걸렸다. 많은 사람이 모인 곳,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곳에 걸린 그림, 그것도 정치권에 예술이 함께하는 흔치 않은 광경이 벌어진 것이다. “특정한 정당을 지지하는 건 아니에요. 그저 그림으로서 보고 그림이 전하는 메시지를 알아갔으면 좋겠어요. 사람이 좋아서 사람을 그리는데 많은 사람들에게 그림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작품이 그렇게 쓰인 경우는 처음이니까요. 우리는 서로 다 다르죠. 생김새부터 개성까지. 이렇게 서로 다름을 받아들이고 모두가 하나 되어 하모니를 이뤄갔으면 합니다. 함께 만들어가는 즐거운 세상을 꿈꿉니다.” 정적인 그림에서 활기찬 에너지가 나오고,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갑자기 몸이 들썩이는 느낌까지 받아본 적이 있던가? 조용히 클래식과 재즈 음악이 흐르는 곳에서 그림 속 많은 사람들이 춤추고 악기를 연주한다. 하물며 사람들이 도시 속을 걷는 게 아닌 날아다니고 있다면 어떨까.

경기도 양평 신흥우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한 날 그 안에서 이런 풍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림 속 수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춤추거나 악기를 연주하면서 도심 속 빌딩 사이를 날아다닌다. 한켠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작품 속 사람들은 화면 밖으로 튀어나올 듯한 기세여서 유쾌한 에너지가 작업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의 그림은 보는 순간 사람이 시선에 꽉 찬다. 온통 사람뿐이다. “어릴 때부터 사람을 좋아했어요. 계속 사람을 그려왔고 변함이 없어요. 사람이 없으면 허무하고 의미가 없었죠. 도시의 풍경이나 도시 속 사람 등 여러 스타일로 다양하게 사람을 그려왔어요.” 도시를 날고 있는 사람들을 그린 ‘도시축제’란 작품에 대해 그는 “도시를 걸어가는 사람들은 쉽게 표현도 안 되고 작업이 마음에 안 들었다”며 “그러다 도시를 날아다니는 상상을 하게 됐고 현재 작품으로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피플 투 피플, 도시축제, 댄스, 콘서트까지 4가지 시리즈를 작업해 온 그가 현재 주로 그리고 있는 ‘콘서트’ 시리즈는 많은 사람이 모여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이다. 각 악기는 각기 다른 것을 의미하고, 사람들은 모두 다른 스타일을 나타낸다.

사람들의 얼굴도 저마다 다 다르며 여기에 악기를 그려 넣어 보는 재미를 더했다. 그의 작품에는 주인공이 따로 없다. 모두가 주인공인 셈이다. 모두가 함께 어우러지면서 하나의 작품이 된다는 얘기다. “무거운 것, 처지는 것 싫어요” “사람들의 얼굴은 조금씩이라도 다 달라요. 사람 얼굴은 생각하고 그리지 않아요. 무의식적으로 그리죠. 예전에 만난 사람들을 떠올리며 스쳐지나간 기억 속 사람들을 만들어내고 있어요.” 평면 회화 작품이지만 화면 속 사람들은 실리콘으로 제작돼 그림을 실물로 보면 입체감이 뚜렷하다. 그는 실리콘으로 사람의 형상이나 얼굴을 만들고 캔버스에 붙인다. 여기다 스케치를 하며 구도를 만들고 색을 입힌다. 색은 이것저것 섞지 않고 원색만 쓴다. 그림에는 온갖 색을 다 쓰지만 바탕색으로는 주로 붉은색이나 남색을 쓴다. 음악을 좋아하는 그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작업한다. 그림에 생생한 리듬감을 주는 요소다. 이 때문인지 그의 작품은 음악과 아주 잘 어울리는 한 쌍을 이룬다. 클래식하면서도 재즈적 느낌, 또는 경쾌한 왈츠의 분위기가 배어나와 저절로 춤을 추게 만들 것 같다.

그도 처음에는 붓으로만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붓만으로는 한계를 느꼈고 그림이 무겁게 느껴졌다. 붓 작업에 대한 고민에 쌓여 있던 중 무심코 실리콘을 캔버스에 뿌려봤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실리콘으로 작업을 시도한 뒤 지금까지 그런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림에서 느껴지듯 언제나 신 작가는 즐겁게 작업한다. 싫증나면 하질 못한다. 60억 전세계 모든 사람을 다 그리고 싶은 욕심도 있다. “다양한 사람을 그리는 거고, 이를 보고 즐거워하면 보람을 느껴요. 즐거움을 주고 기쁨을 주면 되는 거죠. 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는 그림이에요. 왕따 문화, 끼리끼리 뭉치는 집단문화 등 사회적 문제가 점점 커지는데 그림을 통해 서로 존중해주고 차별 없이 함께 어울리는 사회가 됐으면 합니다. 평화의 메시지를 주고 싶어요.” 바라만 봐도 행복과 웃음이 묻어나는 그림으로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그는 2012년 10월 미국 LA에서, 12월엔 가모갤러리에서의 개인전 등 4번의 전시를 열 예정이다. 이외에도 각종 국내외 아트페어에도 초대를 받으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 김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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