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현대기아차, LG전자, 포스코 등 한국 대표기업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수년 사이 비약적으로 성장했음을 알 수 있다. 삼성전자만 해도 2007년 대비 매출은 약 2배, 영업이익은 3배 정도 늘어났다. 특기할만한 것은 1997년의 외환위기와 2008년의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오히려 실적이 더 좋아졌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하여 환율효과 덕분이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기업들의 기초체력이 한 단계 높아지고 기업들의 DNA가 달라졌다는 진단이 더 유효한 듯하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존재논리라는 것이 있다. 그리고 이 존재논리는 스스로 처한 상황을 대변하며 더 나아가 자신의 행동과 사상을 규정하는 프레임으로 작동한다. 또한 조직 혹은 기업문화에 직접적으로 투영되어 끝내 그 기업의 명운을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이 존재논리가 어떤 가치에 의하여 재단받느냐 하는 점이 대단히 중요하다. 애플이 이미 막강한 선발주자들이 즐비한 휴대전화 시장에 처음 아이폰을 선보였을 때를 떠올려보자. 보통의 경우 뒤늦게 경쟁에 뛰어드는 후발주자들은 자신의 제품이 경쟁자들의 제품과 어떻게 훌륭한지를 집중 설명한다. 경쟁제품보다 조금 나은 ‘상대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반면 애플은 소비자들조차 그 필요성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던 새로운 기능과 편의성을 집중 노출하며 새로운 고객층을 창출한다. 이것은 고객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애플의 대답이며 그 대답을 도출하기 위하여 절대가치에 천착한 결과이다. 모방에서 창조로. 두 차례의 위기를 겪은 우리 기업들이 저마다 가슴 속에 간직한 화두는 이것이었다. 모방은 상대가치이고 창조는 절대가치이다. 상대가치는 타인과의 비교를 통하여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는 반면 절대가치는 스스로의 존재이유를 묻는 것이다. 상대가치를 추구할 경우 그 기업은 경쟁자를 줄곧 따라가기만 할 뿐 1등이 될 수 없다. 반면 절대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은 1등이 될 수 있다. 경쟁자를 의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이유를 묻고 고객가치 창조라는 근본적인 명제를 고민하기 때문이다. 출발점이 다를 경우 도착점 역시 달라지게 된다. 우리 기업들은 이 부분에서 과거와 뚜렷하게 다른 가치관을 추구하게 되었고 그 결과가 글로벌 초우량 기업으로의 눈부신 약진이다. 기업의 성장가능성과 투자 성공 여부는 절대가치에 2004년 무렵 드링크 시장 진입에 실패를 거듭하던 광동제약은 악화된 경영상황으로 말미암아 급기야는 담당 사업부서의 존폐까지 논의되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사업부서는 결국 고객가치 창출이라는 근본적인 절대가치에 매달린 끝에 마침내 비타500이라는 제품을 출시하게 된다. 이 제품은 기존의 강자인 박카스와는 다른 유통경로, 다른 제품 콘셉트로 어필했다. 막 출시된 신제품이 1등 제품이 걸어간 경로를 추종하지 않거나 혹은 익숙하지 않아 새로운 방법을 창출하기란 대단히 어렵고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어쨌든 경쟁사와 전혀 다른 경로와 콘셉트로 이 제품은 마침내 소위 대박 행렬에 가세하게 된다. 주가도 드라마틱하게 변하여 2004년말 1300원 대에 머무르던 주가는 불과 8개월 후 4950원을 기록하게 된다. 250%에 육박하는 놀라운 상승률이었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수많은 기업들을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분석해보아야 한다. 그 조직이 상대가치에 함몰되어 있는지 혹은 절대가치를 추구하고 있는지 살펴볼 때 비로소 그 기업의 성장가능성과 투자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게 된다. - 이홍규 현대증권 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