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에 대한 평가는 세대에 따라 크게 엇갈리는 것 같다. 1985년 미 문화원 점거사건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눈물-콧물이 쏙 빠지도록 재미있게 영화를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젊은 세대는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지?’라면서 의아해하는 분위기를 영화를 보고 나오는 사람들에게서 느낄 수 있었다. 이 영화는 홍보 캐치 프레이즈를 ‘잘 생긴 놈만 연애하는 더러운 세상!’으로 잡았다. 그래서 특히 젊은층은 ‘못 생긴 놈이 더러운 세상이지만 온갖 고생 끝에 사랑을 쟁취하는 코미디’를 생각하고 극장을 찾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영화에는 그 ‘온갖 고생’에 해당하는 것으로, 1985년의 미국문화원 점거사건이 끼어들어간다. 한 여대생(유다인 분)을 사모한 중국집 배달원 강대오(김인권 분)가 그녀에게 호감을 사려다 얼떨결에 미문화원 점거농성 대학생 시위대에 끼어 본의 아니게 민주투사로 탈바꿈하는 코믹한 상황을 그린다. 1980년 광주민주화항쟁에 이어 5년 만에 일어난 미문화원 점거사건은 당시 정국을 발칵 뒤집어놓은 큰 사건이었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광주민주화항쟁을 방조한 혐의를 미국에 물으며 ‘미국의 치외법권 지대를 한국인이 불법 점거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 이어 2년만인 1987년에 한국의 민주화세력은 역사적인 군부독재의 종식을 맞는다. 눈물-콧물 웃음 속에 사회적 메시지도 담아 그 삼엄했던 사건에 육상효 감독은 ‘만약 그 농성대에 중국집 배달원이 사랑 때문에 끼어들어갔다면 어떻게 됐을까’라는 유쾌한 상상을 끼워 넣는다. 골수분자 운동권 학생들은 자기들끼리만 통하는 은어를 사용하고, 그들만의 저항가요를 부른다. 이런 걸 전혀 모르는 강대오는 처음엔 주눅이 들지만 곧 ‘철가방들도 철가방끼리만 통하는 은어의 세계’가 있고, 운동권이 ‘민주주의의 어두운 밤’ 노래를 부른다면 철가방들은 김완선의 ‘오늘 밤’을 율동과 함께 부를 수 있음을 과시한다. 그리고 여대생 예림의 마음을 운동권의 대장 황영민(조정석 분)은 카리스마로 빼앗지만, 강대오는 오로지 예림을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으로 쟁취한다. 신신민주주의니 파쇼니 하는 어려운 사회학 용어가 없으면 대화가 불가능하면서도 정작 미국 대사관 책임자와의 담판에서는 영어 한 마디 못해 절절매는 ‘무식한’ 운동권 학생들과는 달리 강대오가 얼떨결에 배운 짧은 영어로 대화를 성사시키는 장면은 절묘하게 배꼽을 빼놓는다. 영화 ‘강철대오’는 시위의 추억을 간직한 40대 이상이 보면 정말 재미있는 영화다. 육상효 감독의 전작 ‘방가방가’만큼이나 재미있으면서도 사회적 풍자로 가득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