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고 한 도예가 윤광조(66)는 한국적 토양 위에 뿌리내린 도예. 그 중에서도 분청사기의 토대 위에서 출발한다. 자연의 자유로움을 한국적 표현주의 도예로 풀어내는 윤광조의 도예 인생의 발자취를 쫓는 자리가 11월 28일부터 내년 1월 27일까지 부산시 해운대구 조현화랑에서 펼쳐진다.
윤 도예가는 졸업 후 미국 체류 중 한국 도자기의 진가를 발견했던 친형의 권유로 도예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 후 일본에서 일본인 도예가와 함께 일년의 기간 동안 같이 작업하면서 모국의 도예전통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한국에 돌아와 전통청자를 소생시키려는 흐름에 밀려 등한시 되었던 옛 분청기법을 재창조하기 위한 시도에 전념했다. 이를 통해 분청의 유산은 윤광조 작품의 소박하고 천진난만함 속에서 명확히 보이는 것이다. 듬직한 양감과 아첨 없는 장식은 한국인다운 소탈의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자신의 내면적인 감정을 즉흥적으로 가미시켜 실용주의를 탈피하듯, 물레를 벗어 던져 꾸밈없는 '무기교의 기교' 기법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흙을 덧붙이고 긁어내는 기법을 차용해 자연스럽게 안팎으로 눌러 부드러운 리듬과 변화 있는 형태감을 주어 분청사기가 갖고 있는 투박한 질감을 극대화 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윤광조의 초기 1970년대 작품들은 대부분 실용적인 그릇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필치로 회화적인 느낌을 표현했다. 그 후 점점 예술적 혈통을 세우며 분청사기라는 굳건한 뿌리를 심어 최근작들은 모두 손으로 빚은 비대칭의 대형 작업들로 다듬어진 작품 안에 사로잡힌 자연의 생생한 힘이 작품의 존재감을 강화시키고 있다. 평행을 이루지 않는 전면과 후면을 따라 굽이쳐 흐르는 모양이 속도감과 에너지를 보여준다. "예술적 창의력에 중요한 두 원천인, 자연과 인간의 자유로운 정신을 그려내길 즐긴다."는 그는 작품들에 자연의 모든 힘을 빌려 분청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간소함과 미니멀한 느낌을 연출한다. 소박하면서도 표현미가 뛰어난 분청사기들이 단지 기능에 지나지 않고 그것을 예술로 탈바꿈시키고자 하는 작가의 부단한 노력을 드러낸 작품들을 통해 일찍이 사라졌던 옛 도예조각 기법을 일조하여 탄생된 윤광조의 작품은 한국 예술의 재발견을 하는 과정임을 확인하는 자리로 매김 되고 있다.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