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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우 “베르테르와 함께 저도 울었어요”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히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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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02호 김맹녕⁄ 2012.11.26 10:59:17

“전 아이스 초코 한 잔이요.” 도시적이고 다소는 차가워 보이는, 이른바 차도녀 이미지에 아메리카노나 에스프레소를 마실 것 같았지만 김지우(30)의 선택은 의외로 달달한 아이스 초코였다. “맞아요. 사람들이 저를 처음 볼 땐 좀 어려워하더라고요. 드라마나 영화에서 성격이 강한 캐릭터를 많이 연기해서 그런 것 같아요. 지금 같이 공연하고 있는 동석이도 처음 저를 보고 참 세게(?) 생겼다고 느꼈대요(웃음).”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솔직하고 털털한 모습은 그녀가 선택한 아이스 초코처럼 달콤한 매력을 풍기며 점점 배우 김지우란 사람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히로인 롯데로 열연하고 있는 김지우를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11월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 카페에서 만나봤다.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괴테가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롯데를 사랑하지만 이룰 수 없는 사랑에 가슴 아파하는 베르테르의 이야기를 그린다.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12월 16일까지 펼쳐지는 이 공연에서 김지우는 베르테르와 남편인 알베르트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롯데로 분한다. 두 남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아 마냥 행복할 것 같지만 정작 공연을 할 때는 울음이 터져나오기 일쑤다. “어렸을 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초연을 봤는데 베르테르가 자살하는 장면을 보고 참 슬펐어요. ‘얼마나 힘들었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하는 생각에 말이죠. 지금도 무대 뒤에서 배우들은 자신들이 등장하지 않을 때도 함께 가슴으로 울어요. 하지만 슬픔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김민정 연출이 베르테르는 슬퍼서가 아니라 롯데와의 행복했던 마지막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서 죽음을 택했다는 색다른 시각을 보여줬어요. 그 전까진 이 작품이 제게 비극적이고 우울했는데, 그 속에 행복과 빛이 있다는 것을 새롭게 발견했죠(웃음).”

“감미로운 음악-극적인 드라마가 매력” 특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원작은 외국 작품이지만 뮤지컬은 이를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각색한 창작 공연으로, 마치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처럼 가깝게 느껴진다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감미로운 음악 또한 마음을 흔든다. 초연 때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흘러나온 ‘금단의 꽃’은 그녀가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이 음악에 소름끼칠 정도로 매료됐다는 김지우는 지금 자신이 그렇게 갈망하던 무대에 서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때도 있다. 베르테르와 함께 발랄하게 부르는 ‘우리는 친구’ 또한 가사가 아름다워서 좋아하고, 2막에서 베르테르의 고백을 듣고 난 뒤 흔들리는 마음을 주체 못하고 부르는 ‘다만 지나치지 않게’도 가슴을 울려 많이 울면서 부르는 노래이다. “연예인 뮤지컬 출연 편견 깨고 싶어” 이 노래들을 소화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참 곱다. 하지만 김지우는 오히려 “지금도 목소리가 허스키한 편”이라며 망언(?)을 내뱉는다. “제 목소리가 여자로서 굉장히 예쁜 편은 아니에요. 그동안 롯데 역을 맡았던 분들이 다 목소리가 너무 예뻐서 많이 걱정됐어요. 그런데 이번에 같이 롯데를 연기하는 아선 언니가 많이 도와줬어요. 아선 언니는 성악을 전공해서 이런저런 조언을 많이 해줬어요. 여배우들이 더블 캐스팅되면 알게 모르게 기 싸움을 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전 정말 아선 언니에게 고마운 마음뿐이에요(웃음).” 2005년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하고 ‘달콤한 안녕’ ‘김종욱 찾기’ ‘싱글즈’ ‘금발이 너무해’ ‘젊음의 행진’ ‘닥터 지바고’ 그리고 현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까지. 다양한 뮤지컬에 출연하면서 지금은 공연계의 빠질 수 없는 히로인으로 부상한 그녀지만 정작 얼굴이 알려진 것은 TV를 통해서였다. 2001년 TV 드라마로 데뷔한 김지우는 ‘동갑내기 과외하기’로 영화계에도 신고식을 치렀고, 이후 ‘두근두근 체인지’ ‘구미호 외전’ ‘논스톱 5’ ‘잠복근무’ ‘가문의 영광 4’ 등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를 해왔다. 올해 초에는 tvN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2012’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재경을 연기해 주목 받기도 했다. 이렇게 데뷔와 동시에 많은 관심을 받으며 승승장구하던 그녀가 2005년 돌연 뮤지컬 데뷔를 한 뒤 한동안 방송 출연을 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했다. “뮤지컬 무대에 선 뒤 그 매력에 흠뻑 빠졌어요. 방송 드라마, 영화도 재밌지만 공연은 관객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죠. 한 번 무대에 섰던 가수들은 못 그만 둔다고들 하는데 공연도 똑같았어요. 또 방송할 땐 항상 ‘다음 작품은 뭐하지’ 조바심이 많았는데 공연 쪽에선 이런 불안감이 없어졌어요. 시간이 생기면 ‘다음 작품을 위해서 뭘 배울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절 알던 사람들도 예전엔 예민해보였는데 요즘엔 온화해 보인다고 해요.” 하지만 공연의 매력에 푹 빠진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처음부터 고왔던 것은 아니다. 현재는 연예인들이 활발히 뮤지컬에 출연하고 있지만 김지우가 ‘사랑은 비를 타고’를 출연할 당시엔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이라 오디션도 안 보고 캐스팅 된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선들이 있었다. 많이 속상했지만 오히려 그런 이야기들이 득이 됐다. 오디션을 보고 당당하게 합격한 김지우는 좀 더 노력해야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단순히 얼굴 마담이나 흥행 파워로 공연에 출연하는 게 아니냐는 편견을 깨고 실력으로 승부하고자 한 것이다.

그래서 이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연습에도 혼신의 힘을 쏟아 급성 임파선염으로 쓰러지기까지 했다. “이렇게 아팠던 건 처음이었다”며 생글생글 웃는 모습이 독종(?)같다고 느껴지면서도 공연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공연을 ‘키친 파이터’라는 방송 프로그램과 병행하게 됐지만 공연에 절대 소홀하지 않고자 모든 연습에 참여했다. 왜 이렇게까지 열심히 할까? 그건 아직까지도 있는 편견을 깨기 위해서다. SBS 라디오 스타에 출연한 배우 남경주가 했던 말과 김지우는 의견을 같이 했다. “뮤지컬 여우주연상? 아직 멀었죠” “연예인들이 뮤지컬에 출연할 때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게 하는 분들이 있어요. 누군가가 올라갈 수 있었던 주연 자리를 맡았으면 그만큼 열심히 해야 한다고 봐요. 아이돌이 공연에 출연하면 티켓이 정말 잘 팔리지만 연습을 거의 참여 못하고 무대에 올라가거나, 공연을 펑크 내는 경우가 있어 안타까워요. 물론 정말 열심히 잘 하는 분들도 있어요. 에프엑스의 루나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동생이에요. ‘금발이 너무해’ 시즌2 때 함께 했는데 모르는 걸 계속 물어보면서 정말 열심히 하는 모습이 예뻤어요.” 무대에 대한 애정으로 계속 뮤지컬을 해 온 김지우의 노력을 점점 사람들이 돌아보게 됐다. 그 결과 올해 각종 뮤지컬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제는 수상 욕심이 날 법도 하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는 게 김지우의 대답이다. “주현 언니가 ‘엘리자벳’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을 때 ‘언니가 있는 한 난 뒤에서 항상 박수만 쳐줄 것 같다’고 우스갯소리를 했어요(웃음). 그런데 주현 언니는 정말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에요. 저도 공연을 봤는데 너무 잘하고요. 언니는 ‘엘리자벳’을 할 때 목이 상할까봐 매운 음식을 6개월 동안 먹지 않는 등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했어요. 전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아요. 지금 받아도 뮤지컬 마니아 분들이 고개를 갸우뚱 할 거예요(웃음). 저 또한 불편하고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정말 잘했을 때 받고 싶어요(웃음).” 숨 가쁜 20대를 보내고 올해 30대의 첫 발을 내딛은 김지우는 자신의 20대를 “참 열심히 살았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앞으로 펼쳐질 30대는 스스로도 궁금하고 기대된다고. 외적으로는 온화하고 속으로는 강한 ‘외유내강’한 사람이 돼 뭔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연기를 하고 싶다는 것이 그녀의 바람이다. 물론 방송도 공연도 계속 열심히 할 생각이다. “앞으로 다양한 모습들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일에 대한 욕심이 있다 보니 끊이지 않고 얼굴을 비추고 싶고요(웃음). 앞으로도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 보여 드리겠습니다!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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