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대선을 불과 13일 남겨놓은 6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의 전격 단독회동을 통해 ‘전폭적인 지지’를 선언하고 나섬으로서 대선판이 실질적으로 범여권 보수대연합과 범야권 단일대오와의 일대일 대결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그동안 ‘안심(安心. 안철수의 마음)’의 소재를 놓고 구구한 억측과 온갖 설이 난무한 끝에 나온 결론이어서 그나마 대선판에 드리웠던 마지막 안개가 걷히게 된 점은 다행스럽다. 하지만 안 전 후보가 지난달 23일 후보직을 내려놓을 때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도록 분명하게 문 후보를 지지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남는다. 물론 당시에는 격앙된 감정 때문에 어려웠다면 지난 3일 캠프 해단식에서라도 똑 부러진 입장을 내놨더라면 여야는 상대 진영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줄이고 인물 및 정책 검증이라는 공식 선거전의 본령에 더 충실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전문가들은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어찌됐든 안 전 후보의 문 후보에 대한 막판 지지선언으로 이번 대선은 여야 두 진영이 총동원 체제로 승부를 벌이는 초유의 구도가 됐다. 보수진영의 경우에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깃발 아래 보수세력들이 결집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종필, 이회창, 이인제, 박세일 등 보수정당의 당수를 지냈던 원로정객들이 모여든 상태다. 범동교동계의 한화갑, 한광옥 전 의원가지 가세해 외연까지 넓어졌다. 진보진영은 안 전 후보의 사퇴를 통해 박·문 양자 구도로 대선판을 재편하기는 했으나, 안 전 후보가 결정을 미루는 바람에 온전한 의미의 총력체제를 가동하지 못하다가 뒤늦게 완결성을 갖추게 됐다. 여기에 진보정의당 심상정 후보까지 사퇴한 무지개 연합 형태를 이루고 있다. 반면 지난 4·11 총선에서 선거연대를 했다가 ‘종북 논란’으로 사이가 틀어진 통합진보당만 빠져 있지만 이정희 후보의 거취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4일 첫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박근혜 후보에 대한 줄곧 공격적인 언행으로 자신의 주가를 올리는 데는 일정 부분 성공했지만, 문재인 후보의 존재감을 희석시켰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범야권 진영으로부터 받고 있는 상태다. 이 후보는 중도에 후보직을 사퇴하면, 후보를 낸 정당에 지급되는 국고보조금 27억원만 챙겼다는 ‘먹튀 논란’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많은 유권자들은 박·문 두 후보의 정치철학과 정책비전, 집권구상 등에 대한 심각한 정보갈증을 겪고 있기 때문에 이 후보가 앞으로 두 차례 밖에 남지 않은 중앙선관위 주최 대선후보 TV 토론이 명실상부한 맞짱 토론이 될 수 있도록 후보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이 후보가 완주를 통해 자신과 통합진보당의 존재감을 알리겠다는 욕심 보다는 큰 틀에서 이번 대선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대선은 불과 10여일 밖에 남지 않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여야는 총동원 체제 하에서 그야말로 모든 것을 다 거는 건곤일척의 승부를 펼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막판 선거전은 이상과열 될 가능성이 크다. 양 진영은 워낙 ‘단기전 승부’가 되다보니 네거티브 선거운동의 유혹을 강하게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아무쪼록 금도를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동안 실종됐던 정책대결을 복원하는데 치중해 주길 바란다. - 심원섭 정치전문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