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인터뷰를 통해 상대가 애정을 가지는 장소를 취재하고 그 장소를 작품화한 배미정 개인전 ‘애정지도’가 갤러리 도스에서 26일부터 2013년 1월 1일까지 열린다. 지인부터 모르는 이까지 타자와의 대화를 바탕으로 작업이 진행되며 작품은 공감과 차이가 드러나는 장이다. 그러나 그들이 애착을 가지는 공간을 제3자가 재구성하는 것에는 간격이 끼어들 수밖에 없다. 공간은 성큼성큼 도약하는 불연속성이 두드러진다. 시간성 또한 불연속적이다. 분리된 것들은 각각의 속도로 흘러가고 각각의 방향으로 떠돈다. 그녀의 그림은 국부화 된 시간과 국부화 된 공간들이 충돌하는 장이다. 국부화 된 시간과 공간을 채우는 지각과 기억 또한 단편적이다. 지각과 기억의 산물인 인간 역시 비슷한 운명이다. 그들은 너무나 작게 그려져 있거나 낡은 사진처럼 고정되어 있다.
배미정은 작가노트를 통해 “그들이 말한 공간에 대한 느낌을 최대한 살려보려 하지만 시선의 차이가 관계 속 거리감이 되고 새로운 공간이 된다”고 밝혔다. 간격과 차이는 타자와의 장벽이 아니라, 대화적 상상력을 작동시킬 수 있는 자극제이자 창조적 요소이다. 배미정의 작품은 인터뷰로 알아낸 장소를 그들의 기억에 기대어 시시콜콜 재현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장소는 자기만의 방같이 실재하는 공간은 물론이고, 가상공간에서 지금은 사라진 공간에 이르기 까지 다양하다. 작가는 20여명의 인터뷰 대상자에게 ‘현재 마음이 쓰이는 장소’를 물었다. 그러나 너무 오래 생각하지 않게 했다. 즉각적인 답변에의 요구는 의식적이기보다는 무의식적인 장소를 떠올리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