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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세상에 하나뿐인 ‘니트’로 예술을 말하다

직접 만든 니트로 패션과 설치미술 넘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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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09호 김대희⁄ 2013.01.14 13:34:08

“니트를 활용해 설치 미술을 하고 있어요. 섬유 작가로 의상 작업을 해왔는데 니트에 특별한 매력을 가지게 됐고 니트를 이용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중입니다.” 홍대근방 미술관에서 만난 이혜진 작가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단순한 니트를 이용해 작업을 한다. 직접 바느질로 다 짜서 만들거나 기계를 사용해 니트를 만들어 작품을 만든다는 얘기다. 모두가 그녀의 손에서 만들어진다. “니트를 짜다보면 형태가 나와요. 이를 활용해 설치미술을 하게 된 이유는 내가 즉석에서 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재밌었어요. 기존에는 바람개비나 우산 등으로 작업했었는데 최근에는 니트를 이용한 설치작업을 주로 하고 있죠.” 그녀가 만드는 니트는 입을 수 있는 것들이지만 아트웨어로 작업한 니트는 쉽게 입고 다니기 힘든 세상에 하나뿐인 니트가 된다. 예전에는 다양한 컬러와 장식을 많이 달았지만 요즘에는 컬러를 배제하면서 단순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이것저것 많이 보여주고 싶었던 욕심에 복잡하게 만들었지만 점점 이를 줄여나가면서 단순하지만 더 밀도감 있고 완성도를 높이고자 했다.

그렇다면 니트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니트는 옷을 입었을 때 편하고 신축성이 좋아 몸에 잘 맞아요. 이런 점이 좋았죠. 언젠가 해외 작가가 니트로 재미있는 작품을 만든 걸 봤어요. 조형적인 작품이었는데 그걸 보고 시도해봤죠. 그랬더니 당시 반응이 좋았어요.” 이렇게 시작된 작업은 점점 발전을 거듭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기존에 실이라는 주제로 과거의 기억에 대한 것들을 이야기해왔다는 그녀는 “실을 엮다보면 점점 커지듯이 기억도 살아가면서 쌓이는 점이 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지금도 주제는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니트 하면 흔한데 이런 단순한 걸로 작품을 만들 수 있고 예술 작품으로 변형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대단한 기법을 쓰지 않아도 재미있고 색다른 것들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아직 국내는 니트 짜는 기법이 발전되지 않아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등 힘든 점이 많단다. 아직 국내에서 전시를 한 적이 없다는 그녀는 니트의 본 고장으로 알려진 일본에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있으며 매년 전시를 열었고 4번 정도 진행했다. 2013년에는 국내에서도 전시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보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실을 주로 이용해왔는데 이제는 실 이외의 재료를 하고 싶어요. 원단을 길게 잘라서 만드는 등 다양한 소재로 할 생각이에요. 방법은 그대로 가면서 색도 다서 넣어보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볼 계획입니다.”

사실 동양화를 하려고 그림을 공부하다가 디자이너로 마음을 바꿔 먹고 의상을 전공해 악세사리나 옷을 파는 일도 했었는데 그때 직접 만들어보고자 의상을 하게 됐다. 뒤늦은 결심에 공부도 열심히 했고 그러면서 제자들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고 싶은 생각도 했다. 무엇보다 대학에서 좋은 지도 교수를 만나면서 그분을 본받고 배움을 베풀어야겠다는 의지가 더욱 강해졌다. 이에 2007년부터 많은 대학에서 강의를 해왔는데 2012년 9월부터 국립 강릉원주대학교 공예조형디자인과 정식 교수로 임명돼는 기쁨을 맞았다. 의상과 텍스타일 디자인 중심으로 강의하는 그녀는 자신이 하고 싶은 작업을 하면서 제자들의 양성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좋아요. 무작정 열심히 해야 해요. 첫 강의를 할 때도 항상 얘기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인성’이죠. 사람에게 필요한 디자인을 하는데 그걸 만드는 디자이너가 사람이 먼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횟수로만 12여 년째 의상과 함께 지내온 그녀는 미술작가면서 교육자로서 기존보다 책임감 있는 발걸음을 내딛으며 2013년을 바쁘게 보낼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 김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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