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과 볼펜같은 필기구를 화구로 선택하고 신문이나 신문용지를 일종의 캔버스로 활용해온 최병소(69) 작가는 자기만의 '지우기와 긋기'의 드로잉 방법론을 통해 현대미술의 전위성을 지속적으로 선보임과 동시에 70-80년대 한국 단색평면의 역사에서 고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최병소 작가의 방법론은 특유의 노동집약적이고 반복적인 행위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단순히 지우는 것을 넘어 자기 수행적인 반성의 단계를 모색하는 가운데 정립됐다. "이게 신문을 지우는 형태이지만, 실은 신문을 지우려는 게 아니라, 자꾸 나를 지우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지. 나를 부정하고 싶었고, 그것이 작업으로 나타났을 뿐이다" 그가 작업의 재료로 선택한 신문은 아주 일상적인 물건이다. 수많은 정보의 홍수를 그대로 담아낸 개체이기도 하고, 때로는 거칠게 무엇인가를 힐난하는 게시판이 되기고 한다. 이에 대해 작가는 "어느 시절 신문을 지우는 행위는 사회적인 비판이 될 수도 있었음을 회고하였고, 자신에게 적합한 작업이 무엇인가 고민하는 과정에서 가장 익숙한 것, 구하기 쉬운 종이인 '신문'이 주재료가 됐다"고 말한다. 2월 17일까지 대구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최병소 전은 그가 창작한 작품들 사이에 흐르는 일관된 문맥을 발견하는 계기를 마련하며, 최 작가가 아티스트로서의 진정성과 거장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내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