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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 기억과 무의식의 재구성

잔잔한 휴식과 존재의 의미 그려내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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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14호 김대희⁄ 2013.02.18 10:57:04

누구나 저마다의 기억 저편 생각지 못하는 무의식의 세계가 있다. 어느 순간 나타나는 무의식적인 행동 그리고 잠을 자는 동안 꿈을 통해서도 잊고 살았던 기억이나 소망 등이 실현되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는 그동안 다뤄왔던 기억이나 그림자의 흔적이라는 주제에 무의식이 추가됐어요. 회화와 함께 설치 작업도 병행했는데 새로운 형식들처럼 보이지만 우연성을 가지고 있어요.” 서울 부암동 자하미술관에서 만난 최철 작가는 그동안 해왔던 주제에서 더 넓혀 무의식이라는 새로운 주제를 추가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일반적인 회화 작품 외에 크고 넓은 대형 작업과 함께 설치된 마네킹이 눈에 띈다. 새로운 형식을 선보인 전시지만 이는 결코 단순하게 주제를 넓힌 게 아닌 우연성을 가진 작업이라는 얘기다. 기존 그의 그림을 보고 있자면 알 수 없는 묘한 기분이 든다. 신비로우며 평화롭고 고요한 물속에 있는 듯 편안한 느낌이다. 평면작업이지만 입체감이 뛰어나며 사색에 잠기기 좋은 작품이다.

그는 바다, 빛, 그림자, 기계 부속품들의 이미지를 이용해 끊임없이 캔버스 위에 흔적을 남기며 새롭게 변화할 수 있는 ‘희망의 흔적’을 발견한다. 물체의 흔적에 관심을 갖고 존재의 의미를 찾는 작업이다. 그는 자신의 주제인 흔적으로 오브제(소재)를 말하고 사람을 표현한다. 이러한 흔적과 함께 기억과 상실에 대해서도 작업을 해온 그는 “내면의 깊은 바다 속에 감춰둔 억압된 기억, 그 기억들이 어느 순간부터 수면으로 떠오르며 표류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쾌한 감정을 잊으려 과거의 기억들을 의식적으로 지울 수는 이었지만 무의식의 바닥에 깔려있는 근본적인 상처들은 제거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그의 기억과 흔적에 대한 주제는 무의식으로 이어지는 연관성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결국 꿈이란 무의식은 그의 작업과 관련해서 무의식을 재구성하는 일련의 과정인 것이다. 이번 전시의 제목 또한 ‘꼬마(COMA) 속의 그림자, 기억’으로 그의 작업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해진다.

붓이 아닌 에어브러시로 그린다 특히 그의 회화 작품은 붓으로 그린 그림이 아니다. 놀랍게도 사진 또는 그림처럼 보이지만 모두 에어브러시로 물감을 뿌려서 만든 작품들이다. 뿌리기 또한 여러 번 뿌리지 않고 단 한 번만 뿌린다. 작품 속 오브제는 판화 기법으로 찍어서 만들어낸다. 쉽게 설명하자면 물체를 놓고 뿌린 뒤 걷어내고 그 걷어낸 자국이 작품의 이야기가 된다. 빛이 비추면 그림자가 생기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와 함께 붓으로 흔적을 남기는 작업도 하는데 붓의 흔적은 없다. 붓에서 떨어진 물의 흔적일 뿐이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뿌려지는 물감의 색깔에 따라 입체적 볼륨감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물과 물감이 서로 만나 자기들이 알아서 흔적을 남겨요. 저는 모든 걸 총괄하는 디렉터죠. 마르는 과정에서 조형적 구도를 잡아주고. 그렇다고 형태가 너무 드러나면 읽히기가 쉽기 때문에 애매모호하게 읽히고 보는 사람이 알아서 해석하도록 맡기고 싶어요.”

앞으로는 회화와 함께 설치 및 미디어 작업도 하고 싶다는 그는 회화와 설치가 더 연관되게 만들면 우연성도 나오고 재미가 있다고 한다. 말 그대로 그의 작업은 회화적 설치가 된다. 여기에 동영상 작업도 아우르는 전시도 열 계획이다. 바쁜 일상 속 잔잔하게 우리가 지나온 날들의 흔적을 추억하듯 사색의 시간으로 이끄는 그의 작품은 자하미술관에서 2월 12일부터 3월 5일까지 열리는 개인전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 김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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