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 속 희망과 사랑의 대상으로 자주 등장하는 달을 화면에 녹여내는 작가 이재삼(53)이 우리들 정서의 담겨진 속내를 소나무에 비추어 낸다. 이재삼이 화면에 들여놓은 소나무, 대나무는 달빛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대상일 뿐이다. 달에 대한 감성을 작품의 주요 모티브로 삼게 된 것에 대해 “서양화 전공자로서 작업을 하던 과정 속에서 자신의 작업에 대한 원론적인 고민이 몰려 왔다”며 “유행처럼 몰려가는 미술 사조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자신과 세상을 관조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 그래서 나온 것이 한국 사람이 한국적인 풍경을 그려보자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생각을 비우고, 마음과 가슴이 담기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머리를 비우면서 한국적인 산하를 그려낸 것 같다”고 했다. 작가 이재삼은 13년 전 그리기로 세상에 감동을 주고 싶었을 때 선택한 재료 목탄을 가지고 화면을 채우고 있다. 그는 목탄이 가진 ‘검정’이 색상이 아닌 ‘공간’ 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에게 목탄은 숲의 영혼이 담긴 재료이며 심연의 예술세계를 펼쳐내는 하나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가 그려낸 작품들은 뭉개지고 지워지며 번져서 떨어져버리기 쉬운 목탄으로 소나무를 형상화했다. 소나무는 우리에게 너무나 한국적인 소재이지만, 쉽게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지 않은 대상이기에 남다른 대상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작업실에서 벗어나 전국 산천에 즐비한 소나무가 오래 살고 있는 공간을 찾아보려는 시간 동안 선조들의 숨결을 느꼈다. 생명의 흔적을 지속하고 있는 나무의 영속에 대한 의미가 자신의 작업과 연결성이 있는 것을 느끼게 되어 2년 여 동안 고민을 하다가 비로소 구체적인 형상으로 소나무에 비친 달빛이 그려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대나무에서 소나무로 작품의 소재가 변경된 것에 대해 “전통과 현대의 크로스 오버라고 생각해요, 달빛에 비추어진 이미지로 소나무를 택한 것이다. 대나무 작가로 등식화 되었듯이 소나무를 그렸다고 소나무 작가로 불리는 것은 그리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그냥 달에 대한 집요한 추구를 하는 작가로 남고 싶다는 것이 그의 소망이자 궁극의 목표라는 것이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 달빛(Dalbit) 이재삼이 생각하는 달빛은 달이 보여주는 풍만함이 인간에게 생명 잉태의 시계 침으로 여겨진 것 같다는 것이다.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신비로움인 것이다. 대나무 시리즈에서는 달빛이 굴절된 것을 시인이 되고 싶은 느낌으로 표현했고, 달과 바람을 화면에 넣어 보려 했다고 했다. 그래서 인지 2007년 당시의 전시 주제는 ‘바람채집’ 이었다고 전했다. 3년 여 만에 선을 보이는 작품에는 은밀하게 담아낸 달빛이 강하게 느껴지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제 그림이 흑백이라 무거워 보입니다. 아마 꿈의 형상도 흑백과 같아서 무의식적인 추상적 풍경으로 보았으면 해요, 과거의 기억 속 의미로 단순히 달에 대한 감성 수치로 화면에 담긴 소나무를 바라봐 주기를 바란다.”전했다. 화가 이재삼은 지난 시간 자신에게 따라다니는 수식어에 대하여 그리 개의치 않는다고 한다. 그 스스로 서양화라는 장르적인 공부를 한 작가이지만, 자신이 누구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서 출발한 작업의 여정이 아직은 진행형이기에 지금의 작품에 자신을 한정시키기를 거부하고 있다. 서양 미술에 길들여져 있었던 자신이 크로스 오버적인 작업의 흐름으로 대양에 합류하고 있는 물줄기의 용틀임이라고 말한다. 세상이 현재 자신의 작품을 이해해 주기를 희망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닐 것 같다. -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