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일’(進禮茶飯事)은 우리 일상의 아주 소소한 일상을 함축적으로 담아낸 말로 받아들여진다. 특별한 이유도 없다. 그저 오래전부터 누가 먼저 시작한 것이 아니라 삶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우리의 모습에 주목한 특별한 전시가 마련됐다. 3월 16일부터 8월 25일까지 김해시 클레이아크미술관(관장 최정은)에서 마련한 ‘진례다반사’전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이 위치한 진례의 일상과 건축을 통해 살펴보는 ‘건축과 사회’라는 주제의 기획전시이다. 미술사적 담론이나, 거창한 수식어가 아니라 미술관관 이웃한 마을과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의 눈에 비친 건축에 대한 생각을 듣고 읽어보기 위해 건축가, 조경가, 건축연구자, 도예가, 설치미술가 등 7팀 11명의 각기 다른 시각을 한 자리에 모았다.
진례는 미술관이 있는 면 단위 지역으로 10개 리에 34개의 마을로 구성되어 있다. 분청도자의 고장이라는 역사적 층위가 만들어 낸 마을의 고유성을 간직하면서도 여느 면 단위 소읍의 보편적인 양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곳이다. 진례의 좁은 골목길은 한 모퉁이를 돌아 조금 더 넓은 길과 만나고, 사람과 차가 뒤엉킨 이 거리에서 시외버스는 사람을 태우고 먼지를 일으키며 내달린다. 어느 시대에 설치되었는지 알 수도 없는 조그마한 거리 광고판은 페인트가 벗겨지고 녹슨 채 세월의 무게를 드러낸다. 오래된 것들 사이로 1970, 80년대 풍의 가게도, 1990년대의 주택도, 2000년대 이후의 신축 상가 건물도 보인다. 이것이 오늘날 진례에서 만나는 일상다반사의 풍경이다. 전시는 이러한 소소한 일상의, 보통의 동네 건축을 둘러본다. 개발과 보존의 패러다임 사이에서 허물어 폐기하는 건축이 아닌 새롭게 살리는 건축을 바라본다. 이를 위해 미술관이 위치한 지역을 조사하고 또 지역민의 소리를 들어봄으로써 공존을 도모했다. 건전지(안재철+송종목+나춘선), 고영택, 김아연, 김재규, 신아키텍츠(신경미+신호섭), 와이즈건축(장영철+전숙희), 임태병+몰드프로젝트 등 총 7팀 11명의 참여 작가는 적게는 서너 차례, 많게는 십여 차례에 걸쳐 진례를 답사하고 주민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작년 11월부터 작가들은 지역을 둘러보고, 소통의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으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쟁점을 조사했다. 이 모든 현장에서의 진행과정들은 이제 기록으로 남는다. 이번 ‘진례다반사’전은 진례라는 마을을 통해 건축과 사회라는 큰 명제를 살펴보는데 의의가 있지만, 미술관과 진례가 직·간접적으로 소통하는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커다란 주제는 아니지만, 미술관이 숨을 쉬고 있는 지역과의 새로운 접점을 찾기 위해 마련된 전시를 통해 미술관이 더 이상 어렵고 찾기 힘든 공간이 아니라 일상의 삶 속에 공기와 같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055-340-7000.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