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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기 문화 칼럼]산나물에 대한 민속 전승지식, 철없는 현대인에 꼭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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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20호 박현준⁄ 2013.04.01 10:32:09

요즘 ‘1박2일’, ‘정글법칙’, ‘아빠 어디가’등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 그런데 이 TV 프로그램 때문에 아이들이 오히려 ‘들로 산으로, 야생으로’돌아가지 못하고 TV 앞에만 붙어 있다. 간접 체험에만 익숙해지고, 정말 야생에 홀로 남겨졌을 때 생존 전략이나 자연에서 먹거리를 찾지 못하는 몽매한이 되어 버렸다. 자연도감 책에서 식물을 배우지만 실제 들이나 산에서 먹을 수 있는 나물을 찾지도 캐지도 못한다. 사라져 가는 민속 가운데, 봄철만 되면 더욱 아쉬운 것이 나물에 대한 전승지식의 단절이다. 이 땅의 아낙네들 사이에서는 나물케는 시기, 장소, 먹는 부위, 조리방법 등 민속적인 지식이 온전하게 전승됐다. 체질과 효용 따라 봄나물 응용하면 건강에 큰 도움 어린 시절 봄이면 불렀던 “♩♪♬동무들아 오너라 봄맞이 가자. 너도나도 바구니 옆에 끼고서, 달래 냉이 씀바귀나물 캐오자. 종다리도 이 노래 부르자♩♪♬”는 요즘 아이들에게는 전설처럼 들릴 것이다. 달래, 냉이 씀바귀가 어떻게 생겼는지 어디에 나는지를 알 턱이 없다. 전통사회에서 들과 산이 최상의 자연 교실이고, 함께 산나물 캐던 언니, 친구들은 최고의 자연 선생님이었다. 한반도는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 한국인의 밥상은 계절에 맞추어, 제철의 식품을 음미하고 즐기는 건강밥상이다. 햇나물로 만드는 봄철의 시식은 겨울 동안 부족했던 비타민을 보충했다.

이제 완연한 봄이다. 봄이 와 밤이 짧아지고 피부 온도가 올라가면서 근육이 이완된다. 춘곤증, 만성 피로는 나른함이 심해지면서 나타난다. 봄철 밥상에는 봄나물로 국을 끓이고 나물을 무친다. 봄나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냉이는 그 향긋하고 독특한 향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맛이 좋다. 특히 살짝 데쳐 된장을 넣고 버무려 먹는 그 맛은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다. 약간 쓴 듯한 삽싸름한 맛이 매력인 달래는 비타민C를 비롯해 갖가지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다. 달래 무침에는 식초를 치는 게 제격이고, 된장국에 넣으면 개운한 맛을 내는 알칼리성 강장식품이다. 두릅의 상큼한 맛과 은은한 향기는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이다.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푹 찍어 먹으면 입안에서 봄내음이 싸하게 퍼진다. 연한 쑥으로 끓인 애탕(艾湯)은 쌉쌀한 맛과 쑥향이 봄철의 입맛을 돋운다. 위와 장에 좋은 냉이, 한약재로 쓰이는 달래, 피로 회복에 좋은 두릅 등 나물은 봄철의 대표적인 식료품이고 부식이다.‘봄나물’은 한국 식생활문화의 전통이자 자연채취 문화를 고스란히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참살이 바람을 타고 나물에 대한 관심이 새롭다. 이제 봄나물은 배고파서 먹었던 구황식이 아니라 질병, 특히 계절병을 예방하는 건강식이다. 봄나물을 체질과 효용에 따라 응용하면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제철음식이 최고의 보약이다. 제철 음식 못 먹는 현대인은 철을 알지 못해 철없어 나물 채취와 식용에 대한 민속 전승지식의 단절은 나물과 비슷하게 생긴 독초를 식용 나물로 오인할 수 있고, 채취했다고 해도 잘못 조리하면 식중독 우려가 있다는, 그래서 봄철만 되면 야생 식물류를 함부로 채취하거나 섭취하지 말아야 한다는 뉴스들이 단골로 등장하는 슬픈 현실이다. 현대는 계절에 상관없이 다양한 식품이 생산되고 있다. 제철 음식을 먹지 못하는 현대인들은 철을 알지 못하기에 철이 없다(?). 현대인들이 철들 때까지산 나물에 대한 민속지식은 적극적으로 교육하고 전승되어야 한다. -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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