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북촌을 걷다보면, 400살이 넘은 고풍스러운 향나무와 전통의 맥을 잇는 한옥마을이 어우러지고 현대적 미학이 가미된 서양식 건축물이 눈에 들어온다. 전통과 현대, 예술과 관람객, 건축과 미술의 만남을 통해 새로움을 창조하는 공간으로 탄생한 나무 모던 앤 컨템포러리의 모습이다. 300여 평에 달하는 내부 공간은 열려있지만 전시 공간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단지 전시공간만이 아닌 예술사상과 공간철학이 담긴 총체적 디자인 쇼케이스다. 현재 진행중인 미술의 다양한 장면과 현상들을 펼치고자 마련된 독특한 문화공간, 나무 모던 앤 컨템포러리가 NAS(Namu Artist Show)展의 두 번째 장을 4월 21일까지 펼친다. 매년 동시대를 통찰하는 미적 감식안을 바탕으로 참신하고 역량 있는 작가들을 지원하는 전시의 일환이다.
올해는 김기민, 류성훈, 윤상윤, 이상원, 이예린, 정재호, 최종운 등 총 7명의 작가가 초대됐다. 강렬한 창작 에너지로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해가는 작업을 통해, 한국 미술의 밝은 내일을 여는 계기를 마련했다. 전시를 준비한 최연진 수석큐레이터는 "나무 모던 앤 컨템포러리가 동시대 젊은 미술인들을 선정, 매년 자문위원회에서 추천을 받아 선정된 7인의 작가가 전시를 통해 보다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발판을 마련하는 게 이번 전시의 취지"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우리는 둘러싸고 있는 공간과 환경에 주목해 작업을 펼치고 있는 31세에서 44세 사이의 작가들이 바라본 동시대 고민의 작업을 선보이려고 애를 썼다."고 전시의 의미를 전했다.
공간이나 도시 풍경을 파편적이고 비선형적인 이미지로 재구성해 강렬하고 역동적인 도시적 체험과 모호한 기억의 상태를 보여주는 정재호(43). 특정 공간과 사람이나 동물이 물결에 맺히는 이미지와 같은 환영적이며 초현실적인 풍경으로, 집단과 그 구성원의 정체성에 관한 사유를 그려내는 윤상윤(35)의 작품이 함께한다. 휴양지나 공원에서 여가를 즐기는 군중의 모습을 담아온 이상원(35)은 이번 전시에서 색으로 구분되고 뭉쳐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컬러 시리즈로 표현한 작품을 선보인다.
회화, 조각,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 참여 류성훈(30)은 다양한 회화적 기법을 한 화면에 혼재시킴으로써 모순과 딜레마로 점철되는 현실과 그 현실을 대면하는 현대인의 내면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도시 거리 바닥에 고인 물웅덩이나 비온 뒤의 도로면에 비추어진 이미지를 담아내는 이예린(34)의 사진은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의 작은 틈을 잠시 들여다보게 한다.
김기민(30)은 분리된 시선을 가진 아이의 형상을 한 캐릭터를 통해 자연을 지배하는 동시에 보존하려는 인간의 모순적 양면성을 그려낸다. 최종운(38)은 로버트 인디애나와 데미안 허스트의 대표작을 병치시키는 설치작품으로 사랑과 죽음,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등의 화두를 제시한다. 회화나 조각,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7명의 작가들 중 신진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도약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주목 받고 있는 작가는 또 다른 가능성을 평가 받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