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책들을 선보이는 것은 잘 쓰여진 요리책을 공개하는 것이다.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한 재료와 방법, 아름다운 아날로그적인 레시피를 살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세계적인 출판계의 거장으로 불리는 게르하르트 슈타이들(Gerhard Steidl)의 'How to Make a Book with Steidl:슈타이들 전'을 위해 한국을 찾은 슈타이들이 생각하는 아트북에 대한 사고이다.
패션, 사진, 회화, 문학 등의 다양한 예술 장르뿐만 아니라 상업브랜드에 이르기까지 출판과 인쇄라는 과정을 하나의 예술의 형식으로 완성시킨 그가 만들어낸 다양한 출판물들이 4월 11일부터 10월 6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림미술관에 펼쳐진다. 세계적인 아티스트, 문학인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구성되는 이번 전시에는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다양한 각도로 보여주고 슈타이들이 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지난 40년간 쏟아 부은 열정과 노력, 장인 정신과 실험 정신이 깃든 총체적 예술세계가 공개된다. 디지털시대 첨단 장비들이 즐비한 가운데, 여전히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자극하는 것은 바로 손에 들고 다니느 책일 것이다. 책을 단순히 보는 책에서, 감상까지 할 수 있을 정도의 예술의 경지에 올려놓은 슈타이들의 책들은 일개 출판사의 마케팅을 넘어서 아트북의 경지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디지털은 잊기 위함이고, 아날로그는 간직하기 위함이다'라는 오늘날 디지털 매체의 한계를 지적한 사진가 로버트 폴리도리의 언급은 책에 대한 슈타이들의 가치를 잘 보여줌과 동시에 이번 전시의 의미를 더해준다. 넘쳐나는 무분별한 출판 인쇄물의 가치를 재고하고, 단순한 예술서적을 넘어 한 권의 잘 만들어진 책이 예술작품으로 지니는 가치를 재조명하는 '슈타이들'전은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희미해져 가는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자극하고 종이로 전해지는 감동을 새롭게 느껴보는 의미 있는 기회로 받아들여진다.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