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에 점을 찍는 기법에 주목해 직접 형태를 묘사하거나 작가의 정신 또는 철학적 담론을 점에 담아내는 현대 작가의 회화·조각, 그리고 겸재 정선의 유물급 고서화가 60층 높이 미술관에 함께한다. 4월 6일부터 7월 14일까지 서울 여의도 63스카이아트 미술관(관장 홍원기)에서 진행되는 '포인트 닷'(Point Dot)전을 통해서다. '포인트 닷'전에는 김환기, 이우환, 곽인식, 황인기, 이동재 등 점으로 작업하는 국내 대표 작가와 도트와 스팟으로 화면을 구성하는 쿠사마 야요이, 데미안 허스트 등의 회화 작품이 걸린다. 또한, 육각형의 입체 블록 조각으로 설치미술 작업을 하는 김계현의 작품과 진경산수화의 대가인 겸재 정선의 주요 그림 등 45점의 작품이 함께한다.
현대적 미술관에서 선보이는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가 눈길을 모은다. 진경산수화 속 미점을 만나볼 수 있는 작품들은 점의 진수를 살펴 볼 수 있다.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는 실경산수의 큰 흐름 가운데 정선에 의해 성립되어 크게 유행한 화풍으로 우리 산천을 소재로 한 산수화이다. 정선(1676∼1759)은 진경산수화에서 우리나라의 실경을 표현하는데 적합하도록 중국 북송대(920-1126) 문인서화가였던 미불(米芾) 부자의 미법을 변형해 사용했다. 미불부자의 미점은 습윤하고 모호한 대기표현을 위한 것이었으나 정선의 미점은 나무가 울창한 산의 모습을 빠른 필치로 신속하게 그리기 위한 것으로 우리나라의 실경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나타내기 위한 방법이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겸재 정선의 그림은 고려대학교 박물관 소장품으로 ‘목멱산도(木覓山圖)’를 비롯해 ‘망양정도(望洋亭圖)’까지 23점의 소품을 팔곡병풍에 표구한 ‘백납병풍(百納屛風)’이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더불어 금강산의 칼날 같은 첨봉들을 화면의 4분의 3쯤 가득 그리고, 그 왼쪽과 아래쪽으로 푸른색을 바탕색으로 한 뒤 미점을 부드럽게 찍어 남성적인 골산과 여성적인 토산을 대조시킨 ‘금강산도(金剛山圖)’와 지금의 청운동 일대를 원숙한 필치로 그려낸 ‘淸風溪圖(청풍계도)’ 가 함께 했다. 점은 그림의 기본단위이기도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찰라, 순간도 점이라 할 수 있다. ‘Point Dot’ 전은 기술로서의 점묘, 철학과 사회, 정신 등을 담아낸 추상적인 점을 다룬 작품들과 동양의 정신과 한국적인 정서를 담아낸 정선의 진경산수화를 통해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재확인 하는 시간이자 이 순간, 찰나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