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동독 출신의 독일 신표현주의 거장 마커스 뤼페르츠(72)의 회화 16점과 조각 5점이 국내 애호가들을 위해 선을 보이는 자리를 마련했다. 하지만, 최근 남북간의 대치 국면과 북핵 위협으로 불안전한 한반도의 상황을 인지한 거장은 목숨의 위협을 느껴 내한하지 않고, 그의 대표작만이 6월 23일까지 서울 강남구 더페이지 갤러리에 걸리게 됐다. 그는 독일의 신표현주의의 선두주자이며, 1988년부터 자신의 모교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학장으로 재직하면서 여러 국제적인 전시와 함께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마커스 뤼페르츠는 회화의 ‘추상화 주의’에 반대하여 ‘회화를 위한 회화, 열광적 회화’라는 슬로건과 함께 회화의 참된 본질을 찾고자 했다. 그는 자신의 강렬한, 감정적 주관성을 보다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인물형상과 신화 같은 단순한 모티브를 구상 요소로 캔버스 위에 재현했다. 이후, 뤼페르츠는 구상과 추상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자신만의 작업 스타일을 추구해 나갔다. 작가의 내면적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형상성을 채택하고 회화성의 부활을 꾀하는 것으로 요약되는 신표현주의 미술의 선구자라 여겨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독 출신인 마커스 뤼페르츠는 물질적 가치로 가득찬 서독에서 소외감을 경험하며 물질적 부유함이 가지고 온 정신적 빈곤함을 그의 작품에 표현 하고자 했다. 사회주의 미술교육을 통해 구상적인 회화 기법을 습득 했지만 이를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암시적이고 반추상적인 그만의 스타일을 창조 해 냈다. 캔버스를 벗어나 프레임에도 물감을 칠하는 방식으로 회화적 자유로움이나 브론즈 조각상 위에 오일 물감으로 색을 입히는 방식 등은 그가 시도한 새로움이었다. 이러한 작품 스타일을 통해 신화적 요소를 원시적이고 강렬한 표현기법으로 재해석 하여 미술계에서 논란과 경외의 대상이 됐다. 신표현주의 작품은 표면상으로 무척 다양하면서도 공통된 특성을 갖고 있다. 구성·구도에 있어서 전통적 기준을 거부하고 현대생활의 가치관을 반영하였으며 무언가 메시지가 있는 것 같으나 딱히 알아차릴 수 없는 애매모호함이 있다. 이상과 규범, 질서의 틀을 거부하고 자유스러운 개인의 상징체계를 구축하려고 애쓰며 이 때문에 종교·사상에 관계없이 누구나 보편적으로 상정할 수 있는 범세계적인 메타포를 사용한다. 이번 더페이지 갤러리에서 열리는 그의 개인전에는 1980년대부터 이어져 온 회화 시리즈뿐 아니라 2000년 이후로 그가 공개한 '신화'시리즈, '누드백'시리즈, '목자의 생각'시리즈 등 그의 작품 활동의 전반적인 내용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