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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아티스트]박창환 “깨지고 부서진 파편은 새로움을 창조”

사회 속 인간은 하나의 파편…파편의 진정한 의미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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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26호 김대희⁄ 2013.05.13 14:37:11

하나의 화면 속에 수많은 형태와 의미를 담은 파편들이 그려져 있다. 하지만 어떤 파편인지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림 속 수많은 드로잉 자국들이 작가의 생각과 느낌을 옮긴 파편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냥 그려진 게 아닌 하나하나가 모두 생각의 이미지라고 한다. “파편을 그리고 있어요. 파편은 어느 한 부분에서 깨지거나 분리돼서 나오는데 모두가 온전체 DNA를 가지고 있어요. 떠돌다가 다른 것과 결합하고 또 새롭게 창조되기도 하죠. 이런 시발점으로 작업을 하게 됐어요. 파괴는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파주출판단지 ‘휴+네트워크 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해 있는 박창환 작가의 작업실을 찾아간 날 자신의 작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우리가 흔히 지나치고 홀대하는 파편은 그 나름대로 소중하면서 가치가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사회와 인간의 가치에 대해 그려왔었다. 어찌 보면 사회 속 인간도 하나의 파편이기도 하다는 그의 말에 공감할 수 있었다. 시골에서 자란 그는 시골에서 읍내로 그리고 서울로 또 다시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었는데 이 과정들이 자신을 형성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내 개인을 봤을 때 공간에 따라 생각이 바뀌고 환경에 따라 전개됐어요. 우리가 만들어가는 게 과정인거죠. 사회구조도 마찬가지에요. 우리 인간 한명이 개체고 사회의 파편이라 할 수 있죠. 사회와 연결 지어 보면 쉽게 알 수 있어요. 우리는 물질이나 외모를 강조하는데 이러한 물질은 긍정적 요소로 윤택함을 준다기보다 부정적인 요소로 비춰지죠. 우리는 집단을 중요시하는데 개개인도 중요하고 쓰임새 있고 가치가 있다는 걸 잊고 있어요. 이처럼 파편하나하나가 아름다운 요소라 생각해요. 그림을 통해 긍정적인 요소를 강조하고자 해요.” 그의 그림을 보면 한 번에 형태를 알아볼 수 없어 추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파편 하나하나는 구상으로 볼 수도 있다. 파편은 쓸모없지만 기존에 가지고 있던 본질을 담고 있으면서 개방성을 가진 요소의 파편이라고 한다.

그는 이러한 파편이 가진 의미로 물질성뿐만이 아닌 가치가 있는 요소로서의 파편을 강조하고자 한다. 화려한 색감은 긍정적인 부분을, 두텁게 칠한 물감은 화면 속 물질성을 나타내기 위함이다. 그는 파편은 어떤 욕망에 의해 생성된다고 생각했다. 욕망이 충족되지 않을 때 깨져 파편이 만들어진다는 얘기다. 최근 다양한 잡지 광고 이미지를 밑바탕으로 작업하는데 사실 그대로가 아닌 흐릿하게 그리고 있다. 기존의 모습은 사라지는 의미로 그 위에 새로운 욕망으로 파편을 그리는 것이다. 주로 유화를 사용하는 그는 회화 뿐 아닌 사진이나 입체작업도 하는데 사진 또한 광고 이미지 위에 칼로 긁어서 드로잉을 한다.

붙이고 긁고 칠하고 떼어내기 반복 “모두 욕망의 파편들” “회화 작업에서 파편을 그릴 때는 캔버스에 종이테이프를 붙여 드로잉을 하고 긁어내서 색을 칠해요. 이렇게 붙이고 떼어내고를 수없이 반복하는 거죠.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려요. 드로잉은 무작위로 하는 게 아니라 개인적인 생각 이미지를 그려요. 당연히 알아볼 수 없는 것들이죠. 모두 욕망의 파편들로 욕망도 계속 변하니까요.” 이처럼 노동집약적인 작업인 만큼 만만치 않은 시간을 요하지만 물감을 중첩해서 두텁게 발라 마르는데도 오래 걸린다고 한다. 그는 그림이라는 게 내용적인 면보다 보이는 그 자체로 느낄 수 있는 예술이라고 생각한다며 시각적으로 먼저 “이런 그림도 있구나”하는 새로움을 느껴갔으면 했다. 그가 생각하는 파편의 느낌은 새롭고 다양함이기 때문이다.

2012년 이곳 파주출판단지 ‘휴+네트워크 창작스튜디오’에 입주했다는 그는 생각보다 도심과 가깝고 다양한 책들을 볼 수 있는 장점에 정서적으로 편안하게 작업을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또한 서울 구의동에 입체작업을 위주로 하는 작업실도 있는데 그곳은 3년 전부터 개인사업가의 후원 작가로서 작업실을 후원받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어느 하나에 치중하지 않고 다양한 그림과 기법으로 실험과 도전을 통해 항상 변화를 꾀하는 그는 앞으로 작업을 종합적으로 정리해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자신의 눈으로 사회를 보고 분석하면서 ‘파편’이라는 주제는 계속 가져가고자 한다. 그림을 통해 삶 속 가치를 돌아보고 문제점을 함께 논하고자 하는 그는 6월 1일부터 28일까지 서울 명동에 있는 커먼플레이스에서 개인전을 연다. - 김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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