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치매’ 란 말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나왔다.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다 뇌기능이 저하되고 기억력, 사회성이 떨어져 언어발달과 유사자폐 장애를 유발하는 것을 말한다. 2004년 국립국어원에 처음 등재됐다. 30대 이하 환자가 4년 새 두 배로 늘었고 직장인의 63%가 디지털 치매의 일종인 건망증을 앓고 있다. 스마트시대를 맞아 디지털에 역습을 당한 꼴이다. 독일의 뇌 연구가 만프레드 슈피처 박사는 저서 ‘디지털 치매’에서 우리나라 학자들이 이를 처음 발표했다고 인정했다. 아울러 기억력 장애와 감수성 약화를 겪는 사람들이 급격히 증가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치매는 세계 공통 현상이지만 정보화 강국 우리나라가 유독 심하다.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다 뇌기능 저하 기억력 장애 치매(痴呆)는 뇌손상에서 온다. 제정신이 없어져 구름 위를 떠돈다. 환자는 물론 가족에게는 천형이나 다름없다. 나이 들어 경계할 병이 암과 치매라는데, 암은 검진을 통해 진단할 수 있지만 치매는 다르다. 바람같이 왔다 이슬같이 스며든다. 양쪽 귀 사이 1.4kg의 뇌가 길을 잃는다. 11년 후 우리나라 치매환자가 100만 명을 육박할 것이라는 조사도 있다.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아 생뚱맞게 디지털 치매, 치매를 떠올린 건 다름 아니다. 우리가 그동안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는지, 잊을 것과 기억할 것을 제대로 분간하는지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이는 새 정부 화두인 소통과 상생, 사랑과 행복과도 일맥상통한다. 경제민주화 이슈 중 하나인 갑을(甲乙)갈등도 여기서 나온다. 제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 따르면 6·25 동란 국군 전사·실종자는 16만2374명이다. 이중 현충원 안장자는 2만9202명이다. 나머지 미수습자는 13만3172명에 달한다. 어딘가에서 구천을 떠돌 이름 모를 혼백(魂魄)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는 그들을 쉽게 잊고 사는 건 아닌지 진정 되돌아 볼 때다. 북한에 생존해 있는 국군 포로도 500여 명에 달한다. 1994년∼2010년 80여 명이 북한을 탈출해 그리던 조국에 왔지만, 나머지는 행방이 묘연하다. 그들의 가족 중에는 살아 돌아오리라 믿고, 주소도 옮기지 않은 채 대문을 열어놓고 사는 가족이 많다. 날마다 정한수 떠놓고 자식의 무사귀환을 비는 부모도 많다. 호국보훈의 달…물 마실 때 우물 판 사람 기억해야 최근 북파공작원 6083명에게 6884억 피해보상을 해준 건 늦었지만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북파공작원 등 특수임무 수행자와 유족들에 대한 기억과 예의다. 일인 당 일 억원 꼴 보상이 그들에게 작으나마 큰 힘이 됐으면 좋겠다. 이번 보상에서 제외된 사람들(주소지 불명, 주소지가 북한)도 계속 발굴했으면 좋겠다. 과거의 잘못은 바로 잡아야 (개전대비 改前代非) 옳다. 이제 6·25 정전 60주년을 맞아 정부 차원에서 국군 미수습 전사·실종자, 생존 국군 포로에 특단의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독일의 프라이카우프(Freikauf 자유를 사다)를 벤치마킹하는 거다. 1963년∼1989년 서독은 동독에 수감된 정치범 3만 명을 데려왔다. 한 사람 당 5000만원을 줬다. 경제력이 앞선 서독은 서독대로 명문을 살리고 동독은 동독대로 자국민에 생색을 내는 상생이었다. 북측도 국군 포로·실종자를 놓고 더 이상 흥정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를 통일을 향한 첫걸음으로 삼자. 대개 은혜는 물결위에 새기고, 원한은 바위에 새긴다. 기억할 것과 잊을 것을 분간 못하고 자기위주로 한다. 바꾸는 게 도리다. 은혜는 바위에 새겨야 옳다. 대한민국이 누구 때문에 존재하는지, 그 뿌리를 보듬자. 물 마실 때 우물 판 사람을 기억하자. (음수사원 飮水思源) - 김경훈 편집인 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