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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 큐레이터 다이어리 - 20]금기, 그 욕망의 증폭제!

예술의 존재 이유는 합법적으로 금기를 다루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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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30-331호 박현준⁄ 2013.06.17 11:13:05

‘금기를 깨는 이야기가 주는 쾌락’, 우리가 막장 드라마에 빠지는 이유다. 살인이나 사기, 절도와 같은 법적 금기를 비롯해 불륜, 도박, 알코올중독과 같은 도덕적 금기에 관한 허구는 끊임없이 생산된다. 소설, 드라마, 영화와 같은 허구는 금기시되는 것들을 공개적으로 즐길 수 있게 한다. 일탈에 의한 쾌감을 간접적으로 충족시킨다. 이것의 순기능은 실제 해볼 수 없는 것에 대한 정신적 해소다. 한편으로는 이상적 삶을 추구하는 데에 자극을 준다. 하지만 현실은 역기능이 우선하는 분위기가 판을 친다. 위안을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가 하더라도 나쁠 것 없는 세상의 이면으로 치부하는 함정에 빠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합법적으로 금기를 다루는 것은 예술의 존재 이유 중 중요한 하나다. 대중문화는 자극적인 것을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이것들을 남용할 때가 많다. 순수예술이 필요한 중요한 이유를 이 시점에서 꺼내본다.

대중문화는 일회성 소비문화다. 한 번 강하게 소모되는 것, 다시 말해 인기를 얻는 것에 의의가 있으므로 비판의식을 갖게 하는 기능이 약하다. 반면, 순수예술이 치중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의식의 재고다. 미술작품에서 금기를 다룬다면 그것도 표면적으로는 인간의 원초적 욕구를 해결한다. 작품을 눈으로만 봤을 때의 얘기다. 하지만 미술작품은 보는 것에서 나아가 그 이면의 의미를 읽었을 때 진정 그 가치가 완성된다. 예컨대, 누드나 성행위를 소재로 삼는 미술작품은 인간이 평생 공개적으로 헐벗을 수 없는 부분을 다루기에 그 자체로 파격이다. 그 파격은 선정성이 목표가 아니다. 헐벗은 인간의 모습이 부끄럽게만 치부되는 것을 넘어서도록 날 것의 생명력, 에너지를 하나의 ‘미(美)’로써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성행위를 잔인하고 추악하게 다룬 작품일지라도 전하고자 하는 본질적인 메시지는 사디스트나 마조히스트를 대변하진 않는다. 오히려 그것이 아름다워 보이지 않게 함으로써 무언가 더 낳은 다른 방향을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자극하는 부분이 크다. 종교적 금기를 허무는 작품들을 살펴보면 더욱 극명하게 알 수 있다. 미국작가 앙드레 세라노는 예수의 십자가를 소변 속에 담근 장면을 선보였고, 크리스 오필리는 성모마리아 상을 배설물로 표현했다. 이 작품들은 성역을 파괴하는 데서 오는 쾌감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영혼을 정화한다는 명목 아래 일삼아지는 추태를 극단적으로 풍자한다. 종교적 성향이 악용되는 상황들, 불필요한 판타지로부터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각성제다. 예술은 건강하게 욕망을 채우는 치유 음악도 마찬가지다. 음악의 주제가 금기시되는 사회현상 일부를 노래하는 경우 그것은 비판의 의도가 크다. 자해하거나 자살을 시도하는 이들을 소재로 한 음악을 들어본 적이 있다.

그 노래는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이들에게 가하는 쓴소리다. 그 길로 가는 사람은 온 힘을 들여 자신을 돌보기를 포기한 것이므로 동정과 연민과 같은 일말의 존중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얘기다. 결국, 사랑과 존중에 대한 메시지를 극단적 현상에 빗대어 전하는 것이 그 음악의 본질이다. 암울한 내용에 율동적인 선율이 입혀지면서 그 메시지는 흥겹게 리듬을 타는 와중에 전달된다. 부정적 정서를 긍정적으로 승화시키는 순수예술의 힘을 느끼게 되는 지점이다. 시각적 이미지 혹은 노래 가사가 금기와 맞서는 예술에서 받는 것은 은밀한 쾌감과 동시에 비판의식을 일깨우는 데서 오는 카타르시스다. 금기는 욕망을 증폭시킨다. 금기는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인간의 욕망 또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욕망이 충족되지 않을수록 인간은 극단적 이탈을 할 가능성이 있고 이로써 사회는 점점 병들어 간다. 근래 유행하는 독소제거의 하나로 예술을 제안한다. 예술은 그것을 보고 듣고 나아가 읽었을 때 좋은 약이 된다. 예술을 통해 금기를 즐기는 것은 체내의 독소를 빠지게 하고 건강하게 작용하는 요소만을 남긴다. 예술은 건전하고 건강하게 욕망을 채우는 방법이자 치유가 될 수 있다. 정신적 카타르시스를 주는 예술이 없다면 수면 아래의 세상은 더 추악해질 것 같다. 마음을 읽는 독심술, 통찰력을 예술에도 발휘한다면 삶을 더욱 가치 있게 완성해갈 수 있다. - 신민 진화랑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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