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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24시]“드라마 인기가 부담? 드라마 넘어선 뮤지컬 기대하세요”

[인터뷰]창작 초연 뮤지컬 ‘해를 품은 달’ 정태영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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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35호 김금영⁄ 2013.07.15 11:41:15

“드라마 ‘해를 품은 달’ 때문에 부담되진 않았나요?” 아마 정태영 연출이 올해 들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자, 식상한 질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부담은 됐죠.” 정 연출의 허심탄회한 고백이다. 정 연출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7월 31일까지 공연되는 뮤지컬 ‘해를 품은 달’(이하 ‘해품달’) 연출을 맡았다. ‘해품달’ 뮤지컬화 소식은 유독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이는 2012년 상반기 방영된 드라마 버전 ‘해품달’의 영향이 크다. 김수현, 한가인, 정일우 등 많은 스타를 배출한 이 드라마는 시청률 40%를 넘으며 국민 드라마로 우뚝 섰다. 그렇기에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을 수 있는 상황이기도 했지만, 반대로 또 높아진 기대 때문에 관객들에게 실망감을 주지 않을까 부담스러운 작업이기도 했다. 하지만 뮤지컬 ‘해품달’은 드라마의 방향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았다. 대본을 맡은 박인선 작가는 “유명한 드라마를 기반으로 한 뮤지컬들이 많이 있지만, ‘해품달’의 대본은 드라마의 여러 장면들을 짜깁기 식으로 집어넣는 부분을 지양하고 소설을 기반으로 구성됐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작가의 설명대로 뮤지컬 ‘해품달’은 2011년 출간된 정은궐 작가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 그렇기에 드라마와는 차별화된 매력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정 연출의 설명이다.

음악과 무대는 드라마-뮤지컬 구분 짓는 큰 매력 “사람들이 ‘해품달’ 하면 흔히들 드라마를 떠올려요. 하지만 드라마에 나왔던 모든 것들을 사실적으로 그대로 따라가서는 뮤지컬 ‘해품달’만의 매력을 보여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요즘 공연을 보는 관객들의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죠. 그래서 너무 상징적이지도, 너무 사실적이지도 않은 딱 중간 지점에서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신경 썼어요.” 무대 위에서만 표출될 수 있는 매력을 한껏 살렸다. 서로 사랑하지만 잔인한 운명의 장난으로 액받이 무녀가 된 ‘연우’와 그런 그녀를 잊지 못하는 왕 ‘이훤’ 그리고 연우만 바라보는 이훤의 배다른 형 ‘양명’의 끊어질 듯 이어지는 인연을 조각보로 표현했다. 조각보는 궐이나 기와집 등 사실적인 건물 대신 공간을 구분 짓는 요소로 쓰이기도 했다. 특히 조각보 특유의 따뜻한 색감 때문에 무대는 더욱 아름답게 표현됐다. 조각보를 비롯해 탈과 무녀들의 공간들 등 무대만이 보여줄 수 있는 판타지와 상징 속에 한국적 색이 녹아들었다. 드라마에서는 다소 미미했던 양명의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켰고, 연우가 기억을 잃는 과정에서 새로운 장치가 준비됐다. 의젓해만 보이던 왕 이훤 캐릭터에도 익살스러움을 살짝 더하면서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음악 덕분에 모든 상상을 할 수 있었다”는 정 연출의 말처럼 음악이 드라마와 뮤지컬 ‘해품달’을 구분 짓는 가장 큰 요소이다. 입에 절로 흥얼거리게 만드는 멜로디가 많다. 음악 장르도 다양해 귀가 즐겁다. 극의 전개는 빠르게 구성했다. 관객들이 빠른 전개를 따라가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도 됐지만 ‘사랑’이라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아서인지 현재까지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해품달’의 모든 이야기를 한 마디로 줄이자면 ‘왕의 첫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사랑’으로 어필 ‘그래 사랑이다’ 넘버에도 사랑 이야기를 하고, 이훤과 연우가 연서를 주고받는 ‘연서’에서도 아기자기한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물며 이훤과 연우가 가슴 아픈 이별을 하는 ‘문이 닫힌다’에서도 “모든 것은 사랑이어라”는 가사가 등장한다. ‘해품달’은 12월 일본 동경 공연이 예정돼 있는데, 중심으로 삼고 있는 ‘사랑’이라는 정서 덕분에 일본 관객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 연출의 생각이다.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일본은 디자인이 발전된 나라인데 한국 특유의 아름다운 색감도 통할 것 같고요. 또 한국 드라마가 일본에서 인기가 많잖아요? 드라마를 좋아하는 정서 등 여러 코드가 맞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일본 관객들에게도 첫사랑이 있었을 테고요. 이훤이 첫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본인의 상황과 맞닥뜨리면서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해품달’이 걸어온 길은 화려해 보인다. 용인에서 먼저 프리뷰 공연을 거친 뒤 서울 본 공연을 시작하기도 전에 제7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 초청돼 대구 관객들을 만났다. 결과는 매진이었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일본 진출까지. 하지만 이 영광스런 순간을 맞이하기까지는 힘든 과정이 있었고 지금도 거치고 있다. 모든 것을 처음 만들어야하는 창작 초연작이었다. 다 지어져 있는 집을 들어가는 게 아니라 설계도부터 그려야 하는, 게다가 집이 어떻게 지어질지, 집이 지어져도 사람이 들어올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시작해야 했다. “창작 뮤지컬이 별로 없어요. 흥행이 보장된 것이 아니기에 창작 뮤지컬을 만들 기회를 얻기도 힘들죠. 저도 불안감이 있었지만 너무 재밌는 작품이라서 도전하고 싶었어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걸으면서 이 작품이 무대 위에 어떻게 펼쳐질까 상상하고, 그런 상상들이 점점 구체화되는 걸 보면서 보람을 느꼈어요. 우리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고요. 공연 예술을 하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행복인 것 같아요. 초연의 의미는 제게도 남달라요. 더구나 세계 초연이잖아요(웃음).”

“‘해를 품은 달’이 세계에서 사랑받기를” 창작 뮤지컬 작업에 대해 이야기할 때 유독 정 연출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마 창작 뮤지컬에 대한 각별한 애정 때문인 듯 했다. 물론 정 연출이 창작 뮤지컬 작업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스’, ‘페임’, ‘판타스틱스’ 등 유명한 라이선스 뮤지컬 연출을 맡은 적도 있다. 그 공연들을 보며 왜 이 작품들이 롱런하고 사랑받는지 배웠고, 그 경험들을 창작 뮤지컬 작업에 쏟았다. 정 연출은 “창작 작품이 많이 나와야 한다”며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선의의 경쟁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 힘든 작업을 버틸 수 있었던 건 함께 해준 배우와 스태프들 덕분이다. 정 연출은 “이 작품을 하겠다고 선택한 프로듀서들과 작품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작곡가, 안무가, 배우들 등 여러 스태프들의 상상이 더해졌다”며 “극장 안에서 같이 고민하면서 내가 상상할 수 없는 부분들을 채워줬다. 직접 무대에 서는 배우들에게서는 좋은 에너지를 받아서 힘들 때마다 버틸 수 있었다.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해품달’은 아직도 발전하기 위해 수정 작업을 거치고 있다. 템포를 방해하는 부분을 거침없이 들어내기도 했고, 공연에 대한 평에 귀를 기울이며 지속적으로 소통 작업을 한다. 이렇게 계속 업그레이드돼 단발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공연이 재연되면서 브로드웨이 뮤지컬 못지않은,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해품달’이 되는 것이 정 연출의 현재 바람이다. “임동균 프로듀서와도 이야기를 했는데 ‘창작 뮤지컬이 이 정도면 됐어’가 아니라 ‘창작 뮤지컬이 훨씬 재밌네’라는 말을 듣고 싶고, 만들고 싶어요. 한국 영화도 과거엔 외화 블록버스터와의 경쟁에 힘들어했지만 지금은 너무나 뛰어난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잖아요. 뮤지컬 또한 역사가 길지 않고 서양의 것이 들어오면서 시작됐지만 우리도 언젠가는 우리 이야기를 담은 우리 뮤지컬을 가지고 외국 시장에서 사랑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 이렇게 잘 한다’는 걸 세계에 보여주고 싶습니다(웃음).” 먼 길을 가기 이전 지금은 현재 걷고 있는 ‘해품달’이라는 길을 잘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정 연출은 “뮤지컬 ‘해품달’을 보고 많은 관객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웃어보였다. 오래도록 무대 위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하던 정 연출, 앞으로 이어질 그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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