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과 미술의 만남을 패턴으로 보여주는 전시 '패션 위드 패턴'(Fashion with Pattern)'전이 7월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빌딩 63스카이미술관에서 막이 올랐다. 전시는 현대인에게 의복이 몸을 보호하는 기능적 측면 외에도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패션이 단순한 옷을 넘어 예술로 인정받고 있음에 착안됐다. 꽃무늬 패턴은 로코코, 르네상스, 아르누보 시대에 많이 나타나고 애니멀 패턴은 고대부터 동물을 숭배의 대상, 주술적 의미로 받아들여 텍스타일 무늬로 많이 사용했다. 또 근대에 들어서 줄무늬, 체크, 물방울, 기하학 패턴 등 디자이너마다의 개성 넘치는 다양한 패턴이 등장한다. 여러 패턴 중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국가를 막론하고 디자이너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패턴 중 꽃무늬 패턴, 줄무늬 패턴, 해골무늬 패턴은 시기와 지역은 달라도 디자이너마다 그 의미와 내용이 비슷해 미술계에서도 작가들의 작품의 주요 주제로 사랑받고 있다. 현대작가의 회화, 조각, 설치 작품과 함께 디자이너의 드로잉과 주요 패턴이 적용된 옷을 만날 수 있는 '패션 위드 패턴'전에는 주요 패턴 세 가지를 각각 살펴 볼 수 있도록 3부로 구성했다.
'꽃무늬 패턴-생명과 시작'에는 꽃과 식물을 특징적으로 표현하거나 대상에 대한 여러 생각을 담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김미로의 '페이지 사이'시리즈는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꽃과 식물들의 중첩된 이미지를 통해 작가 개인의 경험과 생각을 보편적 감성으로 확장시킨다. 김제민의 '잡초 끈질긴 생명력 기르기'는 잡초 시리즈로 의인화된 식물에 인간의 삶을 빗대어 재치 있는 비유와 풍자를 통해 사회의 부조리를 표현한다. 또한 영국 세인트 마틴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하고 프랑스 장 폴 고티에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김종수의 꽃을 모티브로 작업한 옷과 드로잉 'Angry flower'시리즈를 통해 2차원과 3차원을 오가며 극적인 판타지를 표현하는 디자이너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줄무늬 패턴-연결'에서는 마린룩의 기본 이미지이자 무한한 선의 나열이라고 할 수 있는 줄무늬 패턴이 작품에 드러나거나, 직접 이용한 작품을 만난다. 1871년 프랑스 해군 유니폼으로 줄무늬가 지정되면서 줄무늬는 악마의 무늬에서 친숙한 이미지로 정착된다. 오늘날 마린룩의 상징이자 젊음과 활력을 나타내는 하나의 아이콘이 됐다.
익숙한 도시풍경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과 이미지 층을 긴 색 띠로 표현한 김지혜의 '시티 스페이스', 수직·수평의 스트라이프와 그 위로 부상하는 이미지를 통해 현실공간과 기억공간에서 소외된 도시인들의 고뇌와 방황을 연결하는 줄무늬로 드라마틱한 화면으로 연출한 이호섭의 '원데이 2011-3'이 걸렸다. 또 사회주의 나라 전쟁의 위험과 로맨틱한 음악과 춤이 공존하는 쿠바의 모습을 철조망 프린트와 스트라이프 믹스를 이용해 위트있게 표현한 최지형의 'COUBAN REVOLUTION'컬렉션, 선을 중심으로 실험적이고 건축적인 형태, 다양한 커팅, 섬세한 디테일을 이용한 김기호와 모모코 하시가미의 전위적인 디자인 작품이 함께한다.
'해골무늬 패턴-죽음 또 다른 시작'에서는 인간과 죽음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의미를 담은 작품을 모았다. 현대사회에서의 죽음의 의미를 재고찰하는 권정호의 '꽃피고, 바람불고 비가 오고 눈이 온다'는 특유의 해골 이미지가 패턴처럼 화면에 가득하다. 'Ken Moddy and Robert sherman'은 유명 사진작가인 로버트 메이플 도프의 동명 작품을 차용 제작한 김두진의 작품으로 해골을 통해 성별, 인종 등에서 오는 고정관념과 편견을 깨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잘 나타나는 작품이다.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우리의 일생을 해골에 빗대어 섬세한 드로잉으로 표현한 최정우의 작품도 함께 볼 수 있다. 12월 1일까지 계속되는 63스카이아트 미술관의 '패션 위드 패턴'전은 시대의 문화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활용된 패션을 통해 삶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