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이고 세련된 감각으로 끊임없이 실험하고 노력하는 젊은 작가, 안두진의 개인전이 8월 21일부터 9월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화동 이화익갤러리에서 펼쳐진다. 안두진은 자신만의 조형 이론인 ‘이마쿼크(Imaquark)’를 창조해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마쿼크’란 '이미지(Image)'의 '이마(Ima)'와 물질의 최소단위인 ‘쿼크(Quark)’가 합성된 용어이다. 미술이라는 장르도 단위로 나누어질 수 있음을 증명하려는 생각에서 탄생한 ‘이마쿼크’는 우리가 상상하고 미술이 허용하는 조형의 세계를 구체화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물질이 그 최소단위인 원소의 배열과 구조로 탄생되듯 미술 역시 시각 영역의 최소단위인 ‘이마쿼크’의 운용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장르와 이미지를 재탄생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발하고 창의적인 개념으로 시작된 작가의 작업 개념은 이번 전시인 ‘오르트구름’전을 통해 다시 한번 정립되는 중이다. 사실 ‘오르트구름‘이란 천문학적으로 ’태양의 중력이 미치는 최대한의 영역‘이라는 상상의 공간을 말한다.
하지만 작가는 이것들의 원리와 작용의 방식을 작업의 근본적인 개념으로 발전시킨 후, 은유의 방식을 통해 미술로 표현하려고 한다. 어쩌면 ’오르트구름‘은 작가에게 실증과 가설이 공존하는 이상적 공간으로 이번 전시는 그 안에서 충돌과 대립 작용을 일으키는 ’이마쿼크‘의 운동을 미술적 언어로 설명하려는 또 다른 도전일 것이다. 이마쿼크(Imaquark)의 요소로부터 시작된 원형의 관계는 숭고함의 그림자를 덧입힘으로 유기적 환원을 통해 구조화를 이룬다. 유기적 구조화의 의미를‘숭고’란 개념에 은유한 것은 이마쿼크의 유기적 구조화가 가늠할 수 없는 가능성과 의미를 배태시킬 수 있는 구조를 지니고 있음을 내포하기 위함이다.
결정 불가능적 구조(불편, 불안의 정서) 즉 가능성과 의미는 범주와 영역이 없음에 결정 불가능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분이면서 전체이고 전설과 신화를 낳는 사건이며 언어로서의 단어인 것이다. 즉 요소와 구조의 개념이 상하위 개념이거나 수평적 개념이 아닌 유기적 환원이 이뤄지는 시스템인 것이다. 따라서 이마쿼크의 요소들의 집합적 배열인 원형은 생명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동시에 기계적인 배열이 분명하게 느껴지는 행동과 사건인 것이다. 이러한 가능성에 관한 실험은 원형이 지니는 창조적 구조인 유기적 관계망을 미술적 언어로 환원시켜 설명하고자 한다. 숭고함을 모방할 수 있고 그 그림자를 덧입은 원형이 서사를 낳는 파괴적 구조를 보여줌으로 결정 불가능적 성격을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내고자 한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사건, 먹구름이 밀려가는 불안한 날씨, 그림의 정서와 그리기 방식의 대립 등 불안과 불편의 정서들은 요소와 내용으로 연결되어 특이점 상태가 된다. 이는 하나의 지점이며 가능성이요 파생될 의미를 은유한다. 신화와 전설, 이야기가 되고 이미지와 개념의 비선형적인 압축으로 혼돈된 양상이 낳는 특이점이 원형인 것이다. 이것을 미술적 언어로 환원시키기 위해 각 요소들(내용, 화면, 표현방식)을 대립, 충돌시킨다.
작업 전반에 나타나는 ‘낭만적 정서’와 작업의 세부적 단계가 패턴을 형성하여 대립시킴으로 긴장관계를 연출한다. 화면에 등장하는 검은 구름은 화산재를 연상 시킬 정도의 무거운 구름이다. 이러한 무거운 구름이 열대의 구름처럼 활동적으로 움직이므로 보여지는 상태와 성질의 대립이 이뤄진다. 또한 풍경은 실경처럼 보이나 그것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모두 패턴으로 이뤄져 있다. 패턴(그려지는 방식)과 실경(보여지는 양상)의 대립을 통해 각 요소들간의 대립적 사건들이 나열된다. 회화 전체적으로 구름과 실경이 화면에 대립되고 회화적 그리기와 패턴적 그리기가 대립되며 내용적으로 거대한 해일과 인간의 전쟁이 가지는 상징성의 충돌로 각 요소의 연속된 대립의 충돌을 연출하고 있다. 즉 내용(삶과 죽음의 허무), 정서와 그리기 방식, 화면의 분할 등 각 요소의 내적, 외적으로 대립 시켜 관계망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요소들의 대립적 관계망은 불안과 불편의 정서들을 연출하여 미술적 언어로서 사건을 이야기한다.
대립과 나선적 구조 화면 위에서 각 요소들은 ‘대립과 충돌’이라는 방식으로 대립의 띠(line)를 형성하고‘관계와 차이’로 구조화되어 각 단계의 대립적 상황들은 상위의 사건들로 전환되어 성장한다. 이러한 성장의 방식은 나선적 구조와 방향성을 지닌다. 나선적 구조화로 순환과 방향성은 열린 구조의 성격을 지님으로 요소적 단위와 개념적 구조화의 일치를 이루어 결정 불가능적 가능성을 만들어 낸다. 즉 가능성의 집합과 은유의 나열이 의지적 진화와 창조적 관계를 통해 시스템을 형성하고 이러한 과정의 상호작용은 유기적 관계망을 통해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기능을 가진 유기체로서 발전한다. 이것은 풍경으로 은유되어 상상의 틈과 공간을 만든다. 은유를 발생시키는 꼬임들은 체계로서의 기능과 자기조직화의 힘을 가지고 있다. 일종의 언어적 체계로 또 다른 언어를 만들 수 있는 상태인 것이다. 왜냐하면 최초의 풍경은 건조하게 시작됨으로 풍경이 반복적으로 만들어짐에 따라 성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특정 의미를 한정 짓는 주제나 이론이 아닌 나열된 상태를 묶는 범주화의 단계이다. 따라서 이곳은 합리적이면서 비논리적이며 랜덤이면서 체계를 따르는 상태이다. 이런 충돌과 대립의 체계가 만들어내는 균열은 가설과 상상을 만들어 내어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
오르트 구름은 장주기 혜성이 만들어지는 태양계의 가장자리다. 즉 태양의 중력이 미치는 가장 끝이며 태양계를 감싸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과학자들이 몇 가지 실험을 통해 추정하는 가설일 뿐이며 증명의 단계를 거치는 중이다. 나는 오르트 구름이란 실증적 연구와 이론적 가설이 만들어 낸 상상의 공간을 모델로 이번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마쿼크들이 만들어낸 원형의 구조와 시스템의 방식을 과학적 모델을 통해 상상하여 미술언어로 만들므로 원형의 상태를 성장시키고자 한다. - 글·안두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