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한상률 전 국세청장 인사 청탁과정에서 로비 명목으로 사용되어 화제를 모았던 그림 '학동마을'의 주인공 최욱경(1940∼1985)의 개인전이 오는 9월 5일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다. 최욱경은 1963년 미국 유학을 떠나 미국 추상 표현주의를 비롯한 당대 유행한 사조와 경향들을 적극 수용했고, 끊임없는 실험과 시도를 통해 이를 한국적 미감으로 체화시킨 작가로 알려져있다. 최 작가의 독자적 화풍은 단색화가 주도했던 1970년대 한국 서양화단에서 그를 이방인과 같은 고독한 위치에 두기도 했으나, 훗날 한국적 색채추상의 선구자로 평가 받게 하는 단초를 만들었다. 1985년 작고 이후에 개최됐던 회고전에서 조지아 오키프를 연상시키는 색채 추상을 포함한 그의 대표적인 추상 회화가 중심으로 소개됐다. 이번 전시에는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다양한 형태의 미공개 작품들을 선보이는 최초의 대규모 전시로, 새로운 시각에서 최욱경의 예술혼을 되새기는 계기를 제공한다.
최욱경의 모든 작업을 통해 우리는 동양인으로서, 여성으로서 느꼈던 정체성에 관한 고민을 어렵지 않게 마주하게 된다. 특히 후기 작품들에서 보이는 여성적인 섬세한 감수성은 그의 작품이 지닌 가장 큰 특색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다. 실제로 그는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색채를 통해 꽃봉오리나 여성의 인체와 같은 형상을 그려냄으로써 자신 안에 내재하고 있었던 여성성의 일면을 드러냈다. 짧은 생을 살며 모든 에너지를 발산한 그의 작품들은 주체할 수 없는 작가적 열정과 현실 사이에서 오는 괴리, 그로 인한 고독과 외로움을 동반한다는 점에서는 닮아 있지만, 1000여 점이 넘는 그의 작업들에서 기만적인 자기 복제나 작가로서 자기표현에 대해 주저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이러한 점이 오늘에도 많은 미술 애호가들이 그녀를 꾸준히 사랑하고 미술계가 그를 그리워하는 이유일 것이다. 9월 25일까지 열리는 이번 개인전에는 색채 추상의 근간이자 작가적 열정이 녹아든 100여 점의 드로잉과 회화 작품 40점이 함께 선보인다. 문의 02-720-1020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