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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 주목 작가]김창환, 철근으로 빚은 상어…권력의 팽배를 풍자

“철은 무기와 권력을 낳고 물질문명을 잉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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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42호 왕진오⁄ 2013.09.02 14:16:31

스테인리스 스틸 철사로 만들어진 상어들이 전시 공간 속을 자유로이 유영하며 마치 깊은 바다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만들어준다. 김창환(45) 작가의 작업소재 철근은 형이상학적인 것이 아니라 삶을 영위하기 위해 접했던 가장 친숙한 재료이자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매개체이다. 김 작가는 고학을 하며 어렵게 조각가의 길을 걷게 됐다. 미술대학에 다니며 보일러 수리나 건축 공사현장에서 철근 가설 작업을 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학비를 모았다. 힘든 과정을 거쳐 석사까지 마쳤지만 작가로서의 현실적인 삶 역시 녹록치 않았다. 이로 인해 그가 바라보는 세상의 구조와 그 속에 강하게 존재하는 권력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바다 속 최상위 포식자인 상어로 돌아갔다. 이를 통해 거대한 힘, 권력자의 허구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게 된 것이다.

김 작가는 철근에 대해 "철은 인류의 물질문명에 비대한 영향을 끼쳤죠. 철의 생산으로 인해 권력이 생기고, 권력은 자본을 무기로 인간의 욕망을 더욱 간편하게 해소하는 방법으로 물질문명을 계속 발전시켰습니다"고 말한다. 또한 "자연의 섭리에 음과 양이 존재하듯이 물질문명의 이기가 양지만 있는 게 아니라 음지도 있다. 물질문명의 가장 기초재료인 철을 통해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점, 바로 그곳을 냉철하게 바라보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과거 철근 구조물을 다루어 본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의 작품이 나오기까지 김창환식 철근 작품의 세계가 구축되기에 이른다. 철을 통해 우리시대 현주소를 표현 대부분 3m에 다다르는 거대한 사이즈에 아가일 패턴(다이아몬드 패턴), 변형된 다이아몬드 패턴, 십자가 패턴, 만자(나치마크) 패턴 등을 이용해 하나의 형상을 구현한다.

가장 기본 문양은 다이아몬드문양으로 현대사회에서 다이아몬드는 자본, 즉 돈을 상징한다. 문명이 시작된 이래 자본은 사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이고, 자본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포괄하며 생성과 소멸을 순환하게 한다. 작가 스스로 자본이 만들어 놓은 상업성의 상징물이라고 여기는 몸체 표피에 있는 다이아몬드 구조는 이 시대 상업주의를, 만자(卍字)와 십자가 패턴은 각 종교가 지닌 의미가 아닌 그 속의 반어적인 어두움을 은유한다. 또한 우리 삶 속의 상업적 권력주의의 팽배함을 비판적으로 풍자하는 상어는 바다 속의 최상의 포식자이자, 가장 거대한 강자 혹은 조직일 수도 있으며, 특정한 목적 없이 부유하는 권력의 허망함이기도 하다. 결국 일련의 철근 작업 과정을 통해 허망한 권력 쟁취를 위한 강함 탐욕과 힘을 지닌 상어가 허공 속을 가르며 자유로이 유영하고자 하는 작가 본인이 추구하는 자유에의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8월 24일부터 9월 22일까지 경기도 광주시 영은미술관 제 4전시실에 '철근전'이란 타이틀로 김창환 작가가 가장 편안하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매개체인 '철근'을 그만의 방식으로 유연하게 표현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를 마련했다. 작품들이 은유하고 있는 내재적 의미보다 전시 공간 속 유영하는 작품들을 대하는 순간 관람객들도 함께 유영하며 새로운 공간 속 작품들과 특별한 소통을 나눌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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