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2호 김금영⁄ 2013.09.02 14:19:47
“안녕하세요.” 환하게 웃는 그녀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엄친딸’의 포스가 느껴졌다. 온실 속 화초처럼 곱게 자라지 않았을까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김서린 케이아트컴퍼니 대표는 지성과 미모를 갖춘 엄친딸은 맞지만 결코 온실 속 화초처럼 평온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오진 않았다. 그녀는 디자인과 브랜드 마케터의 과정에 더불어 갤러리 업무에도 도전하며 현재 케이아트컴퍼니 대표 자리에 올랐다. 8월 27일 서울 논현동 케이아트컴퍼니 사무실에서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케이아트컴퍼니는 미술을 포함한 아트 분야를 다른 분야와 접목시키는 전시 기획사로 지난해 3월 설립됐다. 회사명을 고민하다 케이팝(K-Pop)의 세계적인 부상 이후에 조명되고 있는 케이컬처(K-Culture)의 한 분야인 케이아트(K-Art)를 생각해 케이아트컴퍼니라 정했다. 케이아트컴퍼니는 비즈니스호텔에 대한 아트 컨설팅과 아트 스페이스 기획, MBN미디어의 ‘아름다운 TV갤러리’ 프로그램 진행 등을 도맡아 왔다. 특히 8월 2일부터 4일까지 경기도 이천시 지산 포레스트 리조트에서 열린 ‘2013 지산 월드 락 페스티벌’에서 아트 프로젝트 ‘뮤직 X 아트 갤러리’를 선보여 좋은 평가를 받았다. 8만 8000명 넘는 관객이 몰려 음악계와 미술계에서도 화제가 됐다. 이 행사는 락 음악과 팝아트가 접목돼 만들어진 프로젝트로, 팝아티스트 마리킴과 아트놈이 참여해 다양한 작품을 관객들에게 선보인 자리였다. 대규모 실내 공간에 작품들이 설치돼 관객들은 락 음악을 ‘듣고’ 동시에 작품들을 ‘보는’ 행사였다. “정말 좋았던 것은 평소 갤러리를 접해봤던 예술 애호가 이외에도 락 공연을 보러 온 일반 관람객들이 작품을 정말 좋아해줬다는 거예요. 아트라 하면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작품을 보고 즐거워하고 앞에서 자유롭게 사진을 찍는 등 관객들이 아트를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기뻤어요. 그리고 해외 사례들처럼 우리나라에서도 페스티벌 문화와 참여가 더욱 확대될 것이고, 이에 따라 아트 컨텐츠에 대한 니즈(needs)가 늘어날 것이라는 가능성을 발견했고요.” 이토록 천부적인 예술적 감각을 가진 김 대표는 원래 패션과 디자인을 공부했다. 특히 마케팅 회사에서 6~7년 정도 일하면서 디자인적 전략과 경영 마인드 등을 몸에 익혔다. 패션 분야에도 매력을 느꼈지만 매해 계속되는 트렌드 분석 속에 정체돼 있는 듯한 매너리즘을 느꼈다. 도전 의식이 꿈틀대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제겐 꿈이 두 가지가 있었어요. 첫 번째로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아티스트가 되고 싶었고요. 두 번째로는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어요. 두 번째 꿈을 접하다 보니 이젠 미술 분야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정체한 제 자신에 대해 변화의 욕구가 있었던 당시 아트와 다른 분야를 접목하는 아트 콜라보레이션이 처음으로 생겨서 굉장히 마케팅 시장에서 화두가 됐어요. 그 모습을 보고 예술이 단순히 갤러리에 갇힌 가진 자들만의 컬렉션이 아니라 일상생활로도 올 수 있다는 걸 느꼈죠. 그래서 2009년 앤디스 갤러리로 직장을 옮기며 새로운 일을 시작했어요.” 단순한 전시가 아닌 다양한 장르 접목한 아트 결과물 선보이는 게 목표 기자가 김 대표를 처음 만났던 곳도 앤디스 갤러리였다. 김 대표는 당시 아트 매니저로서 큐레이터와 협업하며, 소장품 관리, 컬렉터 관리, 전시 연계 마케팅 및 프로그램 기획과 홍보업무를 했다. 특히 전시를 관람객과 대중에게 잘 알리는 것이 임무였다. 하지만 열정적인 모습 뒤에는 멘붕(?) 상태가 숨어 있었다고.
“아트를 막연하게 동경했고 또 친근하게 느꼈지만 처음 갤러리에 왔을 때는 정신이 없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덕분에 미술계 분위기에도 익숙해지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아트 마케터라고 해서 단지 기획만하는 것이 아니라 전시 기획과 준비과정, 작품설치와 오프닝, 아티스트와의 커뮤니케이션에까지 많은 일을 접했어요. 그 경험들이 큰 도움이 됐죠.” 갤러리에서 실전 경험을 거치고 이젠 자신이 주도적으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케이아트컴퍼니를 만들었다. 생긴 지는 1년이 조금 넘었지만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무궁무진하게 많아 하루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른다. “미술에 한정된 일을 해왔던 사람 뿐 아니라 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미술과 교류할 수 있도록 장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이젠 패션디자이너들과 아티스트가 서로의 작업을 보고 영감을 얻어 아트 콜라보레이션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시대잖아요? 새롭고 신선한 작가들을 많이 발굴해서 그 사람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게 제 역할이죠. 그냥 평범한 전시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다양한 예술 분야들이 접목돼 사람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작업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케이아트컴퍼니의 슬로건은 ‘아트 앤 크리에이티브’다. 말 그대로 창조적인 작업을 선보이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다. 진부한 것이 아닌 통통 튀는 아이디어로 사람들에게 아트를 보여주고 싶다.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바라보고 있다. 연말에도 이색적인 테마의 또 다른 전시를 구상하고 기획중이다. “누구나 알 수 있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아트라고 생각해요. 일상생활의 모든 것이 예술이 될 수 있는 거죠. 사람들이 어렵게, 멀게 아트를 바라보지 않도록 제가 돕고 싶어요. 케이아트컴퍼니에 ‘케이아트’라는 이름을 걸었으니까 그것에 관한 사명감을 가지고 우리의 문화적인 코드가 해외에 나갈 수 있도록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 김금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