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수험생이 많은 지역에서 일종의 원룸 보증금 사기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사건의 진행과정을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제가 파악한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김호제씨(가명)는 여러 채의 원룸 형태의 건물을 건축하거나 매수한 후 이 건물들을 재력이 없는 자식과 사위의 명의로 등기를 했습니다. 김씨는 이 원룸 주택을 매수한 후 이 주택을 담보로 다액의 대출을 받아 다른 원룸 주택을 매수하거나 원룸을 건축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부동산과 자신의 대리인을 통해 원룸의 입주자들을 다수 모집했습니다. 그리고 원룸 주택에 설정된 근저당권 액수보다 원룸 주택의 매매가격이 훨씬 비싸므로 걱정하지 말라며 세입자들을 안심시켰습니다. 원룸은 일정 기간 동안은 큰 문제없이 잘 운영돼 오고 있었는데, 어느 날 원룸 입주자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방의 전기세, 수도료 등이 미납됐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황당한 입주자들이 자세히 알아보니 원룸 주택에 대한 경매가 시작됐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더구나 김씨의 자식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채의 원룸 주택이 거의 동시에 경매에 들어갔습니다. 김씨 쪽 이야기도 들어봐야 하겠지만, 원룸 입주자들은 현재까지 나타난 여러 가지 정황을 미루어 볼 때 김씨가 가족들과 공모해 입주자들에게 보증금을 받은 후 일부러 채무를 변제하지 않아 원룸을 경매되게 한 것이 아닌지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상당수의 세입자가 부동산을 통하지 않고 주인과 직접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부동산의 채무 현황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경우가 상당히 많이 있었습니다. 확정일자와 최우선 변제권 김호제씨를 형사 고소하는 법률문제를 배제하고, 원룸의 세입자들이 자신의 보증금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민법과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는 대항력이라는 것을 규정해 임차인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즉, 당해 임차권을 등기하든지(민법 제621조), 아니면 등기하지 않더라도 임차인이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때(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에는 대항력이 생긴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파트를 예로 들면, 세입자가 해당 아파트에 이사를 가서 살고 있고, 동사무소(주민자치센터)에 가서 전입신고를 하면 그 다음날부터 대항력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러한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에 더해 확정일자를 받으면 우선변제적 효력까지 인정됩니다. 우선변제적 효력이란 해당 부동산 위에 설정된 다른 근저당권 등 담보권자보다 우선해 변제를 받을 권리를 말합니다. 예를 들면 주택에 세입자가 확정일자를 2012년 5월 6일에 받았고, 동일 주택에 근저당권이 2012년 6월 7일에 설정됐다면, 만약 그 주택이 경매로 넘어갈 때 세입자가 근저당권자에 대해 우선해서 보증금을 회수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확정일자는 어떻게 받을 수 있을까요? 보통 주민자치센터에 전입신고 할 때 주민등록표등본 1부를 발급받아 임대차계약서상에 확정일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상황을 파악해 보니, 이번 사건 원룸의 일부 세입자의 경우 전입신고나 확정일자를 받지 않은 경우도 상당수 있었습니다. 확정일자를 받아 놓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우선변제적 효력이 없으므로, 경매 절차에서 우선권 있는 채권자들이 나눠 갖고 남는 것이 없으면 확정일자를 받지 않은 세입자는 한 푼도 받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서민들의 당장의 생존에 커다란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일정한 경우 확정일자를 받았는지에 관계없이 최우선적으로 우선변제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서민들의 주거 생활 안정을 위한 제도이므로, 위의 표와 같이 보증금도 소액이어야 하고, 보장받을 수 있는 금액도 소액에 불과합니다. 부동산 중개인의 책임 일부 피해자들은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서 계약을 했습니다. 이 경우 얼핏 공인중개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돈을 받을 수 있을 것처럼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공인중개사는 개인의 경우 1억 원 이상 법인의 경우 2억 원 이상을 보증금액으로 설정해 공제회에 가입합니다. 부동산의 매매나 임대차 계약을 부동산에서 체결한 경우, 계약서 뒤에 공제증서의 사본이 첨부된 경우를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부동산 공인중개사가 부동산 거래 사고를 일으킨 경우, 공제기금으로 피해자가 배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공제가입금액이 손해배상의 한도가 되기 때문에, 이 사건과 같이 피해자의 수가 많은 경우에는 공제금으로 다 배상을 받을 수 없습니다. 즉 공제가입금액이 1억 원인 경우, 피해자 1인당 손해배상 한도가 1억 원이란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피해자가 배상받을 수 있는 한도가 1억 원이라는 것입니다. 공제회로서는 피해자가 1명이든 100명이든 1억 원만을 지급할 책임이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공제회가 배상하는 범위는 부동산공인중개사의 과실과 피해자의 과실에 따라 감액을 해 지급합니다. 피해자에게 1억 원의 손해가 발생한 경우라도 공인중개사의 과실이 30%라면 공제회는 3천만 원만을 배상하면 됩니다. 일반적으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부동산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해당 부동산에 대한 채무 내역 등, 현황에 대해 자세히 기입한 내역서가 첨부됩니다.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고지 받고도 계약을 체결했다면, 부동산 공인중개사의 과실은 거의 없거나 매우 적습니다. 이번 사건과 같은 경우 공제증서에 의한 배상을 받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이러한 사건이 발생한 경우 법원은 계약자의 과실비율도 상당히 인정하는 것이 추세입니다. 물론 위의 김호제씨가 처음부터 보증금을 가로챌 목적으로 이러한 일을 저지른 것이라면 다른 문제입니다. 부동산 계약시에는 등기부와 현황을 꼼꼼히 살펴야 하겠습니다.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