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4-345호 김금영⁄ 2013.09.16 10:58:53
9월 3일, 밝게 웃으며 기자를 반기던 이수민 대표의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밝은 미소만큼이나 다채로운 입담을 자랑하던 이 대표는 한 마디로 정의를 내리기가 힘든 사람이었다. 미스코리아 부산 출신에다가 뮤지컬 연출 및 제작, 배우, 홍보대사, 스포츠방송 MC, 강사 등 수식어를 대자면 한도 끝도 없다. 거기에 이젠 ‘라 뮤즈 코리아 대표’까지 생겼다. “라 뮤즈 코리아는 뮤지컬 공연을 기획하거나 전시를 여는 등 전반적인 문화 사업을 하는 예술기획사예요. 창립한지는 얼마 안 됐어요. 1년 전 이 기획사를 꾸리리라 마음먹었는데 정말 딱 1년이 지나고 또 하나의 꿈을 이뤘네요.” ‘또 하나의 꿈’이라는 말이 왠지 흥미를 끈다. ‘라 뮤즈 코리아’를 창설하기 이전까지 이 대표는 수많은 꿈을 꾸고 또 이뤄왔다. 나이는 26살로 아직 어리지만 거쳐 온 인생만큼은 버라이어티하고 농도가 짙었다. 꿈의 첫 시작은 미술이었다. 중학교 때까지 그림을 배운 이 대표는 패션 디자인계에 종사하기를 꿈꿨다. 대학입시를 준비하면서 전문적으로 그림을 배우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책상에 앉아서 내내 그림을 그리다가 ‘이것보다 내가 더 잘 할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참 우연인지 운명인지, 기막히게도 뮤지컬 시상식을 봤던 게 떠올랐다. “그림을 그리다가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 꿈이 많았어요. 하고 싶은 게 생기면 꼭 해야 직성이 풀렸죠. 그래서 연기학원을 다니고 연극영화과에서 연극을 전공하고 대학원에 가서는 뮤지컬 연출과 기획을 배웠어요. 그 경험을 살려 지난해 처음으로 뮤지컬 갈라 콘서트를 제작하고 연출했어요. 공연을 통해 사람들에게 제 메시지를 전달하며 소통하고 싶었습니다.” 여기서 또 하나의 꿈이 펼쳐졌다. 경성대학교 연극영화과 선후배와 모여서 선보인 공연은 평소 문화 활동을 쉽게 접할 수 없는 불우이웃과 다문화 가정을 위한 자리였다. 이들을 무료로 공연에 초대해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이라는 의식을 깨고, 사회에서 중요한 구성원이 될 수 있음을 전해줘 더욱 용기와 희망을 품은 의미 있는 시간을 전해주고자 하는 것이 공연의 목표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따뜻한 기획의도에 기업들의 후원이 이어졌고 또한 이 경험으로 많은 것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고, 또 자신 있는 문화 재능기부를 하자는 생각이 강해졌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아트MK나누미’도 그 일환이다. 이 대표가 만들고 회장을 맡고 있는 ‘아트MK나누미’는 처음엔 미스코리아 부산 출신 멤버들이 모여 봉사를 하는 단체였다. 지금은 각계의 인재들이 모여 문화 프로젝트를 이끌고 결과적으로는 사회 환원을 한다.
“8월엔 자선바자회를 열었어요. 부산 유명 댄스팀이 공연을 펼쳤고, 대구 퍼포먼스팀 그리고 현악 4중주 클래식팀이 도와줬습니다. 자선행사 수익금은 장애 영유아들의 희망이 돼줄 재활원 ‘아이들의 집’에 기부했어요. 왜 재능기부와 봉사를 하냐고요? 전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와 중증 장애인 시설에 봉사활동을 꾸준히 나갔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누는 걸 부모님께 배웠어요. 나눔은 특별하고 대단한 사람만의 전유물이 아니에요. 봉사란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당연히 제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미스 부산에서 공연-봉사-예술기획 대표까지 예술경영으로 재능기부·사회환원하는 게 목표 그녀가 새롭게 시작한 꿈인 ‘라 뮤즈 코리아’ 또한 문화 재능기부와 사회 환원의 연장선에 있다. 뮤지컬 공연 기획, 콘서트 진행 등 종합적으로 예술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물론 이 대표의 꿈의 첫 시작이었던 ‘전시’도 함께 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수많은 역경 속 그림은 이 대표를 힐링 시켜주는 존재였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 친구를 만나거나 집에서 TV를 보거나 나름의 방식대로 사람들은 시간을 보내고 미술관에 간다. 특히 팝아트를 좋아하긴 하지만 딱히 전시 분야를 가리진 않고 다 좋아한다. 혼자서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보고 자신을 힐링하려는 습관이 있다. “2시간 공연에 어떤 사람의 인생이 담겨 있듯 그림 하나에도 모든 인생을 담을 수 있다. 외롭거나 할 때도 전시회를 보러 간다. 항상 여행을 갈 때도 그 나라에서 하는 전시나 공연을 꼭 보고 온다”며 미술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인터뷰 내내 밝게 웃지만 그녀가 걸어온 길이 꼭 순탄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큰 트렁크 4개를 들고 부푼 꿈을 안은 채 부산에서 서울로 상경했지만 연기를 잘 한다고 연기자가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또 다른 각오와 목표를 품고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인생의 전환점이었다고. 배우에서 예술경영인으로 또 다른 공부를 시작한 계기가 됐다. 실패 없이 어떻게 다음 과정이 있을까. 수없이 넘어졌지만 ‘잘해낼 것’이란 희망하나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이 지닌 재능으로 남을 돕는 이 대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안주하려 하지 않았다. 그 도전 정신이 현재의 이 대표를 있게 했을 것이다. 요즘 앞으로 꾸려나갈 공연과 전시에 대한 구상으로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른다. “하우스 콘서트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갤러리 안에서 작품들을 감상하며 음악도 즐길 수 있도록 전시를 기획하고 싶어요. 현재 예쁜 꽃말들을 주제로 콘셉트를 잡으면 좋을 것 같아 구상중이고요. 전시장 안에서 단순히 작품을 보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요즘 전시 기획자들도 연구를 많이 하더라고요. 사람들이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위해서죠.” 문화계 이곳저곳에서 그녀를 필요로 하는 자리가 많다. 인터뷰 당일에도 뮤지컬전공 대학생 강의와 스포츠방송 MC로서 녹화를 끝내고 온 상태였다. “이것저것 하느라 힘들지 않냐”는 물음에 “아직 내 꿈은 끝나지 않았다”는 답변이다. “제 최종적인 꿈은 예술경영인이 되는 거예요. 하나의 아틀리에를 만들고, 그 안에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공연장과 전시를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 그리고 문화교육을 받을 수 있는 클래스를 마련하고 운영하는 게 제 목표예요. 그래서 직접 경험하고 알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어요. 전 일단 직접 부딪혀보고 느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다음 단계가 있죠. 앞으로의 제 모습이 저도 궁금하네요.” - 김금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