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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전시]천년고찰 해인사, 현대미술과 通하다

해인아트 33경 관심, 해인사 전통유산 중 주련 등 3경도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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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44-345호 왕진오⁄ 2013.09.16 11:00:13

고려시대 전쟁의 참화를 호국신념으로 이겨내고자 16년에 걸쳐 진행한 대역사 대장경. 이는 문화적, 사회적 그리고 경제적인 부흥과 국민 통합을 가져온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였다. 천 년이 지난 현재 대장경이 상징하는 비폭력주의, 화합정신을 이어받아 서로 다른 영역 간의 경계를 뛰어넘는 창의적 소통과 조화를 지향하는 미술전이 열린다. 해인아트프로젝트가 9월 27일부터 11월 10일까지 경남 합천 해인사, 성보박물관, 소리길 일대에서 마련된다. 쉴파 굽타, 박상희, 김성복과 성신석조각연구회, 윤석남, 구헌주, 노주환, 리나 칼라트, 최병소, 렁 미펑, 헤마 우파디야, 임옥상, 조소희, 이이남, 쉬바 차치, 홍지윤, 이중근, 양아치, 김월식과 무늬만 커뮤니티, 안종연, 인디라 존슨, 최평곤, 비파 갈로트라, 페르난도 가르시아 도리, 피에트로 피레리, 안상수와 파티, 김기철, 김시영, 묀, 천경우, 안규철 등 국내외 30팀의 작가가 참여해 '마음心'에 대한 작업을 선보인다. 이들 작가가 참여하는 해인아트프로젝트는 천 년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방식으로 생활하고 있는 현대인에게 종교와 사찰이 어떤 의미로 다가가야 하는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의 과정에 동참한다.

8만 1258장의 경판에 새겨진 글자 수 5200여 만 자를 한 글자로 요약하면 바로 '마음心'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마음은 불교의 핵심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늘 파악하고 싶어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들은 실체가 없는 '마음'을 자기언어로 해석해 형상화하는 작업들을 선보인다. 이 작품들을 통해 힐링이 최근 현대사회의 키워드가 될 정도로 상처 입히며, 나 자신을 잊은 채 외부의 흐름에 휩쓸려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마음을 내려놓고 차분히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올해는 해인사와 성보박물관 뿐 아니라 2011년 조성한 소리길 일대에도 작품을 설치해 전시공간을 확장했다. 삶의 대토, 철학으로서의 불교에 대한 성찰과 더불어 해인사의 역사와 자연, 정신의 문화적 가치를 드러내는 동시대 미술프로젝트인 해인아트프로젝트는 종교의 영역을 뛰어 넘어 시대정신을 담은 메시지로 해인사를 찾는 이들과 교감하는 공간을 마련한다. 예술프로젝트인 해인아트프로젝트는 해인사 경내 일대와 성보박물관 외에도 올해 처음 소리길 일대에 작품을 설치한다. 소리길은 지난 2011년 대장경축전에 맞춰 가야산 홍류동 계곡에서 해인사에 이르는 6km의 길에 개설한 탐방로다. 계곡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등을 만끽하며 산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고운(孤雲) 최치원이 명명한 가야산의 빼어난 경치 19경 가운데 16경을 만날 수 있다. 천 년 역사의 길 위에 다시 새 천 년을 연다 소리길의 '蘇'자는 쉬다, 되돌아오다, 죽음으로부터 소생한다는 뜻이 있고, '利'는 화합하다, 통하다의 뜻이 있다. 소리는 우주만물이 소통하고 자연이 교감하는 생명의 소리이다. 극락과 천당을 비롯해 우리가 추구하며 가고자 하는 이상향을 나타내는 깨달음의 길이다. 작가들은 이 길 일대에 작품을 설치해 천 년 역사의 길 위에 다시 천 년을 여는 이야기들을 펼친다. 해인아트프로젝트는 해인사가 가지고 있는 문화유산에 좀 더 적극적으로 주목하고 있다. 참여 작가 30팀이 펼치는 현대미술의 30경과 해인사의 전통예술유산 가운데 주련, 벽화, 변상도를 3경으로 하여 해인아트 33경을 선보인다.

불교에서 모든 곳에 있는 모든 사람을 뜻하기도 하는 33은 불교의 우주관을 상징하는 숫자다. 모든 사람과 더불어 하고자 하는 해인아트프로젝트의 지향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해인아트프로젝트는 마음은 실체가 없고, 하나가 아니고, 변한다는 점에 주목해 관람객들이 소리길 에서 해인사에 이르는 동선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걸으면서 사유할 수 있도록 작품을 배치했다. 새로 들어선 미술작품을 매개로,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이 늘 그곳에 있었지만 굳이 의미를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던 요소들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어떤 작가는 풍경 속에 고요히 스며드는 방법을 택하고, 어떤 작가는 도발적 상상력을 발휘해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소리길에서 해인사에 이르는 길과 유적, 작품들을 둘러본 관람객들은 이러한 작품마저도 허구요, 허상이라는 것을 느낄지도 모른다. 예술가와 스님은 모두가 구도의 길을 걷는 수행자로 볼 수 있다. 관습에서 벗어나려는 태도야말로 예술과 불교가 통하는 부분이다. 천년 고찰에서 현대미술전을 개최하는 해인아트프로젝트는 작가들과의 작업을 통해 굳어버린 예술언어, 종교언어, 관습을 깨뜨리고 새로움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태양이 없는 것이 아니라 구름에 가려 보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는 새로움이 있어서 새로움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내가 다만 모르던 것을 발견하는 것이다. 작가들의 작업이나 스님들의 수행이나 우리가 놓치고 사는 본질을 바로 보기 위한 노력이고, 본질을 끌어내기 위한 시도들이다. 이번 해인아트프로젝트는 관람객들이 예술이라고 일컬어지는 작품들을 보았으나, 사실은 우리 모두가 불성을 가진 소중한 존재요, 길에 떨어진 돌, 썩어가는 낙엽도 예술이라는 것을 느끼고 돌아가는 자리가 되기를 희망한다.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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