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배병우(63)는 우리가 아는 것처럼 소나무보다는 바다를 먼저 카메라에 담아왔다. 그것도 섬들을 중심으로 아날로그 필름으로 찍었다. 어려서부터 바다를 동경해온 그가 최근 바람에 의해 만들어진 자연의 모습을 담은 '윈드스케이프'시리즈는 소나무를 찾아다니기 이전부터 오랫동안 전국의 바다를 누비며 장인의 시선을 통해 정지된 시간의 영원한 움직임을 포착한 것이다. 배 작가는 "29살에 제주에 갔고, 33세에 경주에 갔죠. 먹고 살려고 촬영을 한 것이지, 대단한 작업을 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바람을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빛에 의해 다양하게 변하는 섬들의 풍광이 아름답게 보이게 되더라고요"라고 술회했다. 최근에 제주도와 흑산도 선암사를 다녀왔다는 그가 보여준 것은 핸드폰이었다. 스마트폰에는 제주의 바다와 오름, 경주 장항사지 석탑이 붓으로 그려낸 것처럼 담겨있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아날로그 필름을 고집하고 있다. 코닥이 생산을 멈춘다는 발표를 하면 필름 유통기한 때문에 최대 2년만 가능하겠지만, 필름이 나오는 한 전통 흑백 인화 제작방식인 빈티지 프린트 기법의 '은염사진'을 하겠다고 말한다. "디지털은 너무 선명해서 뭔가 튀는 느낌이 들어요. 너무 선명하게 잘 나오는 게 문제인 것 같다" 며 "내 사진에서 느껴지는 동양화 같은 느낌을 표현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고 아날로그 필름 고집의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2012년 파리, 취리히, 베를린 등 유럽에서 소개되어 각광을 받았던 배병우의 새 시리즈 '윈드스케이프'가 국내에서 선보인다. 풍경이라는 단어를 배 작가는 "풍경은 '랜드스케이프'(Landscape)가 아니라 '윈드스케이프'(Windscape)죠. 풍경(風景)은 바람 '풍'으로 시작하는 단어잖아요" '윈드스케이프'란 타이틀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소나무사진을 접은 것이 아니라 새롭게 선보이고 싶은 '윈드스케이프'는 제주도 한라산 주변의 기생화산이 만들어낸 여성의 굴곡을 담은 '오름 시리즈'와 사면을 둘러싼 바다를 담은 '바다시리즈', 오름 속 풀의 움직임을 표현한 '식물 시리즈'등 세 시리즈로 완성한 작품들이다. 이들 시리즈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주인공은 바로 '바람'이다. 자연의 순환을 만들어내는 오묘함에 매료된 것이다. 바다의 매력에 빠진 작가의 시선은 섬으로 이어져 대학시절부터 전국 곳곳의 섬을 찾아다니며 카메라에 담았다. "제주도가 결정판인 것 같아요" "그동안 전국의 섬을 다니다 제주도에 올랐을 때 다른 섬에서의 촬영은 연습이었다"고 제주의 매력을 강조했다. 소나무와 바람을 담아온 그가 2년 뒤 대규모 회고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과 함께 평소의 작업관을 말했다. "작가는 뭐니 뭐니 해도 작업량이 많아야 합니다. 발품을 팔고 많이 찍어야 되요. 그래야 기회도 오죠." 사진가 배병우가 유럽에서 먼저 선보인 '윈드스케이프'시리즈는 10월 1일부터 27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걸린다.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