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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 큐레이터 다이어리]‘무한도전’은 순수예술이다

실패를 두려워 않는 예능프로는 또 다른 순수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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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46호 박현준⁄ 2013.10.17 15:00:01

MBC TV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는 분명 순수예술이 존재한다.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하하 길 등 7명의 출연자는 무조건 동참해서 웃겨야 하는 의무가 있다. 웃기지 못하거나 도전과제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유명세를 떠나 짓궂은 벌칙을 감당해야만 한다. 희귀한 게임부터 각종 운동 종목이나 직업 등 기본기가 전혀 없는 생소한 일들에 끝없이 도전하는 것이 그들의 과제다. 몸을 사리지 않고 좌충우돌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우스운 실수들은 고난을 희화하는 생생한 현장이다. 일부에게는 그저 실없는 장난으로 치부될 수도 있다. 하지만 과정과 결과가 엉망이더라도 시청자를 웃게 하는 온 힘을 다한 도전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그들은 설령 반응이 썰렁할지라도 무한히 웃게 할 만한 과제를 찾고 개그를 연구한다. 계속되는 시도 가운데 우연히 하나의 요소가 폭소를 자아내고 이슈가 되기도 한다. 순수예술의 맥과 같다. 순수예술 역시 누군가와의 소통을 꿈꾸고 소통이 확장되는 것을 지향하지만, 대중의 반응 정도가 운명을 좌우하는 전부는 아니다. 미술로 치면 회화작가는 관객의 호응과 관계없이 수십 수백 장을 그려내고 꾸준히 전시를 선보인다. 그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가던 어느 우연한 시기에 내공을 인정받아 상승세를 타는 경우는 100명 중 한 명도 채 안 된다. 간혹 한두 점의 작품이 인기를 얻고 그것이 생계를 도울 정도가 되는 것도 행운에 속한다. 그럼에도 그 길을 가는 이유를 묻는다면 순수예술의 궁극적인 지향점에 그 답이 있다. 단발적 흥행을 목표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시도가 가치 있는 연구로서 인정받는 것이 지향점이다.

큐레이터나 작가 모두 창작 행진 멈추지 않아 그때의 희열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엄청난 보람이라는 것을 예술가들은 이미 감지하고 있다. 그 상상만으로 그들의 엔진이 돌아갈 힘은 충분하다. 배고픈 시간이 이어져도 포기를 모르는 것, 무모하고도 무리한 도전일 수 있는 무한도전은 순수예술의 다른 이름이다. 필자의 시각에 어느 면에서나 훌륭하다고 여겨지는 작품도 막상 전시를 열었을 때 컬렉터로부터 한 점도 선택 받지 못할 때가 더러 있다. 하지만 큐레이터도 작가도 행진을 멈추지는 않는다. 재정적 수익이 덜 발생했다고 해서 작품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선보여진 시기나 시대의 정치 경제 사회적 상황에 따른 영향도 피해 갈 수 없는 요소다. 호응과 수익이 저조했다고 그만두면 그는 이미 예술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흔들리지 않는 지조가 뼛속까지 스며있는 것이 예술가의 자격을 두고 할 수 있는 표현이 아닐까. 가끔 들려오는 관객의 감탄사나 격려의 메시지 혹은 작가가 걸어온 작품세계를 기억해주는 순간을 접할 때 그것은 작가에게 큰 자부심으로 남는다.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은 존재가 되기 위해 더욱 분발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무한도전의 희열은 영향력을 행사했을 때 배가 된다. 영향력의 범위는 달려온 시간의 길이만큼이라는 데에 예외가 없다. 오래 버텨온 시간은 성실함과 전문성에 대한 신뢰를 형성한다. 공식적으로 인정받을만한 궤도에 올라서면 그때는 작품을 넘어서 그 작가의 존재가 영향력이다. 작품이 세계무대에서 조명을 받기 시작하는 시기에는 작품이 이슈가 되다가 이후에는 그 작가의 존재감이 상승한다. 그가 하는 말은 곧 철학이자 따르고 싶은 진리가 되기도 한다. 음악 세계를 예로 들면, 가수 이승철은 30년 가까운 시간 많은 곡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오다가 얼마 전부터는 가수지망생들을 심사하는 위치에 놓였다. 그의 한마디는 지망생들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의 힘을 지니게 된 것이다. 무한도전도 항상 높은 시청률이나 평가를 받아온 것은 아니지만, 굴곡을 딛고 생존함으로써 온 국민이 알만한 존재가 됐다. 현재 진행 중인 특집 ‘무한도전을 부탁해’ 편은 무한도전의 영향력을 따뜻하게 활용한 사례다. 초등학생부터 여고생에 이르기까지 아직 무엇이든 꿈꾸지만 펼쳐보지 못한 일반인에게 프로듀서로서 역할극을 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웃음 앞에 모두가 동등하다는 것을 실현하는 장이라 할만하다.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자들에게 주어지는 명예는 다름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나눔으로써 타인의 꿈을 이끌어 줄 수 있다는 데에 있는 것 같다. 소수라도 세상의 누군가에게 감흥을 준다는 가슴 뭉클한 감정은 돈 주고 살 수 없는 가치이자 배고픔을 견딜만한 자부심이다. - 신민 진화랑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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