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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전시 -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진보적 도자기술 ‘카오스 투 테크네’

진보를 향한 7인 도예가들의 다양한 시도와 변화의 움직임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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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47호 왕진오⁄ 2013.10.07 11:37:29

예술의 두 가지 원천인 ‘영감’(Inspiration)과 ‘기술’(Technic)이라는 테마를 통해 도자 기술을 조명하는 전시가 10월 1일부터 2014년 2월 16일까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서 마련된다. 두 개의 전시로 마련된 ‘카오스 투 테크네’에는 여선구 작가의 개인전과 7인의 젊은 도예작가들의 ‘테크놀러지’전을 통해 예술가의 영감인 원초적 우주, 카오스의 세계와 숙련되면서 완성도 높은 진보적 도자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압도적인 크기와 강렬한 색채의 독특한 세라믹 조각이 전시장 입구를 가득 메우고 있는 작업은 여선구 작가의 지난 18년간의 작품 활동을 심도있게 조명하기 위한 시도이다. 국내에서 그의 전시가 열린 것은 1995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작품에는 한국에서 30년, 미국에서 25년 삶의 고민과 치유가 담겨 있다. 원초적 우주인 카오스, '영감'의 세계를 표현하는 여선구 작가의 작품에는 양분화 된 인생에서 겪게 되는 두 나라 간의 이질적인 역사와 문화는 문화적, 철학적, 감성적 괴리감과 같은 내적 갈등을 일으켰고, 이를 소화시키는 작업들은 그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시켰다. 첫 눈에 강렬한 시각적 충격을 보여주는 그의 작품은 그 안에 무수히 많은 캐릭터와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다. 단순히 흙으로 만들어진 조각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연극 무대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또 3미터 높이와 1톤이 넘는 거대하고 육중한 크기는 규모 면에서 관람객을 압도하고 표면에 흘러내리는 미묘한 유약은 기괴하면서도 신비로운 인상을 준다.

작품은 입체조각뿐 아니라 도판 드로잉 작업, 캐스팅 작업을 넘나드는데, 그 안에는 여선구 작가만의 고유하고 독특한 캐릭터들이 반복되어 등장한다. 예수, 부처 등 종료를 상징하는 이미지와 한국 민화에 자주 등장하는 호랑이, 용, 도깨비와 신화 혹은 우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과 동물들이 뒤섞이듯 나타난다. 마치 이야기책을 펼치면 그 속에서 다양한 캐릭터들이 무질서하게 끝없이 튀어나오는 듯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이번 전시에 대해 여선구 작가는 "과거, 현재와 미래를 통한 나를 둘러싸고 있는 관계와 관심사에 대한 지극히 사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라며 "많은 이들이 함께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무언가가 되길 희망하며 들인 시간과 행위에 따른 부산물"이라고 설명했다. 밀도 있고 정제된 백토의 활용과 치밀한 조합에 의한 색의 사용 등 이미 도예가 가지고 있는 테크놀로지적 형식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 전시 'ESPRIT_테크네'는 재료의 준비와 성형, 불조절에 의해 완성의 단계까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는 기술집약적 장르를 보여준다. 김지아나, 백진, 송지영, 윤솔, 윤주철, 정봉준, 조신현 등 7인의 젊은 도예가들은 흙 속에 녹아든 테크놀로지의 작업을 기반으로 작가 개개인의 진취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생각의 모태에서 잉태된 창의적인 결과물을 선보인다.

예술가의 창조적인 감각이 무르익은 에스프리 테크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돔하우스 2층 갤러리 입구를 지나 먼저 전통적인 도자기의 형태 위에 산호나 복어의 가시를 연상시키는 무수히 많은 돌기들이 관람객의 시선을 끈다. 이는 석고와 흙이 지니고 있는 수분과 관련한 성질을 이용해 윤주철 작가가 직접 개발한 “첨장기법”을 적용시킨 작품이다. 형태는 전통적이나 표현방식은 고전을 넘어 자신만의 새로운 창작으로 향하는 젊은 작가의 도전정신을 느낄 수 있다. 윤솔 작가는 ‘가장 간결한 것이 곧 가장 많은 것’이라는 명제를 모티브로 하여 구(球)를 작품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구체와 이를 변형한 곡면체 형태의 얇은 백자토 조각을 자르고 다시 이어 붙이는 작업을 계속하여 마치 퍼즐놀이 하듯이 완성시킨 작품을 선보인다. 벽면에 무수히 걸려있는 일그러진 원형의 군집과 동일한 높이와 형태를 지닌 백색병들은 백진 작가의 작품이다. 도예작업은 간단하게 손으로 직접 빚는 방법과 석고몰드를 이용해 같은 형태의 사물을 복제하는 슬립캐스팅으로 나뉘고, 제작방식에 따라 결과물의 질감이나 무게감 등이 달라진다. 그녀는 이번 전시에서 슬립캐스팅이라는 산업적인 기법을 통해 아날로그적인 표현을 보여준다. 송지영 작가는 토끼를 현대인을 위한 치유의 메신저로 표현한 작품을 선보인다. 정봉준 작가는 작품제작에 있어 신선함과 재미에 예술적인 감성을 추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양각과 음각의 대조를 통해 묘한 공간감을 제시하여 종이접기의 기하학적 문양이 주는 재미를 표현했다. 조신현 작가는 아주 얇은 여러 색판을 겹쳐 덩어리를 만들고 이를 다시 조각하여 선과 면의 변화가 나타나는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도자의 연리문이 연상되기도 하는 작품은 조각하는 작가의 손에서 산등선이 되었다 조약돌이 되었다가 한다. 마지막으로 김지아나 작가는 조명 위의 흰색 도자기들이 서로 마주보는 거울에 무수히 증식하는 허상을 그려낸다. 무한반사의 장을 통해 관람자의 공간감을 교란시키는 작품은 조명과 거울의 허상이 만들어내는 시각적 유희의 세계로 관람객을 초대한다. 진보를 향한 7인의 도예가들의 다양한 시도와 변화의 움직임을 표현한 ‘ESPRIT_테크네’전은 현 시대의 예술가들이 새로운 것에 대한 탐구나 실험을 주저하지 않을 때 미래세대에게 소중한 문화적 자양분을 공급하고 의미 있는 유산을 남겨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달한다.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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