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9호 김금영⁄ 2013.10.21 14:45:14
참 단아하고 내성적일 것 같다. 그게 조장은 작가의 첫 인상이었다. 하지만 직접 만나보고 이야기를 나눠본 그녀에게는 색다른 모습이 있었다. 조용히 방 안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미술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자발적으로 특별한 공간을 만들었다. 서울 서초구 반포 4동 서래마을에서 9월 28일 오프닝을 가진 ‘조장은 아트 스페이스’(이하 조.아.스)는 작가의 작업실이자 모든 사람들에게 오픈된 장소다. “미술은 럭셔리한 갤러리에 가야만 볼 수 있다는 인식이 있어요. 또 거의 갤러리에는 작품들만 전시돼있고 작가는 베일에 싸여있는 경우가 많고요. 전 작가와 작품이 사람들에게 어려운 존재가 되는 걸 원하지 않았어요. 언제든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저 작가 요즘은 뭐 그리지’ 궁금해 하며 다가와 구경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해왔죠. 계획은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는데 올해부터 적극적으로 나서서 조.아.스를 열었어요.” 조.아.스엔 조장은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전시된 작품들은 계속해서 교체될 예정이다. 일종의 갤러리로서의 작용을 하고 있는 것. 하지만 조.아.스가 추구하는 것은 단순한 전시가 아닌 사람들과의 ‘소통’이다. 그래서 작품을 전시하고 뒤로 빠지는 것이 아니라 항상 조.아.스엔 조장은 작가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소통의 시발점으로 택한 것은 사람들과의 취미 공유다. 현재 조.아.스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찾은 날도 오후 3시에 아이들이 찾아와 그림을 그리기로 돼 있었다. 주제를 주거나 아이들이 그리고 싶은 것들을 물어봐 함께 그림을 그리는데 동네 주민들의 반응이 좋다. 미술을 중심으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꾸렸다. 그 예로 영화 상영회도 마련돼 있다. 영화 감상이 취미인 사람들을 위해 준비한 프로그램이다. 이밖에 커피를 마시며 고민을 이야기하는 ‘고민커피와 꽃꽂이’, 캔버스백에 전용물감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내가 그리는 에코백’, 부케를 만드는 ‘꽃다발 만들기’, 자신의 소장품을 사고파는 ‘몽땅 다팔아 플리 마켓’ 등 사람들이 친숙하고 쉽게 다가올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진행했다. 다가오는 겨울에는 뜨개질도 진행해볼 계획이다.
“단순히 제가 작가로서 그림만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미술과 관련된 취미를 공유하고 싶었어요. 전 손으로 하는 모든 것들에 취미를 가지고 있어요. 특히 요즘 정말 바빠 문화생활을 누리기 힘든 직장인들이 많아요. 그 분들에게 함께 할 수 있는 재밌는 취미 생활을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미술에 대한 관심은 남녀노소 불문 ‘어렵다’는 편견 깨고 사람들 이끌어 처음엔 ‘찾아오는 사람이 있기는 할까’ 염려했지만 주변에는 생각보다 미술과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젊은 직장인, 아이를 둔 어머니, 꼬마 아이들까지 방문하는 사람들의 연령대도 다양하다. 그만큼 미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존재한다는 것을 느꼈다. 사람들이 미술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돕고자 시작한 일이지만 조장은 작가 또한 사람들로부터 얻는 것이 많아졌다. 그녀는 자신의 일기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자신이 살아오며 몸소 느낀 것들을 그림의 주제로 삼았다. 그런데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 일기의 영역이 확대됐다. 조.아.스에서 만난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들을 스스럼없이 작가에게 털어놨고, 그 안에서 새로운 영감을 받기도 했다. “기억나는 분들이 많아요. 어떤 분은 부모님 결혼 45주년 기념 선물로 부모님의 일기를 그려드리고 싶다고 왔어요. 그래서 그 분들의 젊은 시절 이야기도 듣고 사진도 찍으면서 초상화를 그려드렸죠. 그 얼굴 안에 행복하게 살아온 역사가 느껴져 뿌듯하고 행복했어요. 또 어떤 학생은 남자친구에게 그림을 선물하고 싶다고 도움을 요청했어요. 수줍어하며 행복해하는 감정을 그림에 담을 수 있어 저도 좋았어요. 전 일상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일상이 정체돼 있을 때 작업을 하기 힘들죠. 그런데 다양한 삶을 접하고 들으면서 ‘이런 그림을 그려볼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녀가 추구하는 그림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공감과 재미, 위로를 주는 것이다. 작가 또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 중 한 명이기에 그녀가 그린 일기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준다. 작가의 자화상이지만 그림을 보는 사람들 또한 ‘이건 내 이야기인데?’ 하고 느낄 수 있는 공감 포인트가 있다. 그리고 역시 그 공감 포인트는 늘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노력하는 그녀이기에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술이 사람들에게 더 쉽게 느껴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제 그림도 쉽고, 대중적이고 일상적인 요소들을 다루고 있어요. 그림이 너무 어렵고, 비싸고, 쉽게 가질 수 있는 취미가 아니라는 인식이 많아요. 하지만 보는 그대로 그림을 느끼면 돼요. 전 앞으로도 그림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