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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을 만나다]박미리 작가 “내게 그림은? 바로 즐거운 생활”

거창하게 포장하는 게 아니라 바로 곁에 있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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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50호 김금영⁄ 2013.10.28 12:40:27

화실에 들어서자마자 공간을 가득 채운 그림들이 도시가 아닌 자연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줬다. 화폭에 담긴 호수, 산, 나무 등 사계절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자연의 소재들은 바라만 봐도 힐링이 되는 것 같은 신기한 매력이 있었다. 박미리 작가 또한 자신이 그린 작품들과 같이 따뜻함과 포근함을 주는 사람이었다. 서울 거여동에 위치한 박미리 화실에서 만난 그는 인터뷰를 위해 화실을 찾았을 때도 그림 그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11월 26일 대구 대백프라자에서 열리는 개인전을 위해 현재 열심히 준비 중이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너무 좋아해서 미술을 전공했어요. 중고등학교 때는 항상 미술반이었고요. 하지만 이렇게 너무 좋아하는 그림을 한동안 못 그리기도 했어요. 제 세대 사람들 특히 여자들은 결혼을 하면 직장을 관두는 것이 일반적이었어요. 같이 미대를 나왔는데도 활동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았죠. 저도 10년 동안은 아이들을 키우고 가정생활에 충실했어요. 그런데 이제 아이들도 다 크니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어요.” 10년 동안이나 손을 놨었지만 그에게 있어 그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였다. 계속해서 가슴 속에 맴도는 미련을 지우기 위해 늦게나마 다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다른 직장을 다닐 때는 수입이 더 좋았지만 그림을 위해 다 포기했다. 2001년부터 2013년 현재까지 개인전도 벌써 10회 넘게 열었다. 그룹전 및 초대전도 300여회 참여했다. 그만큼 너무 그림이 그리고 싶었던 것.

박미리 작가가 주로 그리는 그림은 자연을 담은 유화와 인체 누드 크로키다. 딱히 장르를 고집하는 것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그림을 계속해서 그리다보니 자연스럽게 그의 대표작품이 됐다. 화폭엔 자연 풍경들이 그득그득하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작가는 자연 이곳저곳을 다닌다. 하지만 자신이 본 그대로 그림을 그리는 것은 아니다. “사실에 기반을 두긴 하지만 이미지는 제가 새롭게 만들어요. 어느 한 장소에 가더라도 그곳에서 제가 느낀 감정들을 그리려고 하죠. 그 감정들을 담아서인지 ‘남자 그림 같다’는 이야기도 듣곤 해요. 과감하고 힘 있는 붓 터치가 인상적이라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들었을 때 참 기분이 좋았어요. 제 그림을 본 분들도 무언가 새로운 감정을 느꼈다는 증거니까요.” 10년 공백 무색할 만큼 그림 열정 불태워 겉치레 없이 그림에 솔직한 감정 담아 그의 일상은 늘 그림과 함께 하기에 소재도 무궁무진하다. 길을 지나가다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이 소재가 된다. 그럴 땐 그 감정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재빨리 스케치를 하고 작업실로 돌아와서 그림을 그린다.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이 그림은 박미리 작가에게 행복과 고통을 모두 주는 존재이다.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을 때는 ‘내가 이걸 왜 시작했나’ 싶기도 하다가, 원하는 느낌대로 그림이 나오면 그 기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그 기쁨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던 것일까. 작가는 그의 이름을 내걸고 화실을 운영하고 있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고, 또 배우고 싶어 하지만 방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는 길잡이가 돼준다. 화실 사람들의 작품을 모아 소중한 전시도 매년 열고 있다. 이 와중 화실을 운영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어떻게 하면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어요?’다.

“전 항상 잘 그리려 하지 말고,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라고 해요. 제 그림을 따라서 그리지 말라고 하고요. 초등학교에서 그림 심사를 할 때가 있는데, 정말 예쁜 작품들이 많아요. 그만큼 그림을 좋아하는 순수함이 그림에 담긴 거죠. 그건 아무도 흉내 내지 못하는 그림이에요. 기술적으로 잘 그리는 것보다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솔직하게 표현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그가 그림을 그리면서 가장 벅찬 감정을 느꼈던 때는 언제일까. 아무래도 작가로서 자신의 작품이 처음으로 사랑받았을 때가 아닐까 싶다. 박미리 작가는 국내에서 개인전을 열기 이전 프랑스에서 먼저 초대전을 가진 바 있다. 처음으로 작품이 팔린 곳도 바로 이 전시에서였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그림을 좋아해서 구입해갔다는 그 사실이 더욱 그를 행복하게 했다. 또한 그냥 전시를 짧은 시간에 휙 둘러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몇 시간 동안이나 천천히 감상하면서 그림에 대한 질문을 했던 할머니 관객도 그에게 깊은 인상을 줬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더 열심히 그려야겠다’고 반성하게 된 계기였다. “전 작가의 길을 선택한 것에 후회가 없어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이 일을 만만하게 보면 안 돼요. 본인의 그림을 인정받을 때까지 그 과정이 힘들어요. 충분히 감내해야 하죠. 열심히 해야 하는 건 말할 필요도 없고요. 특히 순수미술을 하는 건 몇 배는 더 힘들어요. 그만큼 열정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박미리 작가는 ‘그림은 내게 즐거운 생활’이라고 고백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그림은 그의 일상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삶 속에 들어와 있다. 거창하게 포장할 필요도 없다. 그림은 일생을 같이 걸어갈 친구 같은 존재이다. “그림은 바로 제 생활이에요. 더 좋은 직장이 있어도 전 또다시 그림을 선택할 거예요. 힘들 때도 있지만 행복할 때가 더 많죠. 친구들과 그림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전시도 감상하고, 사람들에게 그림을 가르쳐주는 순간 모두가 소중하고 행복해요. 굉장히 제 생활에 만족합니다.”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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