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데스크 칼럼]기업엔 수수료, 의원엔 무료관광…“본분 망각한 세금낭비 위험수위”

  •  

cnbnews 제350호 김경훈⁄ 2013.10.28 11:39:41

축제가 끝나면 아련함과 아쉬움이 남는다. 설렘과 환희가 있지만 허탈과 비애도 밀려오기 일쑤다. 축제의 품격은 진정성과 공감대에 달려있다. 국정감사는 국회의 축제이자 특권이다. 국정 전반을 총괄적으로 감시하고 견제하기에 의원의 ‘존재의 이유’나 다름없다. 올해도 국감을 통해 각종 비리와 치부가 낱낱이 공개됐다. 왜, 때 되면 연례행사같이 등장하는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세상에서 제일 어리석은 게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국감이슈 중 다음의 세 가지는 꼭 짚고 넘어가야겠다. 국가의 백년대계와 관련된 중대사항이기 때문이다. 대학의 ‘학점세탁’과 대기업·공공기관의 ‘고용세습’ 그리고 본분을 망각한 세금낭비다. 국감서 드러난 학점세탁, 고용세습, 세금낭비… 첫째, 명문대를 포함한 70여개 대학에서 취업용 성적표를 별도로 만들어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F학점과 재수강여부를 표기 안 하는 이른바 학점세탁이다. 일부 대학은 학칙에 이중 성적표 규정을 두고 있다. 취업난에 따른 학점 인플레는 청춘을 좀먹는다. 학점취득 추가 비용이 대학 당 평균 20억원에 달한다. 상아탑이 장삿속에 휘둘리면 국가 미래는 없다. 2018년엔 고졸자가 대학신입생 숫자를 초과하는 역전현상이 빚어진다. 심각한 저출산 여파로 절대적으로 대학 정원을 줄여야 할 판이다. 우리나라 340개 대학 전수조사를 통해서라도 바로 잡을 건 바로 잡아야 한다. 무한경쟁을 통해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창조경제의 원동력은 대학이다. 대학은 정직과 신뢰를 먹고사는 최후의 보루다. 둘째, 일부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일자리 대물림이다. 아버지가 정년퇴직하고 그 가족이 우선 채용된다는 건 일종의 고용세습이다. 업무상 재해로 회사를 떠나는 특수한 이유 외에 갖가지 특혜 규정으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고 있다. 이는 취업지망생에 좌절감을 주고 그들의 영혼을 짓밟는다. 일자리 대물림은 빈부의 대물림이나 다름없다. 지난 5월 법원은 ‘일자리 대물림은 무효’ 라고 판결했다. 현대자동차 정규직 채용 때 정년 퇴직자나 25년 이상 장기근속 자녀에게 25%를 할당하는 건 옳지 않다는 얘기다. 올해 7급 공무원시험 경쟁률은 100대1이 넘었다. 삼성그룹 공채엔 10만명이 몰렸다. 일자리 대물림은 현대판 음서(蔭敍)제도나 마찬가지다. 부모 음덕으로 자제들이 채용에서 덕을 보는 제도는 국민행복시대를 우롱하는 처사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기도 한다 셋째, 코트라(KOTRA 대한무역투지진흥공사) 등에서 드러난 세금낭비 실태다. 코트라는 국회의원·고위 공직자·공공기관 임원들의 해외 방문 때 통역과 관광 등 의전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해 왔다. 세계 82개국 120곳 해외 무역관을 운영하는 코트라는 중소기업의 해외진출 개척과 해외투자를 유치하는 게 설립취지다. 그러나 이들에겐 무료관광 서비스를 제공하고 중소기업에겐 수수료를 꼬박꼬박 받았다. 코트라는 주 고객인 중소기업이 해외 무역관에서 서비스를 받을 땐 최고 58만원을 받고 있다. 세계 각국에 네트워크를 가동하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의 무역환경은 열악하다. 중소기업이 살아야 국가경제가 힘을 얻는다. 해외를 다녀보면 알지만 현지 영업과 투자환경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의 도움 없이는 어렵다. 본분을 망각한 공공기관의 세금낭비와 개념 없는 고위층의 특권의식이 국민을 실망시킨다. 국민의 혈세가 줄줄 센다. 재물과 위세는 움켜쥔 모래와 같다. 손가락 사이로 솔솔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水則載舟 水則覆舟) 물은 민심, 배는 고위층이다. 부귀에 취하고 권력에 맛들이면 옳고 그른 판단은 물 건너간다. - 김경훈 편집인 겸 편집국장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