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1호 왕진오⁄ 2013.11.04 16:18:12
매일 접하는 일상의 공간과 사람들에게 잠시라도 짧은 시간을 부여하며 시선을 준 적이 있을까? 바쁘게 살아가며 미래의 고민에 휩싸여 시선을 주기가 녹록치 않지만, 이러한 시간을 사치로 여질 정도로 세상은 삭막하다. 디지털과 속도로 대변되는 현대 사회 속에서 거꾸로 아날로그 대형 카메라를 들고 밤 12시부터 동이 틀 때까지 바쁜 사람이 있다. 가장 오래 살았던 은평구 연신내 지역과 서울의 이곳저곳 익숙한 공간을 렌즈로 담아내는 사진가 김태동(35)의 작품이 주목받고 있다. 김태동 작가는 2012년 제4회 일우사진상 전시부문 수상자로 올해 초 국립현대미술관의 젊은 모색전을 비롯해 다양한 전시를 통해 주목받고 있다. 김 작가는 시간과 공간의 경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전통적인 사진 구도 속에 회화적인 빛으로 재현하고 있다. 그가 ‘Day Break’시리즈와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낮과 도시의 경계에서 풍경과 인물 중심으로 작업한 신작 ‘Break Days’시리즈 27점을 대한항공 서소문빌딩 1층 일우스페이스에서 10월 31일부터 12월 24일까지 선보인다.
전작 ‘Day Break’시리즈는 밤과 낮이 바뀌는 시간의 경계 속에서 도시의 거대한 건축 구조물 및 기하학적인 구도 속에서 배회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절제되어 무심함 표정과 시선으로 섬세하게 담아내는 작업을 했다. 김 작가가 선보이는 ‘Break days’ 시리즈는 작가가 25년 이상 살아온 익숙한 지역에 함께 머물고 있거나 잠시 들어온 사람들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포착한 사진들이다. 전시장에 걸린 액자 속 사람들은 당구장 주인과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고등학생, 라이브 카페의 주인 등 생활공간에서 언제나 볼 수 있는 보통사람들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들의 모습에는 그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흔적을 엿볼 수 있어 작가가 순간을 포착했지만, 나름의 심미안을 가지고 그들의 모습을 담아낸
것으로 판단된다.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각자 나름의 사연을 갖고 사는 분들이었어요. 새벽녘에 그들에게 촬영을 요청했고, 자연스런 포즈를 취해 달라고 말하면 10분 이상 같은 포즈를 취해주었습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도시속의 주변인처럼 그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한 촬영 이었죠” 작가는 그들과의 동질감을 얻기 위해 밤마다 도시를 돌아다니며, 마치 사냥꾼의 느낌을 가지고 거리에서 촬영 대상을 포착해 낸 것이다. 이를 통해 자신에게 익숙한 공간을 자신만의 무대로 만들어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과 건물의 기형적 중첩을 특유의 절제된 표현력으로 보여준 것이다. 작가는 부도심의 지형적 특성과 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주변인적 속성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며 주변과 주변인적 속성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며 주변과 주변인에 대한 심리적 지도를 사진으로 담아냈다.
‘Break days’시리즈에 대해 연세대 신수진 교수는 “무언가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여긴다면, 무릇 외형과 내면을 아우르는 이해를 지녀야 마땅하다. 결과적으로 그의 작품에서 익숙함이 발휘하는 미덕은 무심한 듯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대상의 본질로 파고 들 수 있는 힘을 지니게 된 점이다. 그가 구사하는 관점의 기술은 지형지물과 인간, 또는 겉과 속을 관통한다”고 말했다. 김태동 작가는 중앙대학교 사진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다. 전통 방식의 사진적 재현과 해석 속에서 공간과 인물이라는 대상을 냉담하면서도 섬세하게 표현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일우사진상은 뛰어난 재능과 열정을 지닌 유망한 사진가들을 발굴해 국제적 경쟁력을 지닌 세계적인 작가로 육성하고자 2009년에 처음 제정됐다. ‘일우’는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아호다.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