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주요 소재로 작업을 하는 작가 이지현은 우리 주위의 익숙한 책을 뜯어 문장을 읽을 수 없게 만들고 이를 화면에 옮겨 하나의 이미지를 다시 만들어낸다. 작가에 의해 해체된 책은 어떠한 글귀가 써있는지 읽을 수 없게 되고 이미지 자체만 남는다. 아주 오래된 책과 같은 책이 서점에 막 출간된 책을 뜯어내게 되면 시간과 사람의 손때만을 남기지만 내용은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관객들은 이미 해체된 책의 텍스트를 읽을 수 없지만, 작가가 새롭게 만들어낸 이미지를 통해 그 내용을 대신 읽을 수 있고, 일상적 소재이면서 시대의 상징물인 책이 특별한 물질로 작품에 드러나기를 작가는 희망하고 있다.
11월 6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청담동 표갤러리 사우스에서 열리는 이지현의 'Dreaming Book'에서는 기존에 많인 선보였던 책 작품 이외에 평면에 새롭게 시도한 작품들도 만나 볼 수 있다. 책을 뜯는 작품들은 사진이미지를 포함해 관람객에게 조금 더 쉽게 작품의 이미지를 인식할 수 있게 했다. 캔버스에 해체한 책의 텍스트를 가지고 일상적인 풍경을 만들어 나가는 작업도 함께 선보인다. 책은 우리 시대의 스토리를 기록하고 시대의 상징물로서 이를 뜯어서 알 수 없게 만들고, 또렷하지 않은 이미지를 통해 자아를 잃어버리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 시대의 정체성을 대신해 보여주는 이번 전시를 통해 '책'이 가지는 진정한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시간으로 다가이 마련된다.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