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문화유산에 대한 명백한 경의와 더불어 21세기로 진입하는 시기의 한국아티스트들은 새롭고 획기적인 방식을 발견하고 수용하며 그것과 소통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그들은 기존 한국의 모더니즘 작가들이 시도했던 고정된 표현법 및 예측 가능한 형식의 묘사법을 탈피하려는 의지가 충만하다. 이는 서양미술이나 서양미학을 모방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은 아니다. 대체적으로 젊은 한국 아티스트들은 기존의 전통을 전진시키고, 작업을 더욱 유의미하고 괄목할만한 접근을 통해 과거를 재해석하는 상상력을 개방하길 원한다. 작가 이승오(51)는 그들 중 하나라고 믿는다. 그의 작업은 시대적 징후로 이해된다. 신라시대 혹은 그 이전시대부터 이어져 오는 한지( hanji )전통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이승오는 이미 도래된 세계화 속에서 한국인으로 규정되는 자신의 민족적 특징을 희생시키지 않으며 종이작업의 개념에 대한 계몽된 미래를 부여한다.
그의 최근작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요소인, 미국 대중문화의 세속적 상징이나 잡지 광고, 한국의 전통산수·불상· 무속론 등은 융합의 징후이며 그것들은 개방적임과 동시에 도발적이다. 이승오는 한국의 전통적 산수화 속에 앤디워홀과 로이 리히텐스타인과 같은 팝아트를 배치한다. 그 과정에서 거대한 질서 속에서 자신의 예민하게 조율된 상상력을 거쳐 재건된다. 최신 잡지나 그 외 폐종이를 단단한 뭉치로 겹겹이 쌓아 작품으로 탄생된다.
예술세계가 지닌 무궁한 가치와 의미 종이 '콜라주'로 구축되는 작업과정에 있어서 이승오의 팔레트는 이미지가 지닌 고유색을 염두에 두기보다 적, 녹, 청, 황, 흑, 백과 같은 기본적이고 형식적인 선택을 통한 색채들을 사용하고 있고, 캔버스 표면을 그리기 보다는 종이뭉치의 구축을 통해 반 고흐의 풍경, 인물, 꽃, 그리고 남부 프랑스의 시골풍경 등을 재현하고 있다. 그리고 작가는 노르웨이 작가 에드바르드 뭉크의 유명작인 ‘절규’ (The Scream)를 재해석하는데, 뭉크나 반 고흐의 인물만을 차용할 뿐 아니라 한국의 농민들과 농촌풍경이 담긴 몇 십 년 전 사진들도 함께 재해석되고 있다.(중략) 규격화된 진행에 따른 상징의 반복적 이미지는 워홀이 60년대에 ‘블릴로박스’와 ‘캠벨수프캔’ 등으로 주로 사용했던 개념이며 그 당시 뉴욕의 미니멀미술과 개념미술이 산업화와 광고현장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은 것이다.
이승오의 작품에서의 반복성은 대체로 사각의 모듈 형태를 이루는데 율동적인 구독 법으로 영화, 만화인물, 추상적 요소들을 담고 있다.(중략) 이승오가 종이판과 '회화'를 위해 선택한 이미지는 특이하고 도발적이다. 팝과 키치사이 어디에선가 유보된 것 같기도 하다. 예를 들어, 워홀의 60년대 작인 네 개의 꽃 판화를 기반으로 한 이승오의 작품은 반 고흐의 최고작인 아이리스나 해바라기와 비교될 수 있다. 이 주제로 수많은 버전을 제작한 이승오는 두 이미지에 대한 강한 헌신을 보여주었다. 미술사가들이 워홀을 미국 팝 아티스트로 규명한 사실이 있기에 반 고흐를 상징주의화가 혹은 후기인상파로 보는 경향이 있다. 미디어를 통해 이러한 작품이미지가 매우 자주 노출이 되어서 마치 클리셰나 키치(kitsch)같은 느낌을 주게 되지만, 이승오의 비옥한 작가성에서 나오는 많은 작업들을 막을 수는 없다.(중략)
이승오의 작업을 통해 말하는 ‘팝 수정주의’는 현재의 한국미술의 상황에서 이해되는 팝아트의 인식, 그리고 지속적으로 수정되는 현상을 이해하고자 함이다. 여러모로 시사 하는 바와 같이 팝아트로 규정된 것이 오늘날 키치와 클리셰로 재평가되고 있다. 그 와중에, 이승오의 세련된 종이작업의 화면에서 주는 친근함은 마케팅에 상업적 촉진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나아가 그의 예술세계가 지닌 가치와 의미가 더욱 중요한 이슈로 나아가는 첩경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이승오의 관심을 인지할 수 있으며 작가는 지속적으로 그 아이디어와 함께 전진하고 있다. - 글·로버트 모간 (Robert C. Morgan) / 번역·찰리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