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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뉴스]암 투병 아이들, 어엿한 ‘화가’로 변신

세브란스병원, 최종진 화백과 ‘해오름회’ 창립 전시회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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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56-357호 김금영⁄ 2013.12.16 14:18:25

“따뜻한 봄날 막 피어나는 벚꽃처럼 아픈 아이들도 빨리 나았으면 좋겠어요.” “나도 꿈을 향해 달리다보면 언젠가는 그 꿈을 이룰 수 있겠지?” 간절한 바람이 담긴 문구들 옆에 전시된 아름답고 따뜻한 그림들이 감동을 준다. 세브란스병원 본관 로비에 전시된 그림들이었다. 세브란스병원은 5명의 아이들로 이뤄진 ‘해오름회’ 그림 모임의 창립전시를 12월 9일부터 14일까지 열었다. 해오름회는 세브란스병원 호스피스실 아동청소년 완화의료팀이 진행하고 있는 미술교육 프로그램의 연장선상에서 만들어진 모임이다. 암병동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아이들이 즐겁게 그림을 그리며 몸도 마음도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해오름회에서 1년 넘게 그림을 그려온 김서연, 김소은, 모명환, 박채린, 유경아, 이예나 어린이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화가’로 거듭났다. 실제로 전시회에서 아이들의 이름 뒤에는 어엿하게 ‘화가’라고 적혀 있었다. 김서연 양은 활짝 핀 꽃을 그리며 희망을 표현했고, 김소은 양은 따뜻한 봄날을 그렸다. 지금은 하늘나라로 갔지만 이전에 기자에게 수줍은 미소를 보여줬던 모명환 군은 다양한 신발을 그리며 목적지를 향해 걷는 사람들을 보여줬고, 선 하나를 긋는 데만 2시간이 걸리지만 그림 그리기를 참 좋아하는 박채린 양은 씩씩하게 달리는 말을 그렸다. 유경아 양은 아플 때 항상 곁을 지켜주는 엄마의 모습을 담았고, 백혈병에 걸렸다는 사실에 가슴 아파했던 이예나 양은 아름다운 꽃밭에 앉아 있는 소녀의 모습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각각의 아이들이 전시회에 작품을 세 점씩 출품했는데, 어느 하나 비슷해 보이지 않게 아이들의 개성과 재능 그리고 소망이 담겨 있었다.

아이들의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들 또한 다양했다. 병원 로비에 그림이 전시돼있기에 주로 병원을 방문한 사람들이 그림 앞에 멈춰 섰는데 그 중엔 휠체어를 타고 찾아온 환자들도 있었다. 작품을 감상한 사람들은 준비된 방명록에 “그림을 보고 힘을 얻었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힘을 냈으면 좋겠다” 등 응원의 메시지와 동시에 그림에서 받은 감동을 글로 남겼다. 1년여 동안 애정으로 그린 그림들 세상에 펼치며 행복과 힐링 얻어 이 모든 광경을 최종진 화백이 지켜보고 함께 했다. 최 화백은 현재 세브란스병원 호스피스 완화의료팀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미술계에서는 명성 있는 작가이지만 아이들에게는 ‘해오름회 그림 선생님’으로 통하는 그는 암병동 아이들과 매주 함께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고, 또 아이들이 가지고 싶어 하는 그림을 그려주기도 하면서 아이들과 희망을 그리고 있다. “해오름회가 창립된 지 1년이 넘었을 때 세브란스병원에서 아이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많이 고민했어요. 그 결과 전시회를 열어 아이들에게 목표 의식을 주면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나왔죠. 병과 힘들게 싸우느라 지친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자원 봉사자가 6~7명 투입됐고, 전시 오프닝 당일에도 정남식 세브란스병원장이 직접 찾아 격려를 전했다. 그만큼 많은 관심이 쏠린 전시였지만 역시 이 전시의 주인공이자 가장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아이들이다. 목도 제대로 못 가누는 아이들은 처음엔 전시회 제안에 어리둥절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신나게 그림을 그렸다. 자신의 그림을 보고 기뻐할 사람들 생각에 힘이 솟았던 것 같다.

전시회 자리는 그야말로 울음과 웃음의 현장이었다. 같이 그림을 그렸지만 결국엔 함께 하지 못한 모명환 군의 자리가 크게 느껴져 모두들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이내 모명환 군이 남긴 작품을 보고, 또 자신들이 그린 그림이 전시되는 것을 보고 뿌듯함과 기쁨을 느꼈다. 울기보다는 웃고, 절망보다는 희망을 찾을 줄 아는 의젓한 6명의 어린 화가들은 그렇게 전시회를 자신들이 그린 작품으로 채웠다. “아이들이 계속 전시회를 열 싶다고 방긋 웃으며 말하더라고요. 올해 해오름회 첫 전시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아이들과 전시를 열게 될 것 같아요. 저도 그림을 그리면 행복해지는데, 아이들 또한 그림을 그리며 행복을 느낄 수 있어 정말 행복했죠.” 최 화백은 “아이들이 건강해지고 성장해 어른이 되면 이 중 유명한 화가가 나올지도 모른다”며 “많은 사람들이 이 전시회를 보고 감동과 행복을 느꼈다. 또 그만큼 아이들에게 힘을 실어준 것 같아 전시를 봐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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