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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희 큐레이터 다이어리]연예인의 미술계 진출

“과연 미술의 대중화 위한 방법은 이것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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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58호(송년) 박현준⁄ 2013.12.23 13:40:52

이제 막 졸업하여 ‘작가’라는 타이틀을 짊어지고 사회에 나온 어린 작가들이 자주 질문을 건네 온다. 본인 스스로 작가라고 칭하기도 애매하고, 길이 불투명한 자신의 길에 대하여 고민을 토로한다. 그 질문에 나는 종종 이러한 대답을 해주며 그들의 길에 응원을 더한다. “작가는 연예인이 되는 과정과 비슷하다.” 연예인이 프로필 사진을 갖고 기획사 및 수많은 오디션을 보러 다니는 것처럼 작가도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갖고 수많은 공모전, 갤러리, 미술관 등의 문을 두들기는 것과 매한가지인 것이다. 흔히들 말하는 탄탄한 스타 제작소인 ‘ YG, JYP, SM’ 등의 기획사를 만나 스타가 되기도 하는 것처럼, 주요 갤러리 및 레지던시에 입주하여 좋은 프로젝트, 전시, 기획자, 딜러를 만나 결국은 본인 스스로를 작가라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는 반열에 오르게 되는 과정이라고 말이다. 각종 음악오디션 프로그램이 난무하는 가운데, 연예인 지망생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처럼 매년 미대생의 졸업자수는 무방비상태로 배출되고 있는 현실이다. 미술계는 불황이라며 침통해하고 있고, 너도 나도 문화 예술 사회 환원이라는 명명 하에 메세나 활동에 참여하는 기업의 수는 늘고 있으나 수치로 책정하기도 민망한 소극적 참여 아래 미술계만 지저분해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미술 비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활발한 미술 활동으로 문을 두드리고 있는 연예인들의 행보가 미술계의 미치는 영향은 가히 놀랍다. 우선, 장점이라고 한다면 대중들에게 어렵다고 인식 되었던 예술 장르 중 하나인 미술문화의 문턱을 낮춰주었다는 평이다. 팝아트의 영향으로 대중의 관심을 이끌었던 이래로 단언컨대,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사례이었다고 과감히 말하고 싶다.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미술전시가 하나의 아이템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기 까지 이들의 영향은 상당했다. 단순히 관람 차원의 문화 향유 수준을 넘어서 작품 구매인구수도 급증하였다. 원래 본연의 컬렉터가 아닌, 생애 첫 구매 작품이자 마지막 작품이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작품(작품이라기보다 팬심 차원의 스타의 채취가 녹아 있는 소장품이라고 해야 마땅할 것 같다) 으로 구매의 맛을 보게 되는 등, 작품 구매 소비자층을 넓게 확산 시킨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양상이다.

미술의 대중화 자체로써 그들의 미술계 진출은 환대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정작 미술계 안에서 바라보는 입장은 다르다. 그들의 이벤트 성향 짙은 일회성 전시들로 인하여 석사 청구전에 목매는 어린 작가들의 기회의 수를 줄게 만들고, 묵묵히 걸어 나가는 자신의 길에 의구심을 갖기 시작한다. 이에, 두서없는 팝아트들과 알맹이 없는 기업과의 무분별한 콜레보레이션. 무수히 쏟아지는 소위 아트라는 명명 하에 난무하는 ‘아트 쓰나미’ 속 진품을 구별하기 어려워 진 것이다. ‘아트 쓰나미’ 속 진품 구별 어려워져 이러한 현상에 근본적 원인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 볼 필요가 있다. 대중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며 그들의 발걸음을 전시회로 이끌기 위함으로 팝아트나 연예인들의 미술계 진출에 의존하여 쉬운 예술, 문턱을 낮추는 예술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대중들의 전시 관람의 교육을 통하여 향유의 방법과 동기부여를 고취시킴으로 이어 가야 한다. 미술품이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이유, 정신적 사유의 방법 등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라는 옛 고어 까지는 아니더라도 예술적 사유의 중요성을 대중들에게 일깨워 줘야 하는 것이다.

흔히들 “작품 볼 줄 모른다, 설명해 달라, 봐도 모르겠다.” 등의 질문과 함께 팩트를 읽어내려 갈 수 있는 어떠한 파 어떠한 화가의 몇 년도 작품 속 숨겨진 이야기들을 읽어 내려가는 명화전시가 주말이면 미어 터져 줄을 서가며 보는 이유 또한, 마음으로 느끼는 감상이 대중들에게는 어색하기 때문이다. 팩트를 읽어 내려가는 것만이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대중들의 감상 행위는 마음으로의 감상이 아니라 머리로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확인하는 과정일 뿐이다. 연예인들의 미술계 진출, 미술관의 문턱이 낮아진 현상에 일등공신임에는 틀림없다. 이제 대중들의 발걸음과 구매심을 끌어왔으면, 이것을 일시적인 단타발로 그치지 않도록 미술의 향유의 방법을 고차원적인 교육을 통하여 또 다른 방향의 미술의 대중화를 잇도록 노력해야 함을 상기시키고 싶다. - 김연희 나무모던 앤 컨템포러리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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