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재무팀장 검찰 진술 번복…증언 신빙성 높지 않아

CJ그룹 비자금 수사에 단초를 제공한 이 모 전 CJ그룹 재무2팀장의 법정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용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3차 공판에는 이번 사건의 핵심 증인인 이 모 전 재무2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서 이씨의 진술 및 증거자료에 크게 의존했기 때문에 이씨 증언에 대한 주목도는 매우 높았다.

이씨는 검찰 신문에서 “법인자금 603억여 원을 빼돌려 가족 생활비 및 차량 구입, 미술품, 와인 구입 등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진술했지만, 변호인 반대 신문에서는 “자동차, 와인 등 사적 비용을 비자금이 아닌 차명 재산 매각 대금, 즉 개인 재산으로 구입했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의 회사돈을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검찰 진술을 번복하는 내용이다.

이날 이 회장측 변호인은 “이씨가 부외자금 조성 등과 관련한 업무는 실질적으로 한달여 밖에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회장의 개인 재산 관리 업무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것 같다”며 증언의 신빙성이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씨는 검찰 조사에서 2006년 이후에도 부외자금이 지속적으로 조성됐다고 진술했지만, 검찰이 2005년을 마지막으로 부외자금 조성이 중단된 사실을 확인하는 마지막 질문에서는 진술을 번복했다.

이씨가 증언한 금고 운영방법 및 금고 내 보관하던 돈의 성격이나 종류 등도 당시 실무자의 증언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또한 “CJ 관계자를 만나 금전 요구를 한 적이 있느냐”, “부하 직원에게 자체 비자금 조성을 제의한 적 있느냐” 등의 질문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이씨는 2007년 이재현 회장에게 복직을 요구하며 보낸 협박성 서신에 대해서도 “일부는 사실과 다르다”고 인정했다. 당시 ‘사고’로 100억원 정도 회수가 불투명했는데, 마치 해외에 비밀 계좌를 만들어 송금한 것처럼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이재현 회장의 자금 220여 억원을 유용해 각종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손실을 입게 되자 살인청부를 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당시 경찰이 압수한 이씨의 USB는 이번 검찰 수사의 결정적 단서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