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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만화 법률]“자백은 증거의 왕”

자백이 불이익한 유일한 증거일 때, 자백만을 근거로 유죄 판결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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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61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2014.01.13 14:44:06

최근 개봉한 변호인이라는 영화가 연일 화제입니다. 이 영화는 1981년에 부산에서 일어났던 ‘부림사건’이라는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실상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했다는 점 때문에 여러 가지 논란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특정인의 미화 논란이나 ‘부림사건’이 용공 조작 사건인지는 논외로 하고, 범죄의 자백을 받기 위한 고문은 어떤 경우에도 허용돼서는 안 됩니다. 
81년 부림사건에서 87년 6월 항쟁의 계기가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이르기까지, 당시에는 수사기관에 의한 고문이 종종 행해지던 시절이었습니다. 2002년에는 ‘H검사 독직폭행치사’ 사건이라고 해서, 수사관들이 조직폭력배 사건을 수사하면서 물고문 등을 하다가 피의자를 사망하게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수사 검사는 수사관들의 고문행위를 방치했다는 이유로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자백의 힘
수사기관이 고문의 유혹에 빠지는 것은 ‘자백’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자백이란 피고인 또는 피의자가 범죄사실의 전부나 일부를 인정하는 진술을 말합니다. 과거에 자백은 ‘증거의 왕’으로 여겨졌고, 솔직히 말하자면 현재에도 ‘자백은 증거의 왕’입니다. 피의자가 수사기관에서 자백을 하면 수사는 진술과 증거를 맞춰 보는 것으로 대부분 끝나게 되며, 경우에 따라 공범도 검거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피고인이 형사 재판 중에 자백을 하는 경우에는 재판장은 판결문을 작성하기가 매우 간단해 집니다. 자백이 있으면 어려운 수사와 판결하기 애매한 재판의 대부분이 해결되는 매우 드라마틱한 결과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형사재판의 경우에도, 무죄를 다투는 피고인 보다는 자백을 한 피고인에 대해 형량이 가벼운 것이 보통입니다.

철야신문, 가혹수사·고문에 해당할 수 있어
고문을 통해서 얻어낸 자백은 자신이 하지 않았음에도 고문 등이 무서워서 거짓으로 했을 수도 있고, 설사 자신이 했더라도 고문이나 폭행 등 인권을 침해해 얻어낸 것이므로 문제가 많습니다. 
우리 형사소송법 제309조에는 피고인의 자백이 고문, 폭행 등에 의해 임의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다면 이를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도록 규정해, 인권침해나 허위자백을 방지하고 있습니다.

사례에서 피의자는 강도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던 중 30시간 동안 잠을 재우지 않자 자신의 범죄 사실을 자백했습니다. 수사기관에서 철야수사 받는 것 자체만으로는 고문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철야신문도 경우에 따라서는 가혹수사나 고문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사례의 경우 피의자가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잃을 정도로 피로에 지쳐서 한 자백으로 보이므로 이 또한 증거로 쓸 수 없습니다. 우리 대법원도 30시간 동안 잠을 재우지 않고 받아낸 자백은 증거로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위의 사례에서 피의자는 살인 혐의로 수사를 받았는데 피의자가 살인을 했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껴 자신이 살인을 했다고 자백했습니다. 그런데 피의자의 자백 이외에 아무런 증거가 없습니다. 이 경우 피의자를 살인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요? 

자백의 보강법칙
우리 형사소송법 제310조는 피고인의 자백이 그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유일한 증거인 때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자백의 보강법칙’이라고 하는데요, 이는 자백의 진실성을 담보해 오판의 위험성을 배제하고,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인정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위의 사례에서 피의자가 실제로 살인을 했다고 하더라도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자백을 뒷받침할만한 다른 증거를 발견해내지 못한다면, 피의자의 자백만을 근거로 유죄 판결을 할 수 없습니다. 물론 극단적인 사례이고 실제로는 거의 일어나기 힘든 일이긴 하지만, 어쨌든 우리 법은 그렇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인권의식이 강화된 현재에는 수사기관에서 자백을 받기 위해 고문하는 일은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모르겠습니다. 최근에 제 의뢰인 중에 한 분이 경찰 수사 과정에서 CCTV가 없는 사각지대로 가서 경찰관 여럿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민원을 제기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검토 중이기는 하지만 경찰서에 굳이 CCTV가 없는 사각지대를 둬 오해를 불러일으킬 필요가 있는가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정리 = 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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