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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라바’ 맹주공 감독]“초중장년층 세대를 품은 글로벌 3D 애니메이션”

우여곡절 딛고 탄탄한 스토리와 웃음코드로 세계시장서 선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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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61호 이성호⁄ 2014.01.13 14:41:53

52번가 횡단보도 아래 하수구, 이곳에 사는 옐로우와 레드라는 두 마리의 애벌레가 서로 티격태격하며 펼치는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고 있노라면 저도 모르게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3D 애니메이션 전문회사 투바앤이 만든 ‘라바’는 현재 시즌1의 인기에 힘입어 시즌2까지 방영되고 있고, 올해 8월 시즌3이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유아용 애니메이션 일색인 국내 환경에서 전 연령층에게 고루고루 사랑받고 있는 라바의 성공비결은 한 편당 3분도 채 안 되는 그 짧은 시간(시즌1: 1분30초, 시즌2: 2분3O초)에 상상을 초월하는 다양한 스토리 전개와 웃음코드에 있다.  
케이블TV는 물론 버스·지하철·엘리베이터·미용실·커피숍·편의점 등 모니터가 있는 곳이라면 라바는 어디서든 나타나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현재 국내 80여 업체들과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해 출시 상품만 1000여종에 달하고 있다. 아울러 국내를 넘어 전 세계 97개국에서 방영중이고 20여 개국과는 상품화 사업계약도 체결된 상태다.
글로벌 애니메이션 라바를 탄생시킨 맹주공 감독을 직접 만나봤다.


회화를 전공한 맹주공(42) 감독은 장르에 대한 많은 고민 끝에 애니메이션 업계에 발을 담그게 됐다고 말문을 꺼냈다.
“그림으로써 사람들에게 제가 가진 생각을 전달하는 것인데, 순수미술의 경우 전달을 받는 사람들과 공유하는 층이 너무 한정돼 있어서 이런 부문에 회의가 들었습니다. 좀 더 많이 소통할 수 있는 장르가 뭘까 고민을 하다가 만화도 생각하고 다른 분야도 생각하다가 그림으로 이야기하며 영상으로도 예술적 성격이 있는 애니메이션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맹 감독은 대학 졸업 후 직장을 구하기도 어렵고 해서 선배들과 바로 기획사를 차렸다. 이미 출판된 만화를 해당 만화가로부터 저작권을 사서 소리랑 움직임이 있는 형태 즉 만화랑 애니메이션 중간적인 형태의 작업을 팀장의 입장에서 진행했다. 이곳에서 애니메이션으로의 진로를 확고히 정하게 된 것. 
원소스가 있는 것을 가져다가 재가공해 새롭게 선보이자, 신선하고 이슈와 재미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돈이 안 됐다. 수익모델 창출에 실패했다. 인원 대비 수익을 거두기 힘든 구조에서 악순환이 이어졌다. 결국 회사는 문을 닫게 됐다. 마음에 맞는 사람들 몇몇이 모여 소규모로 애니메이션 회사를 세웠다.  
이곳에서 본격적인 애니메이션감독을 맡아 외주도 하고 창작을 병행했다. 인원은 적은데 혼자 동분서주 하다 보니 힘에 부쳤다. 기획은 기획대로 안 되고 외주를 해봐야 유지정도 밖에 안 돼 5~6년간 간신히 버티다가 방전되기 직전이었다. 이때 투바앤에서 같이 일을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이 들어왔다. 결국 2008년 인프라가 구축된 곳에서 일을 해보고 싶은 생각에 투바앤에 입사했다. ‘라바’는 거기서 탄생했다. 
“사실 감독으로서의 첫 작품은 라바입니다. 라바를 만들기 전까지는 계속 기획만 하다가 엎어지기도 하고 좌절도 겪는 등 굉장히 힘든 시기였습니다. 그렇기에 라바는 저한테 무척 소중한 작품입니다”

▲사진 = 정찬대 기자


저예산으로 만들 수 있는 캐릭터 고민…‘라바’의 탄생
‘라바’의 탄생은 저예산으로 만들 수 있는 캐릭터의 고민에서부터 출발했다.
“라바를 만들 당시 저예산으로 우리의 힘으로만 만들 수 있는 그런 콘셉트를 고민했습니다. 적은 돈으로 캐릭터를 띄우고 잘 살릴 수 있는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해보자는 생각에 슬랩스틱 코미디로 방향을 정하게 됐죠”
휘황찬란한 배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캐릭터가 중요하다는 전략아래 주인공들의 특성을 살리고 재미있는 것을 해보자, 이렇게 해서 기획을 하게 됐다. 
타깃도 광범위하게 잡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애니메이션 장르가 아이들에게 국한돼 있어 이를 깨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아이들은 물론 젊은 층 이상까지 잡을 수 있는 포맷으로 가보자, 진정한 의미의 전 연령대 남녀노소가 좋아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고 방향을 잡은 것이다. 
그런데 왜 애벌레가 주인공일까?
“처음부터 애벌레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습니다. 기존 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으로 다루지 않은 것을 하고 싶었고 개그콘서트의 달인처럼 본인이 망가지면서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그런 캐릭터를 찾다가 벌레로 자리 잡히게 된 것이지요”

▲사진 = 정찬대 기자


우여곡절 끝 탄생한 ‘라바’, 글로벌 애니메이션 등극
드디어 캐릭터를 잡고 아이디어 찾기에 몰두했다. 라바 시즌1은 총 104편이다. 매 회마다 새로운 소재가 요구되는 것이다. 
시즌1때는 출발이라 제작인원이 몇 명 안 됐다. 따라서 맹 감독과 팀원들은 매일매일 길을 걷다가도 떠오르는 생각들을 메모하는 등 일상생활 속이나 인터넷·매체 등을 통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스토리를 구성했다.
그렇게 해서 라바를 완성하고 대중들한테 선보였다. 결국 라바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남녀노소 누구한테나 사랑을 받는 캐릭터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주변사람들에게 먼저 보여줬을 때 재밌다고 하는 등 반응이 좋아서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지만 막상 라바를 공개 했을 때 무척이나 떨렸고 좌불안석이었습니다. 특히 대중적 캐릭터로써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라바 시즌1은 104편 러닝타임 1분30초다. 시즌2는 52편·2분30초다. 일단 재밌고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라는 믿음이 통했다.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기승전결이 있고 본편이 끝나고 추가로 에필로그도 보여줘 이야기가 길게 느껴지는 효과도 있다. 
맹 감독에 따르면 에필로그는 작업자들에게 오히려 편한 작업이다. 본편을 구성하기가 너무 힘든데 본편에 나왔던 내용 중 덜 이야기한 것과 다음에는 어떻게 됐을까를 보여주기에 보너스처럼 재미를 더한다.
특히 워낙 연출자체를 아주 타이트하게 진행해 볼거리가 많아 한번 보고 다시 봐도 안보였던 부문이 보이게 되고 감상하는 포인트가 달라진다.
예전과 다르게 공중파TV에서 꼭 방영을 안 하더라도 케이블TV에서 충분히 인기를 끌 수 있는 구조로 변화된 것도 라바의 성공요인중 하나다. 
여기에 더해 모니터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쉽게 라바를 접할 수 있도록 하는 마케팅 전략도 유효했다. 현재 캐릭터 상품은 약 1000여개에 이르며 테마파크도 선보일 예정이다. 
한편, 라바를 외국 애니메이션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전 세계인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너무 우리나라 사람들만 아는 소재를 사용하지는 않았는지 검증을 해봅니다. 예를 들어 해외에서 살다온 지인들에게 외국에서도 눈싸움 같은 거 하냐고 물어본 뒤 한다고 하면 소재로 사용합니다. 대신에 딱지치기 등 이런 것은 소재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라바는 해외에서도 절찬리 방영 중으로 현재 97개국에서 시청하고 있다. 

▲사진 = 정찬대 기자


언제나 초심 유지…평범하지 않게 풀어낼 것
맹 감독은 기세를 몰아 올해 8월 방영을 목표로 라바 시즌3(라바 인 뉴욕)을 준비중이다.  시즌3은 104편 1분30초 분량으로 나온다. 내년 9월에는 극장용도 계획하고 있다.
그는 시즌2에서 약간의 모험수를 뒀다. 러닝타임을 늘려서 해보는 것이 어떨까하는 고민과  캐릭터의 연기 등에 부족한 부문이 있었던 것 같아서다. 이에 기존 하수구에서 탈출해 고층빌딩 사이에 끼여 있는 낡고 초라한 집으로 배경을 옮겼다.
그런데 시즌2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엇갈린다. 
“시즌2가 시즌1보다 좋다고 말하는 사람과 시즌1이 더 괜찮았다는 사람들이 있어 절반의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즌1을 별로 안 좋아했던 사람들이 시즌2를 보고 좋아하고, 반면 시즌1을 너무 좋아했던 사람들은 시즌1이 그립다고 이야기합니다. 시즌2만의 장점도 있지만 여러 가지 의견수렴과 내부적으로도 판단한 결과 이번 시즌3은 다시 시즌1로 복귀할 예정입니다”
시즌1에서는 하수구라는 좁은 공간임에 따라 소재가 한정될 것 같았지만 허를 찌르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시즌2는 장소가 넓어짐에 따라 연출 기법도 달라져 퍼지는 느낌이 있어 집중도 면에서 조금 떨어지는 부문이 있었다는 판단이다.
그렇다고 배경이 다시 하수구는 아니라고 했다. 새로워지기 위해서 매 시즌 마다 바뀌게 되며 대신 1분30초의 짧은 포맷으로 돌아가고 카메라도 시즌1의 연극적인 카메라로 변화와 연출을 준다는 것.
기대가 커진 만큼 창작의 고통은 배가 된다.
“스토리팀은 시즌2까지 4명이서 다 만들었고 현재 6명으로 늘었지만 저부터도 아이디어를 쉽게 낼 수 없습니다. 웬만한 충격은 이미 라바에서 많이 봤던 터라 시청자들의 기대와 사고를 뛰어넘는 아이디어를 짜기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회의 때 아이디어를 열심히 내다가 과연 이를 가지고 재밌게 웃길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순간 모두 2~3분간 침묵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누군가 툭하고 보강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던져 실마리가 잡히면 일사천리로 뼈대와 기본적인 컨셉을 정하고 콘티를 짭니다”
시즌1에서 배경이 하수구인 이유는 일단 벌레들이 살 것 같고 협소한 장소이기에 동일한 배경을 사용, 제작비가 절감되는 장점이 있었다. 특히 이야기가 안 나올 것 같은데 뭔가 하수구 위에서 떨어진다는 소재거리가 있다. 즉 소재를 제공해 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라바 시즌1을 보면 사실 위에서 떨어지는 소재를 이용한 이야기는 그렇게 많지 않다. 내부에서 캐릭터들이 말 도 안 되는 소재를 가지고 끈임 없이 스토리를 이어나간다. 
“장소를 옮기는 것은 항상 고민입니다. 시즌3에서도 어떤 소재든 사건이든 평범하지 않게, 그리고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풀어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아동용 탈피한 다양한 애니메이션 환경 조성돼야
열악한 국내 애니메이션 환경 속에서 라바의 성공은 돋보인다. 맹 감독은 라바의 인기에 겸손해 하며 감사한 마음이지만 한편으로 애니메이션 업계의 현실에 대해선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애니메이션 환경이 더욱 나빠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애니메이션으로 인해 수익을 창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방영권 수입은 미미하고 캐릭터 상품 외에는 딱히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겉으로는 인기도 얻고 잘되는 것 같지만 사실 들여다보면 회사 사정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은 외주기반이었다. 외주를 받고서 근근이 버텨왔지만 현재 인건비가 싼 베트남·중국·인도 등에 일감을 다 빼앗기다 보니 외주도 못하게 됐고 창작 기반의 시스템 전환도 준비하지 못했다.
때문에 기존 2D 회사들이 어려운 환경을 맞고 있으며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유아용 애니메이션을 선보이고 있는 일부 신생 3D 애니메이션 업체만 그나마 캐릭터 상품을 통해 숨통이 트일 뿐 다른 업체들은 길이 없어 막막하다는 것. 
“정부차원에서 현실적인 시스템적 지원을 해줘야 합니다. 업계에서 아동용만 만들고 있는 것은 그나마 그렇게 해야지만 돈이 되고 회사를 유지할 수 있으니깐 그쪽만 하고 있는 거죠. 외국의 경우 방송국이나 정부에서 제작 보조금 같은 것을 많이 해주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70% 가량 제작비를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작품에 들어가는 돈을 지원받고 마켓을 통해 전세계를 대상으로 팔아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보니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지요”
대본소 등의 영향으로 출판만화가 무너진 지금 웹툰에 시선이 몰리고 있긴 하지만 이마저도 극소수의 작가만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유명한 만화작가도 생계가 어려운 현실이라는 것. 
“훌륭한 인재들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창조물이 인정받는 세상이 돼야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만화가들이 너무 힘들게 생활하고 있고 그 재능을 엉뚱한데다가 쓰고 있어 정책적 관심이 무엇보다 절실합니다”라고 맹 감독은 목소리를 높였다.
창조적 문화컨텐츠인 애니메이션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고 도움이 되는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끝으로 맹 감독은 말했다. “라바로 엄청난 성공을 했고 큰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라바가 어쨌든 아이들만 보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도 애니메이션을 보고서 즐거워 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 같습니다. 향후에도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고 싶습니다. 15세 이상 및 어른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에 도전해보고 싶고 그러한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 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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