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2호 장수종 이도공간 연구소 MetaSpace MediaLab 연구소장⁄ 2014.01.20 13:44:06
현대 미술의 세계적 조류는 물질과 반대되는, 혹은 물질을 초월하는 사회의 현상에 집중하고 있다. 진지하고 신중한 모습으로 소외의 개념을 살핀다. 동시대적 정세, 특히 시대적 맥락으로부터 사회적 현상을 뒤집어 생각하며 현상으로써 작품을 드러내어 우리의 현대적 삶을 고찰하고 있다.
현재 현대 미술의 확장된 영역에서 진행되는 공공 예술은 일상의 공간을 사회적으로 접근한다. 현실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드러냄으로써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시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미술은 비판의 대상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공허하게 성장해왔다. 정치와 경제 논리에 재편될 수밖에 없는 제도적 관행인 공공미술은 스스로의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내적 준거로 삼아온 예술의 사회적 실천은 공공 공간 내에서 이루어지는 건축 제도와 자본의 막연한 분배구조에 수동적으로 참여한다. 이로써 무의식적으로 권력의 정당성과 사회적 자본의 재생산을 정당화하고 있다.
공간을 제시하면서 공간속에 있음직한 가상의 이야기를 상상하며, 공간에서 창출되는 특유의 감성을 제시함으로써 무미건조한 공간에서 혼란과 웃음을 야기하는 예술 형식을 소개하고자 한다.
노르웨이와 덴마크 예술가 듀오 미카엘 엠그린과 잉거 드락셋에 의해 ‘Pop Architecture Land Art’ 프로젝트로 제시된 항구적인 설치 작품 ‘프라다 마파’ (Prada Marfa)는 가짜 프라다 상점이다. 예술생산기금과 마파 문화센터의 후원과 건축가 로날드 레알과 버지니아 산 프라텔로의 조력으로 지난 2005년 미국 텍사스의 중소도시 마파 북서쪽 루트 90 도로변에 설치됐다.
미카엘 엠그린과 잉거 드락셋은 1995년부터 런던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듀오이다. 제도 비판과 사회 정책, 퍼포먼스, 건축을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서 특유의 위트와 유머로 익숙한 것들의 형태를 바꾸는 조각과 설치 작품을 제작하며 활동해왔다.
사막 한가운데 설치된 가짜 상점인 그들의 작품 프라다 마파는 프라다의 팝업단지 프라다에게 로고 사용만을 허가 받았을 뿐, 아무 관련도 없다. 그렇지만 홍보관인지 예술작품인지 많은 논란을 야기시킨다. 텍사스 도로국에 의해 불법 건축물과 불법 광고판으로 분류되어 당국의 제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서 주목할 점은 작품성을 넘어 세계적 패션 브랜드 프라다 상점 디자인을 전유하여 현대 미술의 확장된 개념과 공공 미술의 제도적 현실에 대한 고찰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사회와 소비문화에 대한 문제의식 유발
국내 미디어에서는 프라다가 자체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벌인 장소 마케팅 캠페인으로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작품이 차용한 브랜드인 프라다가 상징하는 현대사회의 허영을 낮선 장소에 위치시킴으로써 기업과 미디어가 만들어낸 과잉된 소비문화에 대한 질문을 유도하고 있다.
이 작품은 현대 미술을 둘러싼 사회적 인식과 문화적 차이의 간극을 드러내어 현대사회와 소비문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유발한다. 예술과 공공의 예술과 광고의 사회적 고찰을 촉발시키고 있다는 데에 시사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공간의 전유를 통해 미디어의 허상성과 사회의 가상성을 가시화하는 작업을 통해 기발한 이벤트를 연출함으로서, 사회가 강요하는 다양한 규범을 벗어난 대안적 공공미술의 양태를 제시한다. 그들의 작품 프라다 마파는 예술과 광고의 제도적 판단을 넘어 일상 공간에서 볼 수 있는 사회의 기표를 단순화 시키는 방법으로 작품의 객관성을 담보한다.
공간적 개입을 통해 소비사회에 대한 인식의 재고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공공 조형물 정책에 중요한 고착점이 될 수 있다. 공공미술 작품의 기획 과정이 피상적으로 관습적으로 행해지기 때문이다.
- 장수종 이도공간 연구소 MetaSpace MediaLab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