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에는 회장 자식이라고 특별하지 않아! 조용히 다른 직원과 다를 바 없이 똑같이 일해.” 대기업 임원에서 퇴직한 후 관련 업계로 이직한 대학 선배가 들려 준 얘기다. 그가 옮겨간 회사는 재벌그룹은 아니나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상장회사다. 회장 자식이 일반 직원들과 똑같은 기준으로 근무한다는 사실을 호기심 있게 바라보는 것이 왠지 이상하다.
지난해 말 삼성그룹 인사에서 이건희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총수 가족으로는 유일하게 승진했다. 장녀인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의 부회장 승진을 조심스레 예상했으나 이루어 지지 않았다. 금년에는 이 사장의 부회장 승진에 대한 기대가 높다. 그녀는 3년 전 41세로 계열사 사장에 오른 재원이다. 3년 동안 면세점 부문을 한 단계 성장시키고, 객실 리모델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건희 회장의 자녀와 사위 중 사장 자리에 오르지 못한 이는 맏사위인 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뿐이다. 그도 금년 인사에서 사장 승진설이 나돌고 있다. 모두 대단한 인재들이다. 선대의 뛰어난 능력과 경영감각을 물려 받아서인지, 모두 40대 초에 그룹 사장단 일원이 됐다.
우리나라 정치인은 삼류, 기업인은 일류라고 한다. 변변한 부존자원이 없고 입지조건도 불리한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불굴의 의지로 세계시장에서 싸워 이긴 기업인들 때문에 가능했다.
회장 자식들의 근성이나 잠재력, 열정은 의심치 않는다. 이부진 사장은 출산 후 3일 만에 출근해서 업무를 챙기는 일벌레다. 해외 유명 브랜드를 인천공항에 입점시켰다. 이서현 사장은 직원들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충분한 지원과 보상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뛰어난 안목과 자질을 갖춘 자식들을 다른 임원들과 같은 잣대로 채찍질 하고 중용했다면 이들의 실적과 가능성은 지금보다 크고도 높았을 것이다.
자식을 크게 키우고 싶으면 강하게 키우라고 했다. 어린 새끼들을 절벽 밑으로 떨어트린 후 살아서 기어 올라오는 놈을 후계자로 키우는 어미사자의 심정으로 그들을 단련시켜라. 그래야 삼성을 몇 십 배 더 키워내지 않겠는가?
- 유용재 동원대 교수 (정리 = 박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