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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뉴스}다원예술로 성취한 현대미술의 최전선

주요 작품 미리 만나보는 ‘페스티벌 봄 Festival Bo:m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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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68호 안창현 기자⁄ 2014.03.03 13:06:45

▲로제 베르나트, ‘투표는 진행중입니다’. ⓒBLENDA


어느덧 8회 째를 맞은 ‘페스티벌 봄’은 매년 봄 서울을 중심으로 현대무용과 연극, 미술, 음악, 영화 등 현대예술 전 장르를 아우르며 국내외의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국제다원예술축제다.

올해 3월 14일부터 4월 13일까지 개최하는 이 축제는 서울과 부산, 요코하마 3개 도시로 축제의 범위를 넓혔다. 노르웨이, 독일, 미얀마, 벨기에, 브라질 등 15개국 47명의 예술가들이 총 40여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에서 좀처럼 소개되지 못했던 다원예술 분야의 작품들을 본격적으로 소개했던 이 축제는 축제를 통해 지금까지 많은 실험적인 작품들을 소개하고 직접 제작하면서 한국과 세계를 연결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해왔다.

올해에도 다양한 문화권의 작가들이 참여해서 관객들은 무용, 연극, 음악 등 각 분야에서 어떤 예술적 실험들이 이루어지는지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참여 작가들은 공동작업과 워크숍, 비평 등의 통로를 통해 관객뿐 아니라 동료 작가들과도 서로 교류할 기회를 갖진다.

▲모 삿, ‘비욘드 프레셔_모 삿의 연대기’. ⓒThe Artist


다원예술 작품이라 하더라도 서구의 작품은 평소 관객들이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있지만, 미얀마, 중국, 일본 등의 아시아의 작품들은 그렇지 못하다. 올해 페스티벌 봄은 다른 아시아 지역의 작가와 기획자가 다수 참여해 비서구의 관점에서 현대예술이 새로운 문맥을 형성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아시아의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들이 다층적인 측면에서 예술을 통해 소통하는 기회인 셈이다.

요즘은 예술 영역을 넘어 분야를 막론하고 ‘융복합’, ‘통섭’, ‘횡단’ 등의 논의가 확산되어 유행처럼 느껴진다. 페스티벌 봄은 일찍이 그런 융복합적인 형식의 실험과 예술 영역의 확장을 꾀하는 다원예술 작품들을 소개해 왔다.

하지만 관객들은 여전히 영역을 넘나드는 다원예술을 낯설고 어렵게 느낀다. 추상적인 담론이나 현대예술에 대한 선입견을 걷어낼 필요가 있다. 실제 구체적인 작품들은 오히려 자유롭고 신선한 발상과 일상적인 소재를 차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옥인 콜렉티브, ‘서울 데카당스’. ⓒThe Artist


올해 축제를 여는 작품은 스페인의 연출가 로제 베르나트의 ‘투표는 진행중입니다’라는 연극이다. 배우들이 출연하지 않고 연출가와 컴퓨터 프로그래머 등에 의해 만들어진 이 작품은 오로지 관객들에 의해 모든 진행이 이루어지는 관객 참여형 연극이다.

지금까지 스페인, 프랑스, 오스트리아, 벨기에, 칠레 등에서 상연되었고 이번 페스티벌 봄에서 아시아 초연이 이루어진다. 투표라는 형식을 통해 극장을 의회로, 의회를 극장으로 변화시키는 이 작품은 기존 연극에서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연극을 관객들이 직접 경험하게 한다.


신선한 발상과 일상적인 소재를 차용하는 다원예술 소개

미얀마 작가인 모 삿은 ‘비욘드 프레셔(Beyond Pressure)_모 삿의 연대기’을 통해 자신의 지난 10년간의 기록을 작품으로 제작했다. 작가는 대학에서 동물원학을 전공하고 2005년부터 퍼포먼스를 시작했다.

이동형 프레젠테이션 퍼포먼스라는 새로운 형식의 이번 작업에서 모 삿의 작품 속에 담긴 그 자신과 미얀마의 10년을 통해 그가 왜 극장 하나 없는 미얀마에서 퍼포먼스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검열 속에서도 치열하게 ‘비욘드 프레셔’라는 미얀마 국제퍼포먼스축제를 지속하였는지 지켜볼 수 있다.

작가 개인의 정체성에서 출발한 모 삿의 작품과는 달리 옥인 콜렉티브의 ‘서울 데카당스’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작가의 개입을 보여준다. ‘서울 데카당스’는 법정에 전달된 한 최후진술서에서 출발하는 작품이다.

▲아문드 숄레 스벤, ‘바보들을 위한 경제학’. ⓒWolfgang Silveri, Steirischer Herbst


사건의 당사자인 P는 북한의 트위터 계정인 우리민족끼리(@uriminzok)를 리트윗하고 멘션을 보내는 등 이적표현물을 취득, 반포했다는 이유로 2년간에 걸친 구속-수사-재판의 과정을 거쳐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그간 P와 P의 트위터를 지켜본 주변인들의 진술은 이 판결과는 판이하였으며 그가 공판을 위해 작성한 최후진술서의 내용과도 일치하는 부분이 전혀 없었다.

옥인 콜레티브는 극단적으로 상반된 주장의 자료를 살펴보면서 아마도 법원의 판결은 P의 진술이 문자 그대로 전달되지 못했거나 P의 태도나 몸짓 혹은 심지어 외모의 무언가가 대한민국 법정에 적합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을 품게 되었고, 그들의 작업은 P가 작성한 진술서를 어떻게 하면 원래의 뜻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올해 페스티벌 봄에서는 기존의 예술 및 사회 제도에 대한 반성과 비평적 태도를 보인 작품들이 다수 포함되었다. 사회적인 주제를 새로운 미적 형식과 방법으로 접근한 작품 중 하나는 아문드 숄레 스벤의 ‘바보들을 위한 경제학’이다.

이 작품은 이 세상에 돈은 왜 존재하고, 대출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이며 은행이 필요한 사람은 또 누구인지, 진정 인간의 본성은 자유시장 경제에 맞는 것인지 등에 대한 강좌를 연다. 이 작품이 독특한 것은 이 강좌가 사운드 퍼포먼스가 첨가된 멀티미디어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이런 작품들 외에도 새롭고 신선한 접근법과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다원예술 작품들이 다수 축제에서 소개된다. 서울, 부산, 요코하마에 걸쳐 동시대의 예술이 얼마나 흥미진진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느낄 수 있는 기회이다.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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