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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이태준 하나고 교장]영화감독 꿈꾸다 교직 매력에 빠져

36년 교육 노하우로 창의적 인재 양성, 김승유 이사장 교육열정에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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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70호 이성호 기자⁄ 2014.03.17 14:12:28

▲사진 = 정의식 기자


『북한산 자락이 훤히 보이는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 터잡은 하나고등학교. 신설 자율형 사립고로 자신의 진로에 맞는 맞춤 교육과정을 100% 기숙사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2010년 개교해 현재까지 2회 졸업생이 배출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SKY대, 서울대·고려대·연세대 합격생들이 많아 학부모·학생들의 관심이 뜨겁다. 언뜻 입시위주 교육만을 강도 높게 시킬 것이라는 선입견이 앞선다. 하지만 사교육 전혀 없이 오직 공교육만으로 미래를 선도할 창의적인 세계인 양성에 교육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태준 하나고 교장은 36년간 교직에 몸담았다. 지난해 하나고로 부임하면서 그동안 쌓은 교육 경험과 지혜 등 마지막 남은 열정을 쏟아내고 있다. 학교와 선생님 그리고 무엇보다 학생들과 함께 있어 행복하다는 그를 만나봤다.』


이태준 하나고등학교 교장(70)은 지난 2007년 2월 대일고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했다.  이후 6년 반 동안 서경대 석좌 교수로 ‘문학과 철학’이라는 과목을 가르치다가 지난해 8월 하나고 2대 교장으로 부임했다.

“하나고 설립 당시 이사로 참여하면서 많은 분들과 함께 교육 목표·이념·정신 커리큘럼 등을 준비했는데 그 인연이 이어진 것이지요. 금융인으로서의 김승유 이사장(학교법인 하나학원)을 잘 모르지만 그동안 이사로 지켜보니 대단한 교육 열정을 지니셨고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넘치신 분이었습니다. 앞서 교장 제의를 거절한 바 있었는데 이런 분이 다시 교장을 맡아달라고 하는데 다시 거절을 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제의를 수락하고 업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이 교장은 교직생활 동안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형태 학교를 경험했다. 남자중, 여자중, 남고, 여고, 일반계고, 특성화고, 특목고 등을 거쳐 왔다. 다양한 경험을 해왔다고 볼 수 있으며 정년퇴임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오게 됐다. 36년간 교육계에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하나고에서 마지막 봉사를 한다는 신념으로 혼신을 다하고 있다.

교육계에 몸 바쳐왔지만 이 교장은 학창시절 교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경기중학교 재학시절 당시로서는 매우 드문 일이었는데 매주 마다 영화를 보여줬지요. 그 영향으로 영화는 물론 음악·미술에도 관심이 많아졌고 매료됐습니다. 영화감독이나 광고감독이 되고 싶었죠. 하지만 굉장히 힘든 시절이었고 집안에서도 완강하게 반대해 국어국문학과로 진학하게 됐습니다.”


영화감독의 ‘꿈’…뜻밖에 교사 적성을 깨달아

진학을 하긴 했지만 학과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군 제대 후 복학했는데 그 당시 국어국문학과는 대부분 교직으로 진출했다. 삼선중학교에서 교생실습을 했는데 여기서 뜻밖에 교직에 적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교생실습이 끝났지만 담당 국어선생님이 다리를 다쳐 수업을 못하게 되자 이 교장을 눈여겨본 교감 선생님이 수업을 대신 맡아 달라고 한 것이다. 실습이 끝난 교생에게 기간을 연장해 수업을 맡아달라고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다시 2주간 수업을 더하다보니 이때 교사라는 직업이 자신에게 맞고 참으로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이후 학과 교수님이 재현중학교에 교사자리가 있는데 가서 고생을 해줄 수 없겠느냐고 했다. 당시 학교가 위치한 상계동은 낙후된 지역이었고 교통 또한 매우 안 좋았다.

“여기서 3년간 교사생활을 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시간이 갈수록 내게도 교사로서 재능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도 교직을 계속해야겠다고 마음을 잡았습니다.”

재현중학교에서 1학년 담임을 맡았고 이 학생들을 중3까지 끌고 올라가 졸업을 시키고 나니 당초 약속한 3년의 기한도 지났다. 대일고로 학교를 옮겼고 신생 학교로서 명문고가 되는 데 일조했다. 이 학교 법인에서 대일고·대일외고·은지중학교·대일관광고 등 여러 개의 학교가 있는데 교사로서, 교감으로서, 교장으로서 두루 다 경험을 했다.

“우리나라 교육은 입시위주입니다. 그래서 사실 많은 어려움이 있죠. 당시 대일고는 신 입시명문으로 서울대에 86명 입학시킨 적도 있었습니다. 학생들에게 과도하게 공부를 시키기도 했지만 이는 힘들고 고된 입시공부를 재수를 하지 않고 당해년도에 끝내고 대학에 진학시켜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선생님들이 최선을 다했고 열심히 근무했습니다.”

교육자로 살아오면서 기억에 남는 학생이 많지만 그중에서 한명을 굳이 뽑으라고 하니 대일고 근무시절 3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 반 학생을 떠올렸다.

이 학생은 아버지가 안계셨고 편모슬하에서 자랐지만 공부를 매우 잘했다. 서울대 물리학과에 장학금을 받고 수석으로 입학했다.

“4년간 대학에서 공부도 중요하지만 클래식 음악을 접해보라는 의미로 비발디의 사계 레코드판을 선물했습니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면 대통령상도 탈 수 있겠다고 했는데 졸업 때 대통령상을 수상했습니다.”

신문기자들이 이 학생을 인터뷰를 했는데 가장 존경하는 사람을 묻자 유명 과학자 등이 아닌, 아버지 없이 저를 길러준 어머니와 고3때 담임이었던 이태준 교장을 꼽았다.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학교로 전화도 많이 받았습니다. 교육자로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기도 했죠. 이 학생은 미국 스탠포드대로 유학을 갔고 학위를 마치고는 연구원 생활 등을 하면서 자기가 듣고 좋은 음반이 있으면 선생님이 생각난다며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CD가 처음으로 나오던 때는 CD플레이어도 미국에서 선물로 보내주기도 했고….”

이러한 사제 간의 인연은 이 학생이 쉰 살이 넘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교장은 하나고에 와서 여러 가지 느끼는 것이 많다고 했다.

“우리나라 교육이 입시위주로, 재수를 하게 되면 똑같은 과정을 반복하게 되죠. 이에 가능하면 고3 딱 1년간만 고생하게 하고 싶고 또 어차피 해야 하는 고생이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하자고 강조하지만 사실 우리 아이들의 현실은 참으로 불행한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하나고에 와보니 여기 학생들은 의외로 행복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고는 입시위주로 대학을 가기위한 학교가 아닙니다. 개교 때부터 지덕체가 아니라 체덕지를 강조합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과 참된 지식이 깃들지 그렇지 않으면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어도 쓸모없는 지식이 된다는 것입니다.”

▲하나고등학교 전경 사진 = 정의식 기자


‘체덕지’ 교육, ‘나’가 아닌 ‘우리’ 강조

하나고는 ‘1인2기’ 제도를 실행하고 있다. 월·화·목·금 4일 동안 각 90분씩 체육 1종목과 음악이나 미술 1과목을 의무적으로 배워야 한다.

특히 수영은 졸업할 때까지 200미터를 어떤 형으로 등 완주를 해야 졸업장을 준다. 완주를 못하면 복사를 해서 준다. 올해에도 3명이 졸업장을 못 받았을 만큼 철저하게 지킨다.

김승유 이사장이 학교를 설립하면서 내세운 ‘1인2기’제도는 사실 초창기에는 반발이 많았다고 한다. 공부를 해야 하는데 무슨 예체능 활동이냐는 것. 하지만 김 이사장이 이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고 끝까지 고수했고, 지난해 1회 졸업생과 올해 2회 졸업생 모두 진학성적이 좋아 시간낭비가 아니라 스트레스 해소 및 체력증진도 되고 좋은 제도구나 하고 학부형과 학생들이 인식하게 됐다.

또한 하나고에서는 창의력 개발에 우선을 두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이 화두를 던져주고 학생들이 준비해서 3명~4명이 한 조를 짜 발표를 하는 토론수업을 진행한다. 이러한 수업 방식으로 훈련이 돼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대회를 나가거나 발표를 할 때 또래 아이들보다 말을 잘한다.

학생들의 교우관계가 또한 매우 끈끈하다.

“이곳에서는 옆 친구가 경쟁자가 아닌 자기를 도와주는 조력자 개념입니다. 조를 짜서 수업을 하기에 서로 도와야 합니다. 수행평가, 세미나, 심포지엄 등 다양한 활동을 많이 하는데 한 사람이 뛰어나도 혼자서는 절대 안 됩니다. 항상 우리라는 것을 강조하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혼자만 똑똑해선 안 된다는 것을 3년간 끊임없이 생각하며 생활하게 됩니다. 바로 이것이 하나고 학생들의 행복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교 때 친구가 평생을 가는 경우가 많은데 상당히 돈독한 편으로 4명씩 룸메이트로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고 서로 함께 도와가며 공부를 하니 왕따가 생길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사교육도 철저하게 배제, 공교육만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대학생처럼 하나고 학생들은 희망과목을 선택한다. 수강 신청자가 10명 이상만 되면 강좌를 개설해 준다. 선생님들은 3년간 학생들이 해온 활동들을 전부 축적해서 생활기록부에 기록한다. 즉 수능 성적도 있지만 그동안의 학교 활동 스토리를 가지고 대학 진학을 하는 것이다.

하나고에서 지난해 서울대 합격자는 46명, 올해에는 198명 졸업생중에서 66명이 합격했다.  SKY대에 중복 합격한 건수는 200건이 넘는다. 연간 등록금은 기숙사비·식비·방과 후 학습비 등을 포함해 약 1200~1300만원이다. 따라서 귀족학교라는 눈초리도 받는다. 하지만 이 교장은 잘못 알려진 오해라고 적극 피력했다.

▲사진 = 정의식 기자


“하나고에는 재벌자녀, 고위관료 자녀가 없습니다. 신입생 200명 정원중 60%인 120명을  일반전형, 하나금융임직원전형 20%로 40명, 한부모 가정 등 사회배려대상자(사배자) 20% 40명을 뽑고 있습니다. 하나임직원 자녀의 경우에도 고1 학생 부모들 나이를 생각해보면 40대 후반으로 회사내에서 고위직이 아니며 특히 사배자의 경우 타 자사고들이 의무적으로 뽑아야 하지만 대부분 미달되는 반면 하나고는 항상 40명씩 충원합니다. 전액 장학금으로 3년간 전혀 티 안 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재단에서는 연간 약 32억원을 사배자 학생들에게 지원하고 있다.

“하나고에서는 모두 똑같은 옷을 입고 같이 공부하고 먹고 자고하니 서로가 집안사정을 잘 알지 못합니다. 최근 우리학교 학생이 이곳에서의 생활을 쓴 책의 가편집본을 읽었는데 이런 이야기가 있더군요. 기숙사에 4명이 룸메이트인데 1명이 사회배려대상자로 입학한 학생이었습니다. 하나고에 와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부족함 없이 생활을 해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데 집에 있는 부모와 동생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고, 이를 숨기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에게 울면서 이야기 했답니다. 같은 방 나머지 3명은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이야기를 들으니 서로 붙잡고 같이 울었고 책을 쓴 학생은 나는 너무 행복하게 자라왔는데 이를 몰랐고 내 또래에 이런 생각을 하고 어려운 생활을 하는 친구도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고 적었습니다. 저 또한 이 학생의 글을 보고 감동을 받았습니다. 모든 학생들이 구김살 없이 3년간 잘 클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거듭 다짐을 합니다.”

학생을 존중하는 학풍은 졸업식에서도 드러난다.

일반적으로 졸업식은 상 받는 아이들의 졸업식이지만, 하나고 학생들은 졸업가운을 입고 모두 단상에 올라간다. 학생 한명 한명에게 졸업장과 졸업선물을 직접 주며 대형 화면에서는 해당 학생의 졸업소감이나 대학가서 하고 싶은 것들을 인터뷰한 영상이 나온다.


교육자로 마지막 봉사…모두가 행복한 하나고 꿈꿔

상 받는 특정 학생들의 들러리 졸업식이 아닌 나를 위한 졸업식이자 학생을 위한 졸업식인 셈이다.

하나고의 교훈은 ‘세계가 나를 키운다. 내가 세계를 키운다’이다.

지금은 세계가 하나고 학생들을 키우고 있지만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학생을 양성하는 것이 하나고의 교육 목표다. 인기학과에 편중되지 말고 3년 동안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를 고민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 교장은 “정말 자기가 잘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생활할 때 행복한 것”이라고 학생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선생님들에게도 늘 하는 말이 있다.

“학생이 행복한 학교를 모토로 삼고 있는데 선생님이 불행하면 행복한 학생이 나올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선 선생님이 먼저 행복해져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행복한 마음이 전달돼야 학생들이 행복해지니까요.”

생일을 맞은 학생들에게는 일일이 손수 축하카드도 써준다. 룸메이트랑 같이 먹으라고 초콜릿도 함께 넣어주는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는다.

“사교육을 받지 않고 지금은 덜 다듬어졌지만 앞으로 가능성이 많은 끼와 열정이 있는 학생들을 모집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잘 이끌고 배려해서 대학만을 가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스스로 필요한 공부 그리고 다양한 활동과 독서 등을 통해 바람직한 사회인이 되는 덕목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똑똑한 사람중에서 인격적으로 부족해서 망신을 당하는 사람이 많은데 적어도 하나고 출신들은 그러한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건강한 체력과 풍부한 감성, 지도자로써 덕목을 갖춘 그런 인물을 키우고 싶은 거죠. 여기에 제가 가진 경험이 보탬이 된다면 정말 고맙고 행복한 것입니다.”

- 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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