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뉴스]지속가능 공동체 위한 ‘공공건축의 모험’
건축의 공공성에 주목한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공공의 장소-우리가 함께하는 그곳’
▲최-페레이라, ‘줌 ZZZUM’. 제공 =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전시장의 중앙홀에 높이 3m, 폭 9m의 거대한 W자 철 구조물이 놓여있다. 구조물 사이로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는 통로가 있고, 마주 보는 면의 거울은 그곳에 있는 사물과 사람을 무한히 반사하며 초현실적인 공간을 만들어낸다.
최-페레이라 건축의 파빌리온 ‘줌 ZZZUM’은 관객에게 거울에 수없이 비치는 관객 자신의 모습을 되돌려 줌과 동시에 같이 배치된 푸른 식물과 붉은 방석이 어울려 시각적으로 싱그러운 느낌을 준다. 작품은 관객을 위한 한낮의 쉼터가 되어 이번 전시의 큰 주제인 ‘우리가 함께하는 그곳’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서 건축의 공공성에 주목한 전시 ‘공공의 장소-우리가 함께하는 그곳’이 8월 17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건축, 디자인, 사진, 사회적 기업 활동 등의 영역에서 공공의 장소에 접근하는 다양한 방법을 살펴보고 있다.
공공의 목적과 이익을 위해 지어진 건축은 그 목적이 다 할 때까지 수많은 사람의 삶의 터전이 된다는 점에서 일상성을 지닌다. 그래서 사람들의 일상과 동떨어질 때 공공건축은 사람들로부터 외면받게 되고, 간혹 일어나는 공공건축에 대한 비판 또한 그러한 이유로 불거진다.
몇 해 전부터 저성장의 시대 분위기에서 마을 공동체와 그 안에서의 개인의 삶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는데, 건축 분야에서도 고가의 건축 재료의 사용이나 외관의 화려함보다는 건축이 공공적이기 위해서는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젊은 건축가들에 의해 마을과 공동체를 위한 건축 작업들이 하나둘씩 시도되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문화로놀이짱+홍윤주+신의철, ‘생각하는 손들의 공공지대’. 제공 =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이번 전시에는 총 8팀 17명의 건축가, 디자이너, 사진가, 사회적 기업 활동가가 참여해서 이들이 그동안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 공공건축에 접근하는 다양한 방식을 볼 수 있는 작업들을 한데 모았다. 전시는 3개의 주제별 영역으로 구성하여 공공의 장소를 만들어가는 과정과 그 결과를 현장 설치나 모형, 사진이나 영상 등을 이용해 보여준다.
첫 번째 파트 ‘집합적 기억과 가치의 공유’에서는 더 이상 활용되지 않는 건물을 허물기보다 장소에 얽힌 기억을 활용하고, 새롭게 ‘업사이클링’한 소규모 공공시설물의 성공적인 재생사례를 소개한다. ‘업사이클링(upcycling)’은 버려지는 제품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차원을 넘어서 디자인을 가미하는 등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여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생활 속에서 버려지거나 쓸모없어진 것을 수선해 재사용하는 리사이클링(recycling)보다 넓은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재활용하는 차원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가치를 더해(upgrade) 전해 다른 제품으로 다시 생산하는 것(recycling)을 말한다.
건축의 경우 업사이클링한 사례로 ‘아뜰리에 리옹 서울’의 ‘장소의 재발견: 윤동주문학관’을 들 수 있다. 서울 종로구 청운동에 위치한 ‘윤동주문학관’은 2009년에 용도 폐기된 수도 가압장이었다. 문학관을 짓기 위해 원래의 시설을 철거하지 않고 공간의 특성과 윤동주 시인의 시세계를 연결함으로써 지난 35년간 아파트에 물을 대던 옛 모습을 간직하면서도 시인을 닮은 문학관으로 재탄생시켰다.
도시의 기반 시설을 구축하는 토목은 거대한 규모에 비해 거칠고 무거운 느낌을 준다. 전시의 두 번째 파트인 ‘도시공간과 공공장소’에서는 기능만 강조된 기존의 공공장소에 건축가가 개입해서 도시의 지형적 특성이 세심하게 고려된 공공건축물을 전시한다.
▲바우아키텍츠, ‘놀이의 풍경’. 제공 =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건축 공간을 넘어 지역과 공동체의 소통으로
‘로컬디자인’의 ‘활기찬 공공장소’는 두꺼운 골판지 같은 카드보드로 만들어진 세 개의 공간 설치물을 보여주는데, ‘한강 나들목 개선사업’과 ‘광주 사직공원 공공예술프로젝트’, ‘안양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하나로 연결했다. 도시에서 강으로 이어지는 투박한 공간을 새롭고 활기찬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한강 나들목 개선사업’은 기존의 토목이 담당하던 부분에 건축가가 개입하여 도시공간을 좀 더 세밀하고 풍요롭게 변화시킨 좋은 예가 된다. 다른 두 가지 사례 또한 기존의 공공장소를 새롭게 변화시킨 것으로 전시장에는 세 곳의 주요 부분들을 하나의 구조물로 만들어 관객들이 직접 앉고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세 번째 파트인 ‘세상과 소통하는 그곳’에서는 공공의 장소를 새롭게 해석하는 세 개의 서로 다른 시선을 제시한다. 특히, 사회적 기업 ‘문화로놀이짱’은 홍윤주, 신의철과 협업한 ‘생각하는 손들의 공공지대’를 통해 많은 사람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공 공방의 가능성과 지속가능한 공유 시스템을 제안하고 있다.
공공의 장소는 건축물 그 자체를 넘어 지역과 공동체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공간을 의미할 것이다. 기념관, 도서관을 짓는 것에서부터 농촌 경관을 다시 보려는 노력과 지역 공동체가 함께 의미를 생산하는 활동, 공공이 만든 건축까지 이 모든 것들이 결국 우리가 함께하는 그곳에 대한 하나의 이야기로 모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의미 있는 공공건축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떻게 그곳에서 함께 할 수 있는지 다시 생각해볼 기회가 될 것이다.
- 안창현 기자
안창현 기자 isangah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