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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 이원희 작가]“사람의 속마음까지 담는다”

풍경화 그리다 대학강단에 서며 초상화로, 인물파악에 매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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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74호 왕진오 기자⁄ 2014.04.14 13:00:47

▲박근혜 대통령 영국 순방 중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함께한 군집 초상화 앞의 이원희 작가. 사진 = 왕진오 기자


(CNB=왕진오 기자) “제 그림은 따로 설명 드릴 이유가 없는 그림이라 생각합니다. 소름끼칠 정도로 그 사람의 특징을 잘 포착해 그려내니, 그림이 나가면 꼭 다음 손님을 모시고 오네요.”

초상화만 25년간 그려온 화가 이원희(58, 계명대 서양화가 교수)의 손에 의해 그려진 인물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못해 대한민국의 유명인들을 거의 다 만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초상화만 400∼500여점을 그린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 윤관·이용훈 전 대법원장, 김재순, 이만섭, 김수한, 박관용, 김원기, 임채정 등 국회의장들 그리고 건축가 승효상, 화가 이성자와 권옥연, 정우현 MPK그룹 회장,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 남재현 한국크리버회장,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다. 여기에 유명 연예인인 배우 김용건·하정우 부자와 가수 이은미도 그렸다.

화가 이원희가 처음부터 초상화를 그린 것은 아니다. 1990년대 중반까지 풍경화 작가로 화랑가에서는 인기가 높았다. 그러다 학교 교수로 들어가면서부터 “초상화가 고정적인 수입원이 되겠구나.”라고 생각한 것이 벌써 25년째이다.

▲김용건, 하정우 부자, 2014, Oil on canvas, 97x162cm


1980년대 대학원 논문을 준비하던 중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된 김홍도와 이명기가 함께 그린 ‘서직수 초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조선조 후기 초상들이 사실적, 정신적으로 뛰어난데, 현재는 왜 없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밝혔다.

일제 강점기의 역사적 굴곡을 거치면서 조선시대 상류층의 문화였던 초상화는 그 맥이 끊어졌다.

이당(以堂) 김은호(1892∼1979)는 “고종어진을 수묵으로 그렸는데, 유화로 그린 자화상은 수준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다. 재료의 차이가 크다. 서양화 기법을 체질화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그림을 공부하면서 그 한계를 극복해야겠다고 생각한 작가는 1990년대 중반부터 학생들을 데리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레핀 스쿨로 연수를 다니며 서양화의 본질적 정통성과 재료의 문제를 접하게 됐다.

▲조병현 서울고등법원장, 2014, Oil on canvas, 65x54cm


“초상화는 상당한 내공이 필요하다. 단순히 그리는 것을 떠나 모델이 되는 인물을 파악해야 한다. 모델의 정신이 그림에 같이 담겨야한다. 특히 사진의 정확성을 기본으로 하지만, 회화만이 가진 손맛을 만들어내는 온기를 담아야 한다.”며 “대상을 직접 만나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작업을 한다. 시간적인 여유가 허락하면 가능한 한 많이 만나야 그 인물의 특징과 맛을 담을 수 있다”고 했다.

유명인들만 그리면서 그들의 기를 극복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그들의 기와 싸우면 안 된다. 같이 교감을 해야 됩니다. 초상화의 노하우는 그들과 싸우지 않고 짧은 시간에 모델의 특징을 파악해야 한다.”

“초기 작업할 때는 이런 점이 큰 벽으로 다가왔다. 대통령이나 유명인을 만나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게 가장 문제였는데, 지금은 자연스럽게 모습을 담아낼 수 있다”며 25년간 쌓은 내공을 표현했다.


박근혜 대통령 세 번 만나 초상화 완성

전시된 작품들 중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영국 국빈 방문 중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함께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청와대에서 보내온 사진을 보고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이원희가 처음 시도한 군집초상화이다.
2009년에 작업한 박근혜 대통령 초상화도 선보인다. 대통령 당선 이전이었기에 세 차례 직접 만나서 그렸다고 한다.

“박근혜 특유의 표정을 그렸다. 주름은 조금 지웠는데, 당시는 대통령이 아니어서 대화도 나누었다“며 ”김영삼 전 대통령이 유일하게 직접 청와대에 가서 독대하며 그린 작품이다“고 귀띔했다.

▲박근혜 대통령, 2014, Oil on canvas, 61x61cm


유명 연예인의 얼굴이 정치인과 기업인들 사이에서 눈길을 모은다. 배우 김용건·하정우 부자의 얼굴을 담았다. “김용건·하정우 부자는 일정이 빠듯해 어렵사리 만나 작업한 작품”이라며 “배우답게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왔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그가 그린 초상화들이 11일부터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더 클래식(The Classic)’이란 제목으로 초상화 유화 50여 점 및 크로키 등 80여 점이 걸린다.

“25년째 초상화를 그리고 있는데 미술 시장 전체의 변동과 상관없이 주문은 계속 들어온다. 수요는 충분하다고 본다. 다만, 잠재수요가 제대로 개발이 돼 있지 않은 게 문제다. 다른 화가들에게도 매력적인 시장이 되기 위해서는 잠재수요가 개발돼야 한다. 이 시장이 형성되면 상당한 폭발력을 가져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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