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아티스트 - 김형률]‘달빛무대’ 통해 인생무대 승화
여인과 꽃, 공작, 말이 주요 소재…드로잉적 요소 강하게 전달
김형률은 ‘여인’, ‘꽃’, ‘공작’, ‘말’을 그림의 주된 소재로 삼고 있다. 자유롭고 굵은 필선에 의해 그려진 그의 그림 특징은 어느 누가 보아도 드로잉적 요소가 매우 강하게 전달된다. 시각적으로 전달되고 있는 형상과 색채는 현실적으로 느낄 수 없는 요소들로 화면에 채워져 있으면서, 자유롭고 강한 드로잉적 표현은 그의 특이한 그림세계를 읽을 수 있는 측면으로 이해된다.
외면적으로 나타난 드로잉적 필선의 특징이 직각적이고 단순한 획으로 일관되고 있다. 원론적인 표현같지만, 일획적 표현의 구사는 그의 집중적인 작업의 양과 맞물려 있을 것이고, 시간적인 축적과 숙련의 결과로 인하여 나타내 보인다. 유연하고 부드러운 필획과 자연스러운 물성이 서로 짝이 되어 만나 지면 위에 표현됨으로써 그림은 편안함과 마음의 휴식으로 다가온다. 어느 장르의 매체와 도구의 활용이 용이하겠는가.
그는 보고 배운 것이 이것이라! 동양회화에 있어서 전통적인 모필의 특징과 부드럽고 수성과 잘 어울리는 한지는 우수한 재료이다. 모필이 자신의 신체의 일부와 같이 자유롭게 운용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의 배분과 인내가 요구된다는 측면에서 쉬운 과정은 아니었을 것이라 짐작된다.
▲공작새, 102×70cm, 장지에 먹, 아크릴, 2014
그는 현대회화에 있어서 이미 장르의 구분이 모호해졌음을 잘 인식하고 있다. 그림의 표현이 독창과 다양성에 있기에, 그는 전통적인 한지(장지)를 비롯하여 목·비단·아사 등 다양하게 다루고, 사용하는 재료는 동양화 물감이나 아크릴 등을 자유롭게 쓰면서, 필법과 도구는 전통적인 붓, 다양한 재료에 의한 일획적인 필법과 자유로운 드로잉적인 터치에 의한 표현에 중점을 두고 작업하고 있다.
그림을 그리는 궁극적인 정신적 표현은 동양화론을 다루는 여러 문서에서 잘 나타나 있듯이 원형상 표현의 추구이다. 그의 작품의 주제를 통하여 익히 짐작되듯이 ‘달빛무대’를 통하여 인생무대를 승화시키려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그리는 작품의 세계는 느리지만 정직하게 자신의 그림세계를 분명하게 나타내 보이려는 정신적 자세에서 앞으로 김형률의 작품의 향방에 대하여 희망적임을 조심스럽게 예감해 본다.
▲공작새, 52×44cm, 장지에 먹, 아크릴, 2014
인사동의 4월은 다양한 장르의 미술전시가 장사진을 이룬다. 가끔은 일반이든 그림을 그리는 작가이든 같은 마음으로 설레게 한다. 생명탄생의 절기와 같이하여 우리문화의 터전을 두텁게 할 즈음, 문화의 보금자리 인사동에서 한국화 발전을 위한 전시는 유수의 갤러리에서 날마다 개최되고 있어 매우 발전적이라고 여겨진다.
동양화, 동양철학, 예술철학 두루 공부
저마다 개성적 특성을 지닌 갤러리에서 그들만의 삶의 터전과 더불어 수많은 작가들은 개개의 독특한 작품을 전시하여 자신에 대해서 이해를 하거나 관심의 범위에 있지 아니하든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관람하는 관객에 대해 발걸음한 그 자체로 감사의 마음으로 간직할 것이다.
▲공작새, 35×30cm, 장지에 먹, 아크릴, 2014
21세기, 현대미술의 흐름은 장르간 구분의 해체와 매체의 다양화로 인하여 작가의 사고전환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수많은 작품이 양적으로 늘어나게 된 것도 이러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변화는 예술의 사고와 행적이 그 어느 때보다 현 사회에 중요한 일임을 담당해야 하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국내외에서 수많은 우리 미술인들은 자신의 인생을 예술적 행위와 이분화시키지 않고 외길을 묵묵히 걸어왔다. 지금도 진행 중이며, 이 순간에 또 하나의 예술의 역사가 이루어지는 시간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민족문화의 정통성을 지니고 한국화를 전공한 오늘의 작가들은 여기까지 오느라 숨가쁜 나날이었을 것이다. 냉혹한 현실 앞에서 꿋꿋하게 예술혼의 불꽃을 피워오면서 험한 세상의 등불 역할을 하였다. 미래는 지금보다 더 험난한 시간으로 다가올지도 낙관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들은 시린 겨울과 찌는 여름을 경험한 민족 예술인이다.
▲산과 바다, 71×50cm, 장지에 먹, 아크릴, 2014
한국화의 발전과 새로운 모색을 토대로 민족의 문화는 또 한 번 높은 반석이 되어 세계 예술문화의 장 속에서 역사를 다시 쓸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민족 미술의 동량들이 편안히 휴식을 취하여 내일의 희망을 맞이할 수 있는 금수강산에서 예술의 짐을 다시 고쳐 매어 마음의 무장을 다시 하였음을 잘 안다.
이번 인사동 리서울 갤러리 전시에서 우리 문화를 사랑하고 한국화의 발전을 위하여 점진적 행보를 하고 있는 작가를 만나보게 된다. 김형률은 이제 중견 작가로서 제 위치를 묵묵히 지켜나가는 한국화 작가이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동 대학원, 성균관대학교 동양철학과 예술철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동의대학교 미술학과 한국화 전공교수는 자연주의적 사고를 지니고 있으며, 작품의 조형성은 주관적이면서 표현주의적인 특징을 보이고 있다. 그는 인물화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다.
▲누드, 82×64cm, 장지에 먹, 아크릴, 2014
구체적인 묘사를 탈피하여 속박되지 않은 자유로운 조형성을 나타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유로운 항해의 이미지를 표현한 바다와 선박의 표현,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표현을 한 공작과 꽃의 다양한 이미지 등 수천 점이 넘는 작품의 열정을 쏟아내는 중견작가이다. 아울러 전통적인 수묵의 작품은 물론이거니와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현대미술의 대열에 대해서도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인 자세를 지니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여인, 102×70cm, 장지에 먹, 아크릴, 2014
우리 미술발전을 위하여 작가들의 영혼을 담은 작품을 감상하면서 일상의 무거움이 치유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림을 감상하는 여러분은 문화 도시의 인사동의 아름다운 여명만큼 편안한 시간을 가지기 바란다. 아울러 민족미술 한국화를 사랑하는 여러분, 내일의 축복과 행운을 태산만큼 바라면서 이번 전시를 준비한 작가 김형률의 미래에 힘이 되어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신정근 성균관대학교 동양철학과 교수
신정근 성균관대학교 동양철학과 교수 babsigy@cnbnews.com